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움직임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ESG 투자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란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니콜라이 탕겐 NBIM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전문매체 CNBC의 인기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 유럽’에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각) 출연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현재 텍사스·플로리다주 등 미 공화당 세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ESG를 ‘워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의 형태라며 반ESG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크 자본주의는 인종·성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뜻합니다.
전문가 대다수는 올해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ESG 투자 전략에 대한 반발이 지속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반ESG 투자 움직임이 유럽까지 확산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탕겐 CEO는 “NBIM은 ESG 의제를 여전히 옹호하고 있다”며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정말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ESG 투자에 있어서는 흔들리지 않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ESG 투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장기 투자에 실패한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탕겐 CEO는 또한 “일부 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철회하는 것이 되레 (NBIM에게) 확대할 좋은 기회를 준다”고 평가했습니다.
NBIM, ESG 투자 원칙 재고할 생각 “없어”…“ESG 투자는 수익 위한 것” 💸
실제로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ESG 용어를 더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해당 용어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정치적 무기화’가 됐단 것이 그 이유입니다.
여기에 올해 2월에는 기후대응을 위한 세계 최대 투자자 이니셔티브인 ‘기후행동100+(CA100+)’에서 JP모건자산운용 등 주요 투자사가 대거 탈퇴했습니다. 미 공화당의 반ESG 공격이 탈퇴에 주요 원인이었단 평가가 나왔습니다.
ESG 투자나 기후정책 등에 반발하는 ‘그린래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NBIM은 ESG 투자를 고수하겠다고 밝힌 것.
탕겐 CEO는 NBIM이 ESG 투자 원칙을 재고할 생각이 있냔 질문에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NBIM의 시각은 노르웨이 의회와 기금 문서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며 “ESG 투자는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투자 기업 모두 탄소중립 유도”…기후리스크 관리 못할 시 주식 매도 💰
NBIM은 노르웨이 석유·가스 부문의 잉여 수입을 투자하기 위해 1990년에 설립됐습니다. 올해 자산 규모가 1조 6,000억 달러(약 2,200조원)에 달합니다.
전 세계 상장 기업 주식의 약 1.5%를 보유한 만큼, 영향력도 막대합니다. 지난해 기준 513개 한국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NBIM은 ESG 투자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국부펀드로 꼽힙니다.
사측은 ‘2025 클라이밋 액션 플랜(Climate Action Plan)’을 수립하며 투자 기업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감축목표와 전환계획을 세울 것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즉, 이 계획은 NBIM이 투자한 기업 전체를 탄소중립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동시에 탄소감축에 소극적이거나 기후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주식은 매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실제로 성과도 있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8일 그리니엄이 NBIM의 연례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사측은 해당 계획에 따라 2023년 말 기준 포트폴리오상 투자 기업 중 2,385개가 과학에 기반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2022년과 비교해 790곳이 더 추가됐단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NBIM의 최고규정준수책임자(CGCO)인 카린 스미스 이헤나초는 “계획이 시작된 이후 1년이 지나며 더 많은 기업이 감축목표와 전환계획을 갖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업 주주총회에 올라온 기후결의안에 반대 던진 NBIM “불일치 해결해야” 🗳️
다만, 노르웨이 시민단체 ‘미래는 우리 손에(FVI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NBIM의 주주 투표 성향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ESG 투자에 있어서는 흔들림이 없으나, 기후대응에 있어서는 다호 미흡하단 것이 단체의 지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셰브론·엑슨모빌 등 NBIM이 주주인 9개 석유 기업 내에서 지난해 진행된 주주총회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16건의 주주 기후결의안 중 기후대응에 유해한 결의안 9건에 찬성표를 던졌단 것이 단체의 설명입니다.
반면, 토탈에너지·로열더치쉘 등 4개 석유 기업 연례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라온 모든 기후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체는 보고서에서 “NBIM은 연례총회에서 종종 기후에 관한 중요 결의안을 반대했다”며 “NBIM의 기후전략과 실제 투표 행동에는 심각한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NBIM이 기후대응에 유해한 결의안에 계속 찬성한다면 지속가능금융의 청지기의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단체는 NBIM이 자체 기후행동 계획에 설명된 상황에 맞춰 투표를 결정해야 한단 점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NBIM은 로이터통신에 “중요성, 규정성, 관련 회사 및 시장별 상황을 고려해 투표를 진행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투자한 기업이 회사의 기대를 충족할 시 기후변화와 같은 중요한 주제와 관련된 제안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주총회 투표 시, 기후대응 이외에도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찬반투표를 한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한편, 반ESG 공격으로 인해 전 세계 지속가능성 펀드는 지난해 4분기에 8,800만 달러(약 1,200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순유출을 기록한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약 9억 달러(약 1조 2,200억원) 규모의 신규 순유입을 기록해 소폭 반등했다고 모닝스타는 밝혔습니다.
탕겐 CEO는 “최근 ESG 투자 환경이 개선된 만큼 이를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 (ESG 투자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