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용기에 분쇄 원두가 들어있는 캡슐커피. 집이나 사무실에서 카페에서 맛보던 여러 종류의 커피를 쉽고 편리하게 맛볼 수 있단 점에서 각광받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국내 캡슐커피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야외활동이 제한되고 재택근무가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주요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간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2018년 1,000억 원이었던 시장이 불과 몇 년 사이 4배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문제는 캡슐커피는 분리수거나 재활용 모두 어렵단 것입니다. 캡슐용기 상당수가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재질 등으로 제작됐으나, 제품 구조 특성상 뚜껑과 커피찌꺼기(커피박) 등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41% 캡슐용기 일반쓰레기로 배출…“재활용 가능 여부 몰라” 😦

2021년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 판매 중인 캡슐용기 재활용 실태 및 소비자인식 등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500명 중 207명(41.4%)은 캡슐커피를 일반쓰레기로 배출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캡슐커피를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이유에 대해 ‘캡슐 재활용 가능 여부를 몰라서’가 87명(42%)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여러 재질이 혼합돼 분리배출이 어려워서’로 응답한 이가 76명(36.7%)으로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해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제학술지 와일리(WILEY)에 올라온 한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캡슐커피 폐기물은 약 57만 6,000톤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일부 국가 및 도시에서는 일회용 캡슐커피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이 시행 중입니다.

2016년 독일 함부르크 시의회는 공공기관 내 일회용 캡슐커피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2021년 멕시코시티 시의회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품목에 플라스틱 용기로 만든 일회용 캡슐커피를 포함했습니다.

 

▲ 스위스 소매업체 미그로스가 개발한 ‘커피볼’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등 용기에 담겨 있지 않고, 해조류 코팅으로 외관이 둘러쌓인 것이 특징이다. ©Migros

해조류 코팅으로 만든 ‘커피볼’, 폐기물 제로(0)·100% 퇴비화 가능해

대안은 없는 걸까요? 캡슐커피 용기 자체에서 폐기물이 아예 안 남도록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 소매기업 미그로스(Migros)는 커피 원두 자체를 아예 공처럼 만든 ‘커피볼(Coffee Ball)’을 선보였습니다.

커피볼은 해조류로 만든 얇은 막으로 코팅된 덕에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같은 용기가 필요 없습니다. 해조류 코팅이 무미·무취로 커피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미그로스는 설명했습니다.

커피볼을 둘러싼 해조류 코팅은 커피가 추출되는 동안 녹지 않습니다. 해조류 코팅은 커피박의 일부로 버려집니다.

이 코팅은 커피박과 마찬가지로 퇴비로 사용되거나 흙에서 최대 4주 이내에 분해됩니다.

 

▲ 커피볼에서 커피를 추출한 이후 나온 커피박의 모습. 해조류 코팅은 커피박의 일부로 같이 버려진다. ©Migros

커피볼 9개가 들어간 제품은 약 5달러(약 6,600원)에 판매 중이며, 다른 캡슐커피와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커피볼을 분쇄해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B(CoffeeB)’라는 커피머신이 필요합니다. 재활용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졌고, 수리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모듈식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커피볼과 해당 기계는 현재 스위스와 프랑스 그리고 독일에 출시된 상황입니다.

 

▲ 스위스 소매업체 미그로스는 캡슐커피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조류로 ‘커피볼’을 개발했다. ©Migros

네스프레소 전직 임원이자 미그로스 커피볼 책임자인 프랭크 와일드는 “캡슐 없는 시스템이 커피 시장의 미래로 생각한다”며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캡슐커피 시장이 시간이 경과하면 단계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기자동차와 같은 급격한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 않겠으나 캡슐커피가 가지고 있는 폐기물 등 환경문제를 커피볼이 해결할 수 있다”고 와일드 책임자는 덧붙였습니다.

 

▲ 독일 포장재 기업 알플라는 가정용 퇴비화가 가능한 캡슐커피 ‘블루써클’을 선보였다. ©Blue Circle

EU 포장재 관리 규제 강화 대비해 ‘생분해성’ 캡슐커피 줄이어 🇪🇺

커피볼과 별개로 캡슐커피 자체가 생분해성이 되도록 만드는 개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독일 포장재 기업 알플라(ALPLA)는 가정용 퇴비화가 가능한 ‘블루써클( Blue Circle)’ 캡슐커피를 선보였습니다. 캡슐커피 뚜껑과 용기 모두 식물 기반 생분해성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거나, 가정 내 식물용 퇴비로 사용해도 몇 주 이내로 생분해된다고 알플라는 밝혔습니다.

영국 포장재 기업 솔리나트라(Solinatra) 또한 지난 20일(현지시각) 식물 기반 생분해성 소재료 캡슐커피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알플라와 솔리나트라 두 기업 모두 제3자 인증기관으로부터 생분해성 인증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양 기업의 생분해성 캡슐커피는 기존 커피머신에 그대로 호환되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편, 유럽 내 포장재 및 커피 기업들은 유럽연합(EU)의 일회용 캡슐커피 금지 정책 추진에 맞서 발빠르게 생분해성 캡슐커피를 준비 중입니다.

EU는 일회용 캡슐커피 등을 포함한 포장재 폐기물을 대폭 줄이기 위한 개정안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 개정안’ 초안에 담긴 내용입니다.

초안에 의하면, 생분해성이 아닌 일회용 캡슐커피 용기는 27개 EU 회원국 전역에서 판매가 금지됩니다. 해당 초안은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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