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퍼보에너지(Fervo Energy)가 지열에너지로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단 것을 입증했습니다.

미 네바다주에 위치한 상업용 지열발전 시설에서 30일간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각) 퍼보에너지는 밝혔습니다.

‘프로젝트 레드(Project Red)’란 이름이 붙은 시설은 업계 표준을 준수해 한달간 3.5㎿(메가와트) 전력을 지속적으로 생산했습니다. 이는 약 2,500가구가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맞먹습니다.

퍼보에너지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팀 라티머는 성명에서 “석유 및 가스 산업의 시추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지열에너지로) 전 세계에 24시간 내내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퍼보에너지 ‘EGS 기술’ 통해 전력 생산 성공…“어디서나 지열발전 가능” ⚡

풍력, 수력, 태양광 등과 마찬가지로 지열도 대표적인 무탄소 에너지원입니다. 연중무휴 24시간 가동할 수 있단 장점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나 뉴질랜드와 같이 화산활동이 풍부한 지역에서 주로 지열발전소가 운영됩니다. 그러나 화산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에선 지열발전을 하기 어렵단 문제가 있습니다.

퍼보에너지는 일반 지역에서도 지열발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 중인 곳입니다. 일명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Enhanced Geothermal System)’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GS 기술은 수압파쇄 등을 통해 인공적으로 지열 저류층을 생성해 발전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지열발전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원하는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땅속 깊숙이 시추공을 굴착한 후 해당 깊이에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해 암석을 파쇄(수압파쇄)해 인공적으로 저류층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 퍼보에너지는 땅속 깊숙이 시추공을 굴착한 후 이후 수평으로 시추해 지열자원 접근성과 열에너지 생산성을 모두 높였다 ©TimMLtimer 트위터

퍼보에너지는 이에 성공한 것. 회사 측은 지열이 매장된 지역에 수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간 후 수평 방향으로 시추해 지열자원 접근성을 향상시켰습니다. 쉽게 말해 유정 하나를 시추한 후 지하에서 수평 방향으로도 시추해 열에너지 접근성을 높였단 것입니다.

프로젝트 레드 시설은 수직으로 2.3㎞, 수평으로 990m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연결돼 있습니다. 이후 지상에 있는 시설이 펌프질로 지하 유체를 저수지로 끌어올려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

퍼보에너지는 광섬유 케이블을 사용하여 지열자원의 흐름과 온도 및 성능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퍼보에너지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을 통해 최적화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회사 측은 미국 에너지부(DOE)가 수립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EGS 기술이 구현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진과 같은 사고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퍼보에너지 공동설립자인 잭 노벡 CTO와 팀 라티머 CEO가 프로젝트 레드 시설 앞에서 촬영한 모습 ©Fervo Energy

‘시추기술·BEV 투자·구글 협력’…퍼보에너지가 EGS 기술 성공한 배경? 🤔

해당 기술이 상업적 규모로 작동할 수 있다고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던 EGS 기술 실증 실험이 성공한 배경에는 석유업계에서 시추 일을 하던 라티머 CEO와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퍼보에너지 전체 직원 38명 중 절반 이상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화석연료 기업 출신입니다.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기후대응이란 목표를 위해 퍼보에너지에 대거 합류한 것.

라티머 CEO 또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회사를 떠난 인물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석유업계에서 30여년 넘게 사용된 기술을 지열에너지 향상에 맞게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와 구글의 협력 덕분에 퍼보에너지가 성공할 수 있었단 평가도 나옵니다.

퍼보에너지는 BEV의 1기 투자 대상 기업 7곳 중 1곳입니다.

 

▲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퍼보에너지의 지열 시추 시설 프로젝트 레드의 모습 ©Fervo Energy

또 2021년 퍼보에너지는 구글과 차세대 지열발전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구글은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퍼보에너지에 AI와 ML 기술 개발을 돕고 있습니다.

이에 퍼보에너지는 프로젝트 레드 시설을 올해 안으로 전력망에 연결해 네바다주 내 구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구글 이사회에서 기후 부문 선임이사를 맡은 마이클 테럴은 “퍼보에너지가 중요한 기술 이정표에 도달한 것을 보게 돼 기쁘다”며 “풍력·태양광 등 가변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깨끗한 전력의 새 공급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열발전은 계절과 날씨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365일 24시간 가동할 수 있어 기저부하를 담당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원입니다.

 

👉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투자한 ‘퍼보에너지’

 

▲ 퍼보에너지는 EGS 기술을 사용해 지열자원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Innovation Frontier Fund

美 에너지부, 기술혁신 위한 ‘에너지 어스샷’에 지열발전 선정 🌎

한편, 퍼보에너지는 미 유타주 남서부에도 지열발전 시설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시설에서도 EGS 기술이 성공하고 전력 출력이 최대화되면 유타주에선 2028년까지 400㎿를 공급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봅니다.

그렇지만 지열발전을 확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기술 비용 절감과 정부 규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미 에너지부에 의하면, 2022년 미국에서 생산된 전체 에너지 중 0.4%만이 지열에너지입니다.

이에 2022년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오는 2035년까지 지열에너지 비용을 90% 절감해 MWh(메가와트시) 당 가격을 약 45달러(약 5만 7,000원)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9월 에너지부는 ‘에너지 어스샷(Energy Earthshot)’ 4번째 프로그램으로 지열발전 비용을 줄이는 기술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너지 어스샷은 기후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적 장벽을 극복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수소 ▲탄소저장 ▲에너지저장기술(ESS)과 함께 지열발전이 선정된 것. 에너지부는 지열발전 부문 우수사례 개발에 1억 6,500만 달러(약 2,280억원), 초당적 인프라법(BIL)을 통해 8,400만 달러(약 1,160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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