한국과 일본 대기업, 그중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확산의 핵심 기업이 될 수 있단 전망이 해외 유력 경제매체를 통해 나왔습니다.
기술전문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팀 컬팬은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이같은 칼럼을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각) 게재했습니다.
그는 “(수소)차량을 만들고 운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주요 과제는 “수소를 추출·저장·운송하기 위한 인프라(기반시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완성차 기업 대다수가 수소 공급 사업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면,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과 일본 자동차 기업의 상황은 비교적 낙관적이란 것이 컬팬 칼럼니스트의 분석입니다.
상업 운송 탈탄소화의 해결책 수소, 걸림돌은 인프라 구축 ⚠️
수소, 정확히는 청정수소는 고온·고출력이 요구되는 분야의 탈탄소화 해결책으로 주목받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운송입니다. 현재 전기자동차 내 배터리의 최대 주행거리로는 상업용 장거리 운송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수소차는 이를 에너지 밀도가 높은 수소연료를 활용해서 해결합니다. 전기차보다 완전 충전 시간이 매우 빠르단 것도 장점입니다.
문제는 인프라입니다. 전기차는 충전소 같은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습니다.
이와 달리 수소는 운송과 저장 나아가 충전 전반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253℃의 액화수소를 다루는 만큼, 취급이 까다롭고 필요한 비용도 높습니다.
실제로 2024년 4월 기준 국내 수소충전소는 300곳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컬팬 칼럼니스트는 “현재 (수소) 인프라에 투자할 이유가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단언합니다.
특히, 미국은 수소차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미 수소차 민관협력기관 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내 판매·임대 중인 수소차는 총 1만 8,180대에 불과합니다.
분기별 판매량을 보면 분위기를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전문 데이터 기업 마크라인즈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미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 380만 대 중 수소차는 단 223대에 불과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자동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 또한 수소 연료 공급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무리란 것이 그의 판단입니다. 이미 이들 기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전기차 기업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韓·日 ‘대기업’ 중심 경제…“수소 인프라 구축에 유리” 💧
이같은 상황에서 “아시아 대기업이 답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컬팬 칼럼니스트는 그중에서도 유력한 곳으로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을 꼽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수소사회 전환에 힘쓰고 있단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2024년 주목해야 할 사항 중 한 가지로 한국과 일본의 수소 정책을 꼽았습니다.
양국은 2022년을 기점으로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과 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한국의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과 일본의 ‘수소기본전략 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 수소사회 전환을 위한 정책 추진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정부는 청정수소 인증제를 시행했습니다. 얼마전(24일)에는 세계 최초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에도 나섰습니다.
블룸버그의 분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바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구조 자체가 수소차 전환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컬팬 칼럼니스트는 “한국에서는 재벌, 일본에서는 게이레쓰*라 불리는 대규모 비즈니스 제국”이 사실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일례로 일본 도요타그룹의 자회사는 도요타자동차를 포함해 제강·방직·중공업 등 17개에 달합니다.
이런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수소 생산·저장·물류·운송·사용 등 수소연료전지 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훨씬 쉽단 것.
*게이레쓰: 한국어로 계열. 2차대전으로 자이바쓰(재벌)이 해체된 이후 생겨난 일본의 기업집단을 일컫는다.
“가장 유력한 수소차 기업, 현대차” 수소생태계 전반에 영향력 ↑ 🌐
컬팬 칼럼니스트는 수소차 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으로는 현대차를 꼽았습니다.
범현대가(家)를 염두하면 가장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상호출자와 경영으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현대차가 수소 전체 공급망에서 이러한 대기업의 이점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내다봤습니다.
이는 수소차 수직계열화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수직계열화란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 생산 및 유통 과정을 통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간 현대차는 수직계열화에 기반해 내연기관차 산업에서 세계 3위까지 발돋움했습니다.
현대차는 수소차에서도 같은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예컨데 수소차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생산합니다.
컬팬 칼럼니스트의 분석은 제품 생산, 그 이상의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단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현대차는 수소생태계 구축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자회사인 현대제철소는 국내 주요 수소 생산 기업입니다. 지난해 11월 현대제철소의 설비 고장은 국내 수소 공급 차질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 또한 GS에너지와 협력해 청정수소·암모니아 운송 사업을 개발 중입니다. HD현대 산하 HD한국조선해양과도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을 위해 손 잡았습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수소사업 집중을 위해 현대모비스의 수소차 관련 사업을 현대차로 모두 이관한단 계획도 발표됐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관련 연구개발(R&D) 시설과 자산, 인력 모두를 현대차가 인수하게 됩니다.
기업 규모가 크고 자금조달이 쉬운 현대차가 미래 성장사업 육성이란 중장기 사업을 주도하겠단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빠르게 닫히는 ‘기회의 창’…현대차, 활짝 열 수 있을까? 🎐
다만, 수소차 자체의 전망은 별개입니다. 비용절감과 기술개발 덕에 주류 탈탄소 차량으로 전기차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수소가 가진 기회의 창은 상대적으로 작고, 빠르게 닫히고 있다”는 것이 컬팬 칼럼니스트의 분석입니다.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청정수소에 대한 과장된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기술개발로 전기차 주행거리가 점차 향상되며 수소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단 것이 FT의 분석입니다.
청정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부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컬팬 칼럼니스트 수소 생태계 구축이 “아시아의 재벌과 게이레쓰가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청정수소를 다른 분야의 탈탄소화에 더 우선시해야 한단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레이수소 등 화석연료 기반 기존 수소 사용을 먼저 대체해야 한단 것입니다. 이후에는 철강처럼 탈탄소화가 더 어려운 분야에 먼저 사용해야 합니다. 수소차 같은 운송 부문 청정수소의 우선순위가 아니란 것이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의 청정 운송 책임자 콜린 맥케라처는 “대형 장거리 운송도 유망한 수소 응용 분야이지만 그곳에서도 슬램덩크는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슬램덩크란 ‘반드시 일어나거나 성공할 일’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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