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7년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부담금이 부과될 전망입니다. 즉, 선박에 탄소세를 부과한단 뜻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1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1)’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IMO 넷제로 프레임워크 초안’에 합의했다고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오는 2025년 최종안을 채택해 2027년 발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MO는 선박의 국제적 운영에 관한 규제와 국제법 등을 관장합니다. 한국을 포함해 현재 176개 회원국과 3개 준회원국이 소속돼 있습니다.
IMO 사무총장, 2025년 초에 해운업계 탄소세 책정 세부 메커니즘 나와 ⚖️
IMO에 의하면, 현재 해상 운송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합니다.
작년 7월 IMO는 2050년경까지 국제 해운 부문 또한 탄소중립에 도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중 하나로 선박 배출량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고려됐습니다.
이후 올해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담은 초안이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입니다.
실제로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국제 기준에 따라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이 부과되는 세계 첫 사례가 됩니다. 그간 온실가스 부담금은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각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부과해 왔습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즈 IM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탄소에 가격을 매긴다는 사실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2025년 이맘때쯤에는 구체적인 책정 메커니즘이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선박 배출량 따라 탄소세 부과 방안 고려”…선진국 vs 개도국 간 대립 🚢
이번 회의에서는 해운업계에 크게 2가지 방법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법이 논의됐습니다.
먼저 선박의 화석연료 사용을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제한해 나가는 ‘연료표준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선박의 배출량에 따라 일정 부담금을 부과하는 ‘온실가스 비용체계’입니다.
블룸버그통신·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온실가스 비용체계에 약 60개국의 회원국이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운용 방식에 대해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의견 대립이 이어졌습니다.
예컨대 남태평양 도서국 마셜제도는 선박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1톤당 150달러(약 20만원)가 넘는 금액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등 선박업계 주요국 모두 서로 다른 내용의 부담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의하면, IMO 회원국은 총 7가지 제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톤당 탄소세 부과 가격을 최소 20달러에서 최대 250달러(약 2만 6,900원~약 33만 6,800원)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앞서 2022년 톤당 2달러(약 2,600원)의 금액을 부과하잔 내용도 부결된 바가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부담금 규모 ▲납부처 ▲자금 활용 방법 등을 놓고 더 많은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각국의 입장이 대립돼 구체적인 (탄소세 부과) 형태는 결정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2027년 규제 시행을 목표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과 ‘2023 온실가스 감축전략’ 상의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제의 형태가 설계돼야 한단 점에서 합의를 이루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8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20~30% 감축을 목표로 합니다. 이후 2040년까지 70~80% 감축,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구상입니다.
“선박 배출량에 탄소세 부과에 해운업계 반응 ‘대체로 부정적’인 이유는?” 🤔
회원국 모두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기후총회(COP)와 달리 IMO의 주요 결정은 과반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현재 해운업계 탄소세 부과 안건에 주요 회원국 대다수가 지지한단 점을 고려하면, 2025년 최종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일단 탄소세 부과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로이터통신은 해운업계 관계자들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2024년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CERAWeek 2024)’에서 이같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앤드류 제임슨 클리어레이크 해운사 공동대표는 콘퍼런스에서 “누구도 화석연료 사용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해운업계가) 대안으로 뭘 사용해야 할지 뚜렷하게 제시하는 주체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수소,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양한 연료가 대안으로 검토되 있으나 뚜렷한 대체제로 부각된 친환경 연료는 없습니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상용화를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개발(R&D) 필요합니다. LNG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단기적으로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메탄을 배출합니다.
그나마 대안으로 거론되는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작년 9월 노르웨이선급협회(DNV)는 해운업계가 현 추세에 맞춰 친환경 연료 사용을 늘리면 2030년에는 연간 1,700만 톤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위르니키 미국선급협회 최고경영자(CEO)는 “해운업계를 계속 괴롭히는 문제는 미래에 사용할 충분한 연료가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단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IMO는 오는 가을에 회담을 통해 세부사항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탄소세 부과 시 韓 해운업계 최대 4.9억 부담…“조선사는 되려 호재” ⚓
탄소세 부과 시 국내 해운기업은 최대 4조 9,000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에 KMI는 해운기업의 탄소 저감을 위해선 설비 투자는 물론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삼성증권은 “선박 환경규제 강화라는 방향성이 후퇴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선박은 사용 연한이 매우 긴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규로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사 입장에서는 환경규제 강화를 전제로 발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단 것이 삼성증권의 분석입니다.
이에 삼성증권은 “기술력이 우수한 소수의 조선사에게 일감이 집중되고 이로 인해 선가가 상승하는 현상도 유지될 것”이라며 “한국 대형 조선사들의 수혜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