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전체 해양 생물종 약 25%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산호초가 절멸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백화 현상, 화학물질 유입, 외래종 침입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미국 동부 해안에서는 쏠배감펭 일명 ‘라이언피시’라 불리는 외래침입종이 산호초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외래종을 막고 산호초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라이언피시의 껍질로 가죽을 만든단 것.
미국 대체가죽 스타트업 인버사레더(이하 인버사)의 이야기입니다.
2020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설립된 인버사.
아라브 차브다 최고경영자(CEO) 등 아마추어 스쿠버다이버 3명이 공동설립했습니다.
이들은 수년간 플로리다 해안과 멕시코만에서 다이빙을 즐기며 토종 물고기와 산호초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지역 내 산호초 폐사의 주된 원인은 외래종인, ‘라이언피시’ 때문이었습니다.
라이언피시의 원래 서식지는 인도양과 태평양이었습니다. 따듯한 바다에서 살던 이 물고기는 주로 관상용으로 북미에 수입됐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자연으로 탈출하거나 방생됐습니다.
문제는 라이언피시가 해안의 치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단 것. 미 하와이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산호초 군락에 라이언피시가 유입되면 5주 이내에 79%의 치어와 해양생물이 잡아먹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문에 라이언피시는 대다수 지역에서 외래침입종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균형이 유지되었던 산호초와 토종 물고기의 공생 관계를 깨드릴뿐더러, 산호초가 폐사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인버사는 이러한 라이언피시를 사용해 가죽을 만듦으로써 해양생태계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사실 물고기 껍질로 만든 가죽은 과거부터 이용됐던 방식입니다.
일본·아이슬란드 등 생선을 많이 먹는 해양국가에서도 물고기 가죽을 전문으로 만드는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만드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척한 뒤 화학적 처리 과정인 태닝을 거쳐 가죽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화합니다.
깨끗한 화학물질과 52단계의 공정을 거친다는 것이 인버사의 설명입니다. 라이언피시 한 마리로 55제곱인치(약 140㎠) 크기의 대체가죽이 만들어집니다.
인버사는 멕시코만 내 라이언피시를 대규모로 제거함으로써, 최대 7만여종이 넘는 자생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 지역 내 생물다양성이 50~70%까지 재생될 수 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라이언피시 가죽 제작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대개 물고기 가죽은 생선 가공 산업에서 나온 부산물을 원료로 생산됩니다. 원료 조달 비용이 매우 적습니다. 이와 달리 라이언피시는 식용으로 잘 쓰이지 않습니다. 독을 지니고 있어 잡기도 까다롭습니다.
이에 인버사는 플로리다·멕시코만 일대 개인이나 협동조합과 별도의 공급계약을 맺고 라이언피시를 공급받습니다.
물론 조달 비용이 높을뿐더러, 가죽을 얻고 남은 생선살과 지방 등도 처리해야 한단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인버사는 지역의 라이언피시 전문 레스토랑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가공센터에서 껍질이 분리된 생선살은 레스토랑으로 보내집니다. 생선지방 또한 미끼 등으로 사용됩니다.
차브다 CEO는 이와 관련해 “생선의 모든 부분이 사용된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대체가죽은 신발과 가방, 시곗줄부터 액세서리 소재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요.
인버사는 2022년 3월 이탈리아 운동화 브랜드 ‘P448’과의 협업으로 라이언피시 가죽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현재 인버사는 라이언피시 이외의 외래종도 대체가죽을 만들 수 있도록 사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2년 7월에는 미 미시시피강의 외래종 ‘드래곤핀’으로 만든 가죽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미국 수제가죽 브랜드 테톤레더와 협력해 만든 가방 및 지갑 컬렉션입니다.
드래곤핀은 동남아시아를 원산지로 합니다. 1990년대 미시시피강으로 유입됐습니다. 드래곤핀이 미시시피강을 장악하며 150여종의 토종 물고기와 담수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했단 것이 인버사의 설명입니다.
관심은 육지 외래종으로도 확대됐습니다. 미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을 위협하는 버마비단뱀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남아시아 열대우림 원산의 버마비단뱀은 1980년대 반려동물을 유기하면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0년간 플로리다 열대습지 지역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크게 번성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국립공원 내 토착종의 개체수가 급감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국립공원 관리소가 버마비단뱀 개체수 조절을 위해 사냥대회를 개최할 정도입니다.
이에 인버사는 작년 5월, 미국 액세서리 브랜드 ‘파이퍼&스카이’와 함께 제작한 버마비단뱀 핸드백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을 도울 수 있단 것.
차브다 CEO에 의하면, 현재 인버사는 잠재적으로 제품화가 가능한 약 4,000종의 외래종 목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