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균일한 품질의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커피캡슐. 카페에서나 맛볼 수 있던 커피를 편리하게 마실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인기가 많은 만큼 배출되는 커피캡슐 폐기물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2일 그리니엄이 포장학회지 연구 결과를 확인한 결과, 세계에서 한해 배출되는 커피캡슐 폐기물은 57만 6,000톤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커피캡슐이 복합재질로 이루어진 탓에 분리수거나 재활용이 어렵단 것입니다.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최대 커피캡슐 기업 큐리그가 나섰습니다. 사측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3일 퇴비화가 가능한 커피캡슐과 이를 위한 커피머신을 선보였습니다.
美 최대 커피캡슐 기업 CEO “소비자 인식, 30년 전과 달라” 👀
한국에서는 생소한 큐리그. 미국 유명 식음료 브랜드 ‘큐리그 닥터페퍼(KDP)’ 산하 커피 브랜드입니다.
KDP는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음료 기업입니다. 현재 시가총액 410억 달러(약 55조원)에 달합니다. ‘큐리그 그린 마운틴’란 커피 생산 기업이 모태로, 커피 업계에서 오랜 기간 입지를 다졌습니다.
2018년에는 미 3대 탄산음료 기업 ‘닥터페퍼-스내플’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는 2010년대 큐리그 커피캡슐 ‘K-Cup(K-컵)’의 성공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큐리그가 폐기물 문제 해결에 나선 것도 자사 커피캡슐의 영향력을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갬고트 KD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몇 년 전부터 소비자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커피를 추출하고 나온 K-컵은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그리고 커피박으로 이뤄져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갬고트 회장은 “K-컵을 발명했던 30년 전만해도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30년 후에도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K-컵을 죽여라” 캠페인, 회사 재활용 약속으로 이어져 🦖
사실 큐리그의 변화를 촉발한 건 2015년 유튜브에 공개된 한 동영상 덕분입니다.
영상 제목은 ‘K-컵을 죽여라(Kill the K-Cup)’. 커피 추출 후 버려진 캡슐로 이뤄진 괴물이 도시를 침공하는 내용입니다.
영상은 큐리그의 캡슐이 재활용이 불가능하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로 인한 폐기물이 지구 적도를 10.5바퀴 돌 정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영상 조회수는 현재 96만 회를 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소비자와 환경단체는 큐리그에 책임을 묻는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2017년 큐리그는 K-컵을 재활용 가능한 설계로 바꿀 것을 약속합니다.
우선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뚜껑과 캡슐의 분리가 쉽도록 재설계했습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소재는 폴리프로필렌(PP)으로 대체했습니다. PP는 비교적 재활용이 쉽습니다.
이후 소비자들이 캡슐을 소재별로 분리해 배출하면 시설에서 재활용된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해당 재활용 프로그램은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로에도 큐리그의 커피캡슐을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지역별로 재활용 시설이 달라 재활용 가능 여부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2018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퇴비화 커피캡슐 개발 위해, 스위스 스타트업 손잡아 🇨🇭
계속된 논란 끝에 큐리그는 한발 더 나아가는 길을 택합니다. 바로 퇴비화 포장입니다.
그간 큐리그는 공급망 내에서 대체 가능한 퇴비화 가능한 소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오랜 탐색 끝에 큐리그는 한 스위스 기업과 만나며 해답을 찾았습니다.
해조류 포장재 스타트업 ‘델리카’입니다. 스위스 소매기업 미그로스의 자회사로, 해조류 코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큐리그는 델리카와 파트너십을 맺고 연구개발(R&D)에 착수합니다. 덕분에 양사는 퇴비화 커피캡슐 ‘K-라운드’를 개발해냅니다.
해조류에서 추출된 셀룰로오스 기반 코팅이 압착된 원두 가루를 감싼 형태입니다. 코팅은 무색무취로 커피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K-라운드는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2차 포장재를 개방하면 유통기한은 30일로 감소합니다. 셀룰로오스 특성상 유통기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측은 해조류 코팅을 보호하면서도 재활용이 가능한 2차 포장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조류 커피캡슐, 폐기물 감축에 탄소포집까지 “향미도 풍부” ☕
커피를 추출한 K-라운드는 통째로 퇴비로 사용되거나 흙에서 분해될 수 있습니다. 소재별로 분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덕분에 커피캡슐 폐기물 매립·소각을 방지할 수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큐리그는 2025년 정식 출시 이전까지 100% 퇴비화 인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해조류를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바다에 용존해 있는 탄소를 포집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합니다. 육지 식물보다 흡수량도 최대 20배 더 높습니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오염도 적습니다.
뿐만 아니라, 큐리그는 K-라운드가 고객에게도 새로운 커피 경험을 줄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존 K-컵은 단일한 규격으로 인해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커피 양이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면, K-라운드는 이러한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용기 대신 코팅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로저 존슨 큐리그 최고공급망책임자(CSCO)는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캔버스를 확장한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추후 용량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큐리그, 전용 커피머신 ‘알타’ 공개…“기존·퇴비화 캡슐 모두 호환” 💊
단, K-라운드는 기존 큐리그 커피머신과 호환되지 않습니다. 이에 큐리그는 신규 커피머신 ‘알타(Alta)’를 함께 공개했습니다.
물을 채우고 커피캡슐을 넣으면 커피를 내릴 수 있단 점은 일반 커피머신과 같습니다. 독특한 점은 기존 커피캡슐(K-컵)과 K-라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단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알타에는 커피캡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두 곳이 존재합니다. 한 곳에는 K-라운드를, 다른 곳에는 K-컵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호환 가능한 기계 개발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과정이었다고 갬고트 KDP 회장은 토로했습니다. 모양과 소재가 상이한 두 종류의 캡슐을 수용하려면 설계가 더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까닭, 바로 소비자에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는 것은 부담입니다. 아직 다 쓰지 못한 기존 캡슐이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맛의 제품이 언제 K-라운드로 출시될지도 미지수입니다.
현재 큐리그의 커피캡슐 제품은 종류만 총 500여종에 달합니다.
기존 소비자들을 K-라운드 시스템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과도기적 해결책이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커피캡슐 공룡기업의 도전, 업계 미칠 영향은? 🤔
한편, 큐리그는 오는 가을 퇴비화 커피캡슐 및 커피머신 시범운영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사측은 오는 2025년 상용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커피캡슐 기업의 변화는 업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남은 과제는 전용 커피머신을 어디까지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큐리그 측은 현재 커피머신 가격을 49달러(약 7만원)에서 200달러(약 27만원)까지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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