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화학·운송 등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 내 게임체인저로 기대받는 그린수소.
한국과 함께 미국·유럽·일본 등 각국에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생산비용 때문에 확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지난 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5년간 그린수소 생산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현재 그린수소의 가격을 현실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 그린수소 스타트업 ‘하이사타’가 대표적입니다.
그리니엄이 24일 확인한 결과, 하이사타가 조달한 투자금은 1억 4,090만 달러(약 1,920억원)에 달합니다. 설립 4년만에 유치한 투자금이 1,920억 원이 넘는단 점에서 놀라운 성과란 평이 나옵니다.
하이사타 “호주 기후테크 사상 최대 시리즈 B 투자 유치…韓도 참여” 💰
하이사타는 2021년 호주 시드니에 설립된 스타트업입니다.
그린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전해조를 전문적으로 생산합니다. 호주 울런공대 지능형고분자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게르하르트 스위거스 교수가 공동설립했습니다. 스위거스 교수는 하이사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하이사타는 1억 1,100만 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다시금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호주 기후테크 사상 최대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란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투자에는 영국 정유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산하 BP벤처스와 세계 풍력터빈 1위 기업 베스타스 등이 참여했습니다.
국내 기업 역시 하이사타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투자에 우리나라 포스코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등이 약 2,000만 달러(약 27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굵직한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이어진 까닭, 바로 하이사타의 비전에 있습니다.
하이사타는 경제성 있는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합니다. 폴 바렛 하이사타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대 중반까지 수소 1㎏당 생산비용을 1.5달러(약 2,000원)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만든단 것이 하이사타의 목표입니다.
그린수소 생산비용 50% 절감 자신한 하이사타 “근거 3가지는?” 🤟
현재 세계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평균 3~5달러(약 4,000~6,800원)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2030년까지 1달러까지 낮추는 ‘수소샷(Hydrogen Shot)’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한국 역시 지난해 12월 수소경제위원회 제6차회의에서 1㎏당 목표 생산비용을 오는 2030년까지 3,500원, 2050년 2,500원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이사타는 자사의 기술을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비용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 근거로는 다음의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1️⃣ 전해조 시스템 효율성 95% 달성
하이사타는 자사의 전해조 시스템 내 효율성이 95%에 달성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췄단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수소1㎏ 생산당 41.5㎾h(킬로와트시)의 전력이 사용됩니다. 기존 알카라인(AEC)과 양이온교환막(PEM) 방식의 평균 75% 효율(52.5㎾h/㎏)에 비해 뛰어나단 것이 하이사타의 설명입니다.
2️⃣ 보조설비 간소화
발생되는 폐열이 감소되며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습니다. 덕분에 고가의 냉각설비가 필요 없어져 결과적으로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3️⃣ 모듈형 설계
마지막으로 모듈형 설계를 적용했습니다. ㎿(메가와트)에서 GW(기가와트)로 규모 늘려도 기본 구성은 동일합니다. 그로 인해 생산 자동화가 가능해지며 확장이 용이하다고 하이사타는 강조했습니다.
“AEC·PEM 대비 최고 효율성 뛰어넘은 비결, 식물에서 찾아”🌲
종합하면, 하이사타의 자신감은 높은 에너지효율성에 기인합니다.
하이사타가 말한 95% 효율은 기존 AEC나 PEM 방식의 최고 효율을 뛰어넘은 수치란 점에서 더 주목받습니다.
AEC의 경우 82%, PEM은 90%가 이론상 최고 효율로 알려져있습니다. AEC는 비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만 효율이 비교적 낮습니다. 비교적 효율성이 높은 PEM은 백금 같은 고가의 귀금속이 필요하단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이사타는 어떻게 기존 방식을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요?
하이사타 CTO인 스위거스 교수는 “AEC 전해조에 식물의 모세관 현상을 더해 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AEC 수전해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AEC는 알칼리 전해액을 사용해 물(H2O)을 수소 이온(H+)과 수산화 이온(OH-)으로 분해합니다. 음극에서 수소가, 양극에서 산소가 생산됩니다.
전해액과 전극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믿기지 않는 실험 결과”…연구 결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 🧑🔬
스위거스 교수는 기존 방식에서 가장 큰 에너지 손실 원인으로 ‘거품’을 꼽았습니다.
전해액과 전극의 반응에서 수소와 산소로 인한 거품이 발생한단 것. 이 거품이 금속과 물의 접촉을 방해하여 에너지 손실이 크단 것이 스위거스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위거스 교수를 필두로 한 연구진은 10년 넘게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그 결과, 모세관 현상을 사용하면 거품 생성 없이도 전기분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기존 AEC 수전설비는 전극을 액체(전해질)에 담금니다. 그 대신 스위거스 교수는 모세관 역할을 하는 얇은 다공성 분리막을 통해 전해질과 전극을 반응시켰습니다. 모세관 현상을 통해 얇은 분리막은 전해질을 중력 반대로 끌어올리는데 활용됩니다.
그 결과, 전해액과 전극의 반응에서 거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2022년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합니다.
논문에 의하면, 최대 에너지 효율은 98%에 달합니다. 이론적으로는 40.4㎾h의 전력으로 그린수소 1㎏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거스 교수는 처음에는 “(실험 결과가) 진짜란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며 “실험 오류를 의심해 최고의 인력을 모아 실험을 반복적으로 재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같은 결과를 얻으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또 이러한 효율성 증가와 설비 절감 덕에 두 자릿수의 생산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하이사타는 강조했습니다.
하이사타, 2025년 상용 배치 전망…”지금껏 본 적 없는 속도” 🏭
하이사타는 현재 호주 남부 울런공 일대에 8,500㎡(약 2,6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이번 시리즈 B 투자금을 기반으로 해당 시설의 생산용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G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단 구상입니다.
2025년에는 100MW 생산라인 개발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용 규모 배치가 이르면 2025년경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바렛 CEO는 밝혔습니다. “매우 자본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 규모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사측은 전해조 생산과 관련해 조건부 사전주문과 의향서를 여럿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규모만 이미 총 9.4GW에 이릅니다.
이는 하이사타 공동설립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톰 캠피는 작년 12월 스탠더드앤푸드어스(S&P)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수소 업계 전문가는 설립 4년 차인 기업으로서는 빠른 전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의 마틴 텡글러 수소 책임자는 “지금까지 알기로, 효율성 발전을 주장한 스타트업 중 아직 생산 규모를 확대한 기업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