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활동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손실이 감염병 확산을 유발한 주요 원인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후변화, 침입종 확산 등 인간이 주도한 활동이 감염병을 확산시켜 인간과 동식물을 모두 위협하고 있단 연구입니다.
달리 말하면 생물다양성 등을 관리한다면 감염병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단 뜻입니다.
미국 노트르담대·예일대·오리건대학 등 공동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글로벌 변화의 동인과 감염병 위험에 대한 메타분석’입니다.
“생물다양성 손실 영향으로 감염병 발생 위협 857% 증가” 📈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국제보건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이 강력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과거 연구를 분석해 특정 질병과 생태계의 연관성을 파악했습니다.
이후 ①기후변화 ②생물다양성 손실 ③화학적 오염 ④서식지 손실 및 변화 ⑤외래종 침입 등을 세계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5가지 변화 동인으로 봤습니다. 여기에 연구팀은 감염병 발생 영향을 분석한 약 3,000개의 관찰자료를 대입했습니다. 동식물·인간을 포함한 1,497개의 숙주 및 기생충, 박테리아 등 모든 감염원 조합이 포함됐습니다.
분석 결과, 이중 외래종 침입을 제외한 다른 4가지 요인은 모두 질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단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세부적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손실의 영향으로 감염병 발생이 무려 8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화학적 오염(393%), 기후변화(111%) 순이었습니다.
‘라임병’ 대표 사례…생물다양성 손실 후 남은 종(種), 질병 전파에 취약 🐀
생물다양성 손실로 북미에서 라임병이 확산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라임병은 미국과 유럽의 풍토병 중 하나입니다.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보렐리아균이 신체에 침범하여 두통 및 발열과 함께 피부병변이 나타납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관절염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의하면, 2022년 미국 내 라임병 감염 건수는 6만 2,551건에 이릅니다. 전년(2만 4,611건)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연구 저자이자 노트르담대 감염병 생태학자인 제이슨 로어 박사는 그 이유로 생물다양성 손실을 꼽았습니다. 희귀 포유류가 사라지면서, 라임병의 주요 매개체인 ‘흰발쥐’가 더 우세해졌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로어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생물다양성이 감소할 때 희귀종이 먼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남은 생물종이 질병 전파에 더 취약한 종이란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꼬집었습니다.
기후변화 역시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이 이동하며 새로운 종과 접촉해 병원균이 확산하는 등으로 질병 위험이 증폭한단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모기매개감염병이 확산한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올해 1분기 브라질에서만 188만 명이 넘는 뎅기열 감염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2015년 최다 감염(168만여건)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웃나라 페루에서도 뎅기열 급증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국가보건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이밖에도 화학적 오염은 면역체계에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질병 위험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도시화는 감염병 발생 위험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수질이나 위생 상태가 개선됨에 따라 병원균과 숙주 생물들의 서식지가 손실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 조지타운대 생물학자인 콜린 칼슨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라고 연구 결과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매개성 감염병, 기후취약계층에 더 불평평…韓 안전지대 아냐 ⚠️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2011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라임병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라임병 환자 수는 45명으로 2022년(22명)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말라리아 같은 모기매개감염병 발생 위험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두 감염병 증가세 모두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에 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연구원의 홍보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아시아 전역에서 극단적인 기후로 인한 뎅기열 사망자 중 특히 유아사망률이 높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같은 매개 감염병이 특정 지역사회에 불균형적으로 집중해 발생한단 것.
감염병 확산 역시 기후불평등에 따라 취약계층에게 더 잘 발생한단 것이 홍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에 그는 정부와 보험업계의 대책 마련이 중요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