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9억 6,000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총선을 앞두고 인도 정부가 양파 수출 금지를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정부는 추가 통지가 있기 전까지 수출 금지 조치 유지를 연장할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양파 수출 금지는 같은달 31일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현지 양파 업계는 당초 수출 금지령 해제를 예상했습니다. 이를 두고 총선을 앞두고 서민 표심을 잡으려는 조치란 분석이 나옵니다.
인도에서는 양파가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대표적인 ‘뇌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상기후로 인한 수익 감소로 수만 명의 농민들이 트랙터 시위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에 이번 인도 총선에서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지 주목됩니다.
인도 정부, 총선에 양파값 챙기는 이유? “서민 물가의 지표” 📈
인도에서는 오는 19일부터 6월 4일까지, 6주간 하원 선거가 열립니다. 선거 결과, 5년 임기의 하원의원 543명이 선출됩니다. 다수당에 따라 인도 총리가 결정됩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 정부는 양파값을 잡기 위해 안간힘입니다.
양파는 인도의 서민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입니다.
저렴할 뿐더러, 인도 대부분 요리에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인도 정치에서 양파 가격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릅니다.
총선 직전인 1979년, 인도 양파 가격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에 1977년 실각했던 인디라 간디 총리는 양파값을 잡지 못한 정부를 공격했습니다. 그 결과, 선거에서 승리하며 재집권에 성공합니다.
이후 양파값은 인도 선거철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시아 ‘양파 파동’ 계속”…인도 정부, 양파 수출 금지 무기한 연장 🧅
그런데 인도의 양파값이 2023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해 겨울철 이상고온과 잦은 홍수 등으로 양파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엘니뇨 현상으로 강수량 부족도 극심했습니다.
양파 생산량이 급감하자, 작년 8월 인도 정부는 자국 내에서 수출되는 모든 양파에 40% 관세를 도입했습니다. 가격을 높여 해외 양파 수출을 억제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양파값이 진정되지 않자 12월, 수출 자체를 금지합니다. 그 여파로 아시아 전역에서 양파 공급이 급감하며 ‘양파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양파 수출 금지 조치는 무기한 연장됐습니다. 양파값이 여전히 높단 것이 이유입니다.
인도 소비자부에 따르면, 3월 23일 기준 인도 양파 평균 가격은 ㎏당 33.34루피(약 540원)입니다. 전년 대비 41.3% 높았습니다.
이번 수출 금지 조치 무기한 연장을 놓고 수출 업계에서는 항의가 거셉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총선을 염두한 대처란 주장입니다.
뭄바이 수출회사의 한 임원은 로이터통신에 “최근 가격 하락을 볼 때(수출 금지) 연장은 놀랍고 완전히 불필요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신규 양파 출하가 본격화되며 현지 양파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100㎏당 4,500루피(약 7만원)였던 양파 가격은 최근 1,200루피(약 2만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번 소식은 아시아의 양파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인도 정부의 발표 이후 양파 가격이 ㎏당 10센트 이상 급등했습니다.
트랙터 시위 나선 인도 농민 “419 총선까지 계속될 것” 🗳️
인도 양파 농민들의 반응도 차갑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상기후와 수확량 감소로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 판로마저 막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수출 금지 당시에도 수백 명의 양파 농부들이 트랙터를 끌고 나와 ‘뭄바이-아그라 고속도로’를 봉쇄했습니다.
트랙터 시위는 올해 2월 재개됐습니다. 이번에는 양파 농민을 넘어 전 농민이 참여했습니다.
인도 북부 펀자브·하리아나·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수만 명이 트랙터를 몰고 수도 뉴델리로 향한 것. 시위에 참여한 트랙터만 1만 5,000여대로 추산됩니다.
인도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국경을 봉쇄했고, 충돌 과정에서 농부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경 대응에도 농민들은 총선까지 정부에 대한 압력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농민들은 인도 정부가 2021년 약속했던 ‘농산물 최저가격제(MSP)’ 품목 확장을 이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농민의 생계를 위해 품질과 관련 없이 정부가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인도 정부는 쌀과 밀에만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23개 전 작물에 적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경제가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 다수인 농민들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인도 농민 비중 65% “기후총선 가능할까?” 🤔
인도 상공부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인도 인구의 65%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불만은 곧 총선의 당락을 결정 짓습니다.
현재 인도 농민들의 불만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2023년 독일 농화학 기업 바이엘은 지난 2년간 기후영향으로 인도 농민 소득이 평균 15.7%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인도 총선에서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기후정책이니셔티브의 드루바 푸르카야스타 인도 담당자는 “인도에서는 기후가 총선의 의제가 아니다”고 단언했습니다.
많은 인도 국민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문제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다만, 인도 정치권이 기후의제에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단 평가도 나옵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면서 기후대응에 대한 인도 정치권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단, 모디 총리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석탄화력발전을 고수하고 있어 비판받습니다.
이와 별개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현 여당인 인도인민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인도 기상청, 극한 폭염 예보 “총선에 끼칠 영향은?” 🌡️
한편, 지난 1일 인도 기상청은 향후 총선 기간 “극심한 더위를 겪을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인도는 28개주와 8개 연방 직할지에서 각기 다른 시기에 투표를 실시합니다. 투표 기간만 총 44일에 달합니다.
인도 기상청은 선거 활동 기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현지매체를 중심으로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경고도 나왔습니다. 이에 키렌 리지주 지구과학부 장관은 관련 부처에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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