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섬나라 아이슬란드가 식량안보를 위해 비트코인 채굴에 규제를 가할 계획입니다. 그 대신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을 옥수수 생산 등 농업부문으로 전환한단 구상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이슬란드 정부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전했습니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FT와 인터뷰에서 “최근 유럽 농민들의 시위와 무역 차질로 북유럽 국가들은 (식량)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슬란드에서 농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나, (식량)안보와 안정을 위해선 중요한 부분”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1위 아이슬란드…데이터센터 활황에 에너지 부족 ⚡
아이슬란드의 식량자급률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28일 그리니엄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산하 경제복잡성관측소(OEC)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22년 기준 아이슬란드는 1,790만 달러(약 241억원) 규모의 옥수수를 수입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현재 식량 자급률은 곡물 1%, 채소는 약 43%에 그칩니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 비트코인의 채굴 비중 1위(1.3%)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컴퓨터에 의해 채굴된 비트코인은 엄청난 전력 소비를 야기합니다.
북유럽 일대는 냉각 비용이 덜 들어가는 추운 기후 덕에 데이터센터 산업이 활황을 맞았습니다. 특히, 지열·수력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아이슬란드는 세계적으로 저렴한 수준으로 전기 공급이 가능한 이점 덕에 데이터센터와 비트코인 업계 상당수가 위치해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아이슬란드는 전체 전력의 약 85%를 지열발전 등 재생에너지로부터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와 비트코인 업계로 인해 다른 산업에 쓰일 에너지가 부족하단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는 겨울철 전력부족으로 인해 생선가공 공장은 재생에너지가 아닌 석유와 디젤 발전기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총리 “청정에너지, 데이터센터 아닌 주택·산업 재배치 우선” 🏡
시장조사기관 룩소르에 의하면, 비트코인 업계가 아이슬란드에서 소비하는 전력은 약 120㎿(메가와트)에 달합니다. FT는 이 수치를 인용하며 “아이슬란드 전체 가구의 전력보다 많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야콥스도티르 총리는 “현재 데이터센터는 청정에너지 상당 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로 만든 귀중한 전기는 데이터센터에서 주택과 다른 산업에 재배치돼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아이슬란드 국민 37만 5,000명의 에너지 수요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아이슬란드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은 ‘녹색산업’에 포함되지 않는 단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역내 농업 생산량 증진 위해 전력 재배치·보조금 도입 시사 🌽
한편, 아이슬란드 정부의 이같은 기조는 최근 유럽 내 식량 공급망을 둘러싼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2022년 아이슬란드는 브라질 다음으로 독일(852만 달러)과 네덜란드(327만 달러) 등 주변국에서 옥수수를 수입했습니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던 유럽 주요국들이 이상기후와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해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상황입니다. 이에 내부에선 식량안보 차원에서 수입의존도를 낮춰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야콥스도티르 총리는 “(아이슬란드는) 수입된 옥수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공급망 붕괴로 인해 직접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역내 옥수수 재배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며 생산량 확대를 위해 농업자금 지원시스템 도입을 시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