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한국 기업이 만든 전기자동차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합니다.

미국 국세청(IRS)이 4월 18일부터 적용되는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지급 대상 목록을 지난 17일(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3월 31일 미 재무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 규정안이 적용됐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살펴보면 한국은 물론 일본, 독일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이 배제됐습니다.

미국 완성차 기업 중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포드 등 일부 기업·모델만 포함됐습니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대상에서 빠졌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됐단 평이 나옵니다. 전기차 세액공제 지급 대상에 선정된 기업들은 어디인지, 그리니엄에서 살펴봤습니다.

 

▲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는 한국일본유럽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가 모두 빠졌다 때문에 미국산 전기차만을 위한 장벽을 세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 mobility Simplified

美 전기차 세액공제 지급 대상 발표…“미국 기업만 선정됐다고?” 🇺🇸

미 국세청은 ‘2023년 이후에 구매한 전기차(EV) 및 연료전지차(FCEV)에 대한 연방 세액공제’ 홈페이지를 공개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는 차량 모델과 세액공제 금액 그리고 연식 등이 소개됐습니다.

세액공제 금액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북미 최종조립 요건과 배터리 부품·핵심광물 요건을 모두 충족한 차량에게는 7,500 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가 적용됩니다. 만약 후자만 충족할 경우 절반인 3,750 달러(약 500만원)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모델은 이전 41개에서 22개(EV 16종, PHEV 6종)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동차 기업은 ▲GM(캐딜락 1종, 쉐보레 5종) ▲크라이슬러(1종), ▲포드 모터 컴퍼니(포드 6종, 링컨 2종) ▲스텔란티스(지프 2종) ▲테슬라(5종) 등 5개 기업 뿐입니다. 이들 모두 미국 자동차 기업입니다.

그중에서도 7,500 달러 전액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은 14개뿐입니다. 기존 34개에서 대폭 줄었습니다. 구체적인 지급 대상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순전기차(EV)

 

美 생산 현대차 전기차도 배제…기준 얼마나 까다롭길래? 🤔

이번 목록에서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생산을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의 GV70 전동화 모델(GV70 EV)도 세액공제에서 제외됐다는 것입니다.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완성차에 적용되는 전제 조건과 배터리에 적용되는 세부 조건으로 나뉩니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완성차 전제 조건 🚗

해당 조건은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가장 핵심 사항은 세액공제 대상이 북미 최종 조립 전기차로 한정된다는 것. 한국과 유럽 등 해당 조건 적용 유예를 요청해왔지만 세부지침 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판매가의 경우 상한액을 넘지 않아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상한액은 세단형 5만 5,000달러(약 7,300만원), 트럭·SUV 8만 달러(약 1억원)입니다.

 

2️⃣ 배터리 세부 조건 🔋

배터리 세부 조건은 ‘부품’과 ‘핵심광물’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전제 조건을 충족한 전기차가 배터리 세부 조건의 둘 중 하나를 충족하면 3,750달러, 모두를 충족하면 7,0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배터리 부품 조건은 ‘북미산 부품 50% 사용’입니다. 사용 비중은 2024년부터는 연 10%p(퍼센트포인트)씩 상향돼 2029년 100%로 높아집니다. 미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으로 배터리 4대 부품(양극판·음극판·분리막·전해질)과 셀, 모듈 등을 규정했습니다.

배터리 핵심광물의 경우, ‘미국 또는 미FTA 체결국 추출·가공 40%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이 또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10%p 상향됩니다.

 

©greenium

‘한국차’ 빠진 세액공제 목록…“배터리 부품·핵심광물이 발목 잡아” ⛏️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전기차는 모두 국내에서 생산됩니다. 세액공제 전제 조건인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맞추지 못한다는 점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IRA 시행 이후 미국에서 생산하는 첫 한국 전기차인 GV70 EV에 기대가 쏠렸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현대차 GV70은 세액공제 대상 목록에서 배제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핵심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SK온이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지만 광물 가공 및 배터리 생산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에 대한 요구 비중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갈 계획이란 것.

더욱이 배터리 부품은 2024년,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해외 우려 기업(FEOC)’에서 조달할 수 없다는 점도 관건입니다. 미국 정부는 작년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러시아·이란 등을 FEOC로 규정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인데요.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내놓는 등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 감소와 공급망 전환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해당 모델은 북미 최종조립 요건은 충족했지만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요건은 맞추지 못해 IRA 세액공제 대상 목록에서 제외됐다 ©Driver time 트위터

“韓 전기차·배터리 수출 타격 크지 않아”…배터리·완성차 엇박자는? 🔋

한편, 한국산 전기차의 IRA 세액공제 제외에 한국 정부는 “우리 자동차 업계의 미국 시장 경쟁 측면에서 크게 나쁘지 않은 것”이라 밝혔습니다.

세액공제 목록 이튿날인 지난 18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한국 전기차 수출에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최 수석은 “(렌트·리스 등으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는 지난해 8월 대비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종 조립·배터리 조건과 관계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렌트·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의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최 수석은 세액공제 대상 목록에 포함된 22개 전기차 모델 중 한국 배터리를 사용한 차종이 17개에 해당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미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서 공장을 가동해 GM(LG엔솔)과 포드·폭스바겐(SK온)에 배터리를 공급합니다.

이 때문에 최 수석은 IRA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조건이 “한국 배터리 3사에는 굉장히 큰 기회”라고 역설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서 생산한 배터리를, 한국 자동차 기업이 사용하지 못해 IRA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

LG엔솔과 SK온 모두 미국 내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만큼, 앞으로 한국 배터리·완성차 기업 간 엇박자가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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