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이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성취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개발은행들이 학교 냉방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규모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UNESCO)는 보고서를 통해, 학생들이 극심한 더위로 인해 최대 1.5년의 교육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전 세계 약 87개국, 8만 개 이상의 학교가 나무 심기, 지붕 흰색 도색, 에어컨 설치 및 건물 리모델링 등 다양한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한창입니다.
‘끓는 교실’ 식히기 총력… 전 세계는 지금 ‘학교 냉방’ 전쟁 중
미주개발은행(IDB)은 올해 말 브라질에서 열리는 COP30 기후 정상회의를 앞두고, 1억 달러(약 1,394억 원) 규모의 대출을 통해 ‘폭염 대비(heat-ready)’ 학교 프로그램을 출범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COP30 열리는 벨렘이 위치한 브라질 파라 주의 55개 학교에 태양열 반사 페인트, 단열 지붕, 태양광 에어컨 시스템을 도입해 약 24,000명의 학생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리스 아테네는 여름철 기온이 40도를 넘나들며, 도시 면적의 약 90%가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도시열섬 현상이 특히 심각합니다. 아테네시 관계자는 “학교는 극심한 더위에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공간”이라고 강조하며, 실제로 에어컨이 없는 학교는 폭염 시 문을 닫기도 합니다.
아테네시는 블룸버그 자선재단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이 직접 기후 대응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자금을 지원받는 제도를 운영 중이며, 이 중 상당수가 나무 심기 등 녹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도 농촌 지역에서는 고온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학교가 자주 휴교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에 의존해, 섭씨 45도의 고온 속에서 선풍기 조차 없을 경우 출석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베조스 어스 펀드, 록펠러 재단, 이케아 재단이 공동 설립한 글로벌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지역 전력망을 보완하는 태양광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 농촌 학교들이 더운 날에도 수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22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프란시스 케레가 기온이 40도를 넘고 전기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점토와 같은 현지 재료를 활용하고 공기를 통과시키는 가벼운 금속 지붕을 설계에 적용하는 등 열환경을 고려한 학교 건축 설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계식 냉방 설비 도입을 넘어, 건축적 차원에서의 기후 적응을 실현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온난한 기후의 국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국의 경우, 올해 학교 교실에 설치된 센서가 최고 36.3도를 기록했습니다. 교사들은 더운 날 학생들이 두통이나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일부는 기절하기도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영국의 많은 학교는 추위에 대비해 설계되어 있어,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후 불평등 확산 중… 저소득층 학생에게 집중되는 폭염 피해
학술지 ‘플로스 클라이밋(PLOS Climate)’에 실린 연구는 장기간의 열 노출이 학생들의 인지 능력을 크게 저하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61개국 학생 1,450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받는 열 스트레스가 학업 성취도를 눈에 띄게 떨어뜨리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학습 능력 저하 현상은 특히 수학과 같이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과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폭염 피해는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게 더욱 집중됩니다. 이들은 에어컨 같은 냉방 시설이 부족한 교실이나 가정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후 불평등’은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미국에서는 흑인과 라틴계 학생들이 백인 또래보다 인지 능력 손실을 최대 3배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고온 지역에 거주하며, 냉방·환기 시설이 부족한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IPCC는 현재와 같은 추세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경우, 별도 냉방 조치가 없다면 아동의 인지 능력이 최대 9.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대로 교실 환경을 시원하게 만들면 학습 효과는 즉각적으로 개선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교실 온도가 섭씨 1℃ 낮아질 때마다 학생들의 작업 속도는 7.5%, 정확도는 0.6% 향상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