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술 자립과 육성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이 최종 승인됐습니다.
이 법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국내에서는 ‘넷제로산업법’으로도 불립니다.
EU 이사회는 NZIA과 관련된 입법 절차를 마쳤다고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NZIA는 관보에 게재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20일 내로 발효됩니다.
EU 이사회는 NZIA 법안이 “유럽이 녹색기술에 대한 글로벌 경쟁을 주도하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녹색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시 “NZIA를 통해 EU는 이제 청정기술 제조 규모를 신속하게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며 “2050년까지 기후중립 달성에 필요한 최상의 조건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규제 특례·투자 장려 통해 2030년 EU 역내 녹색기술 제조 40% 달성” 🔔
NZIA는 2022년 3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효했습니다.
탄소중립 기술과 관련된 EU 역내 산업 제조 역량을 2030년까지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세계 청정기술 시장에서 EU 기업의 점유율을 15%까지 높이는 것입니다.
이 전체 청정기술의 약 15%를공급한단 구상입니다.
NZIA의 큰 핵심은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을 지정해 관련 신규 사업의 승인을 단축하는 것입니다.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설비 ▲히트펌프 ▲배터리 ▲원자력발전 ▲CCS(탄소포집·저장) 등 19개 기술이 전략적 기술로 지정됐습니다.
즉, 규제 샌드박스(특례)를 통해 청정기술 개발과 실험을 단축시키겠단 것. 물론 회원국은 자국의 에너지믹스(발전원)로 인정하지 않는 기술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하여 혜택을 줄 의무는 없습니다.
전략 기술로 지정된 사업은 9개월에서 최장 12개월 이내로 허가 소요 기간이 짧아집니다. 신규 사업 역시 길어도 18개월 이내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나아가 공공 조달 입찰 시 EU 역외 국가 제품이 50%를 넘어선 안 된단 기준도 포함됩니다. 환경 기준 준수 여부도 따져야 합니다.

NZIA, 보조금 지급 없어…‘탄소중립 클러스터·플랫폼’ 설립 내용 담겨 💸
물론 NZIA는 미국의 IRA와 달리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은 없습니다. 보조금 지급 요건이 완화되는 수준에 그칩니다.
그 대신 전략 사업에 대해 각 회원국이 역내 탄소배출권거래제(EU-ETS) 수익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도록 장려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밖에도 각 회원국은 국가별로 조성한 ‘탄소중립 클러스터(산업단지)’에 행정 절차·투자 요건 간소화 등의 혜택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목표 실현을 위해 역내에 ‘탄소중립 유럽 플랫폼’을 설립한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산업계·학계·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입니다. 27개 회원국 간 규제 샌드박스 내용을 공유할뿐더러, 전문인력을 양성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와 관련해 집행위는 엄격한 보조금 규제 탓에 유럽 투자를 꺼렸던 기업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中 겨냥? 공공 조달 사업 평가서, 유럽 역외 물품 조달 시 점수 ↓ 🤔
다만, NZIA만으로 녹색기술을 둘러싼 주요국의 패권 경쟁 구도를 바꾸긴 어렵단 전망도 나옵니다.
IRA와 달리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입법 과정에서 별도 기금을 조성해 전략 기술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합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로이터통신은 유럽 제조업체의 역내 태양광 패널 공급량이 3% 미만에 그친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현대 유럽 태양광 패널 상당수(97%)는 중국 제조업체가 공급합니다. 풍력발전 설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우세한 구도를 당장 뒤집기 어렵단 것이 매체의 진단입니다.
물론 시간에 따라선 중국 중심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NZIA에 있는 ‘지속가능성 및 복원력 기여도(Resilience and sustainability contribution)’란 의무평가 항목 때문입니다.
이는 공공 조달 사업 입찰자 평가 시 전체 점수의 30%를 차지합니다. 사업자가 유럽 역외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할 시 점수가 크게 깎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항목 때문에 NZIA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란 평가도 나옵니다.
韓 산자부, EU NZIA “역외 기업 차별요소 없을 것으로 파악돼” ⚖️
그렇다면 NZIA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는 NZIA가 “역외 기업 차별요소는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NZIA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허가 절차 간소화만 규정하고 있단 것이 산자부의 설명입니다.
심진수 산자부 신통상전략지원관은 “입법·시행에 따른 기업부담과 기회요인을 모두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업계·연구기관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기업설명회 등을 추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NZIA가 “(EU가 아닌) 역외 기술이나 제품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한편, 2030년까지 EU 역내에 5,0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단 CCS 목표도 설정됐습니다. CCS 목표는 2040년 2억 8,000만톤에서 2050년 최대 4억 5,000만 톤까지 늘어납니다.
5,000만 톤은 2022년 스웨덴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