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마련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를 앞두고 국내외 환경단체가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15개 국내외 환경단체가 모인 ‘플뿌리 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에서 이같은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녹색연합·서울환경연합·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등 15개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INC-4는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각)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됩니다. 이어 올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5차 회의를 거쳐 내년 중순 전권외교회의에서 최종 타결될 예정입니다.
플뿌리 연대는 세계 4위 합성수지 생산국이자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초기 가입국인 한국 정부가 협약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정책이나 INC에 제출한 의견서 등으로 볼 때 한국 정부의 역할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단체는 지적했습니다.
플뿌리 연대,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촉구 “2040년까지 생산량 75% 감축” 📉
이에 환경단체들의 주요 의견을 7가지로 정리해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7가지 의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플라스틱 생애 전(全)주기 통제 ②기후위기 해결책으로서 플라스틱 원천 감량 ③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 최소 75% 감축 ④대체제 전환 대신 재사용·리필 시스템 우선 ⑤열분해 재활용 정책 재검토 ⑥탈(脫)플라스틱·다회용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 ⑦플라스틱 국제협약서 하향식 공동 목표 아래 국가별 이행계획 마련 등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최근 19개국 시민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생산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린피스가 한국을 포함한 19개국에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세계 시민 10명 중 8명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71.8%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금지에 동의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이유나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은 국가별 자발적 목표가 아닌 하향식의 공동 목표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란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구속력 있는 책임하에 적극적인 행동을 이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생물다양성 보호와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총생산량의 75%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고 단체들은 강조했습니다.
한편, 측정 가능한 목표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제언도 나왔습니다.
국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리루프의 손세라 연구원은 플라스틱의 ▲특정 유형 ▲범주 ▲용도 등에 초점을 맞추어 목표가 세분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나아가 목표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국제 표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손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韓 정부 태도에 우려 표명 “화학적 재활용 재검토·재사용 우선 필요” ♻️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1차 플라스틱생산에 신중한 접근을 취하는 국내 산업계를 대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 정책이 쓰레기 관리와 대체재 개발 등 플라스틱 다운스트림(Downstream) 대책에 집중돼 있단 지적입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정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단체들은 촉구했습니다.
현 윤석열 정부는 규제 개선과 지원을 통해 폐플라스틱의 고부가가치 산업연료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0년 0.1%에서 2030년 10%로 확대하는 목표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작년 10월 환경부 역시 협약 대응 차원으로 2026년까지 공공 열분해 시설 10개소 확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폐기물 전문 국제환경단체 가이아(GAIA)의 문도운 정책연구원은 현재 화학적 재활용의 효용가치가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세계 1위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또한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생산 감축과 재사용·리필 시스템 구축, 물질 재활용 등 효과성이 보장된 해결책 중심의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문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단 요구도 나왔습니다. 유새미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활동가는 한국 플라스틱 산업이 중소기업·노동집약적 산업이란 점을 언급하며 산업 전환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독일의 탈석탄 전환 등의 사례를 참고하되 “국내 사정에 걸맞는 목소리를 (국제) 협상장에서 내주기를 촉구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