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공급망 실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 기업들 역시 빠르게 대응에 나서야 한단 제언이 나왔습니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기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3월 15일(이하 현지시각) EU 이사회를 통과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의 핵심과 준수사항 등을 다뤘습니다.
18일 그리니엄이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 대표는 “생각보다 공급망 실사 준비기간이 부족할 수 있다”며 “(기업은) 실사주체인지 실사대상인지 스스로 진단해 보고, 그에 따라 대응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유럽의회 승인 남은 EU ‘공급망실사법’…“韓 기업, 미칠 영향 가장 ↑” 🤔
CSDDD는 국내에서는 ‘공급망실사법’으로 불립니다. 공급망 내 강제노동, 삼림벌채 등 인권·환경 문제에 있어 기업에게 예방 및 해결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EU의 여러 규제 중에서도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CSDDD는 현재 유럽의회 본회의 승인만 남은 상태입니다.
순매출 기준은 EU 역내와 역외 기업 모두 해당됩니다.
- 발효 3년 후|직원 수 5,000명·순매출액 15억 유로(약 2조 1,760억원) 이상
- 발효 4년 후|직원 수 3,000명·순매출액 9억 유로(약 1조 3,000억원) 이상
- 발표 5년 후|직원 수 1,000명·순매출액 4억 5,000만 유로(약 6,530억원) 이상
“EU 공급망 실사 체감 시기 더 빠를 것”…2025년 8월부터 실사 요구 ⚖️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프랑스,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이 이미 공급망실사법 시행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EU에서 시행 중인 ‘배터리 규정’ 역시 2025년 8월부터 유사한 형태의 공급망 실사를 요구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체감하는 시기가 더 앞당겨진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지난 2월부터 본격 시행된 배터리 규정은 EU 역내 유통되는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재활용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규정에 의하면, 생산·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신고와 공급망 실사가 의무화됩니다.
공급망 실사주체는 순매출액이 4,000만 유로(약 588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입니다.
허나, 실사가 배터리 원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업체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결과적으로는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는단 뜻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체의 경우 환경과 인권이 매우 취약한 국가로부터 목재·섬유·광물 등 원부자재를 조달할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실사를 이행하는 관점에서 과연 우리 기업이 개발도상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사 또는 계약조건을 통해 중대한 영향을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
공급망 실사를 준비하는 한국 기업을 향해 이 대표는 실사 준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EU의 공급망 실사의 범위는) 자사, 자회사, 공급망 내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협력사까지 포함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환경·인권에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이고 유효한 공급망 실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단 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정보 공개 필수” EU 공급망 실사체계, 4단계 걸쳐 구축해야 👀
이 대표는 공급망 실사체계 구축과 관련해 크게 4단계를 언급했습니다.
첫째, 공급망 실사의무를 기업정책과 관리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입니다. 실사방안, 대상주체가 준수해야 하는 행동강령 나아가 이행 절차 등이 모두 명시돼야 합니다.
둘째, 실사 대상기업과 자회사 그리고 협력사들의 사업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제 또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파악해 규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부정적 영향이란, 말 그대로 많은 사람 또는 광범위한 영역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합니다. 복원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전 상황을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한 영향도 포함됩니다
셋째, 부정적 영향이 규명된 후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예방과 완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이해관계자가 공급망 실사체계와 관련해 정당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고충처리 절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 범주에는 피해자와 노동조합은 물론 시민단체도 포함됩니다.
또 고충처리를 최소 12개월마다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할뿐더러, 기업실사 정책도 주기별로 개선하는 체계를 요구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내용은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행내용을 공개하도록 요구합니다.
“공급망 실사 대응 못할 경 계약 유지 어려울 수도 있어” 🚨
한편, 이 대표는 고객사의 관점에서 사업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객사의 공급망 관점에서 자사의 사업장이 환경 또는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단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소·중견기업은 EU의 공급망 실사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먼저 공급망 실사주체인지 실사대상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 즉 실사주체의 1차 협력사로서 명확한 실사 대상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차 협력사의 관리시스템을 통해 2~2차 협력사, 즉 하청업체까지 통제해야 할 경우 관리책임이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실사범위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며 “기업 스스로 부정적 영향을 정의하고, 예방, 저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대규모 투자가 동반될 수 있다”면서도 “대응에 실패한 실사 대상 기업은 더는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