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러시아 대통령 선거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종 득표율에서 약 87%을 기록해 5선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17일(이하 현지시각) 사흘간 실시된 대선 결과, 푸틴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습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고인 87.28%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대선 투표율 역시 역대 최고인 77.4%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푸틴 대통령의 집권 기간은 2030년까지 늘게 됐습니다. 여기에 4년 전 임기 중 단행한 개헌으로 2036년 84세까지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종신집권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나아가 국제사회의 기후대응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단 뜻입니다.
러시아 대선 역대 최고 득표율·투표율 나온 까닭은? 🤔
87%란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언론인 예카테리나 둔초바 등 반(反)정부 성향 후보들이 대선 후보 등록 과정에서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선관위로부터 등록을 거부당했습니다.
나아가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옥중에서 의문사한 영향도 큽니다.
‘비밀 선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투표장에는 가림막도 없었을뿐더러, 속이 보이는 투명 투표함이 사용됐습니다. 투표지도 접지 않고 넣도록 해 선거 관리인들은 기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부재자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온라인 투표’가 러시아 대선 최초로 도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입니다. 푸틴 대통령 또한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온라인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온라인 투표가 (대선)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투표 결과) 조작도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대안 후보 부재 속 높은 경제성장률 기록한 러시아…‘푸틴주의’가 장악 🏛️
대안 후보가 없는 가운데 유권자 상당수는 푸틴 대통령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단 분석이 나옵니다.
경제 여건도 나쁘지 않습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가 2023년 3% 성장한데 이어 올해에는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앞선 것입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으나 중국과 인도 등의 도움으로 러시아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기 정경유착 일부를 끊어내고, 석유·천연가스 사업을 국유화해 국가 경제를 정상화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위대한 러시아’를 내세우면 서방과의 대결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의 지도력 덕에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고 과시했습니다.
이같이 푸틴 대통령이 구축한 체계를 전문가들은 ‘푸틴주의(Putinism)’라고 부릅니다. ‘푸티니즘’이라고도 불립니다. 푸틴 대통령 한 사람이 러시아 민족주의, 보수주의, 국가자본주의, 종교 나아가 미디어까지 장악한 것을 뜻합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킴마지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국익을 옹호하는 푸틴의 이미지를 더 강화시켰다”며 “푸틴주의가 푸틴 대통령 임기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CBI 수석연구원 “러시아 유권자 상당수 기후변화 우려하지 않아” 🤔
비영리단체 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의 수석연구원인 미하일 코로스티코프는 “러시아 유권자 상당수는 지구온난화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코르스티코프 수석연구원은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아무도 기후변화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이 러시아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다들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정치권에서 ‘기후’는 크게 관심을 못 받는 영역입니다. 기후정책에 관심을 기울인 정치인으로는 옥중에서 사망한 나발니가 거의 유일했습니다.
현지 영자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기후변화와 환경이 나발니와 그의 팀에게 주요 초점은 아니었다”면서도 “다른 정치인들이 환경 문제를 무시할 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기후활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야당 정치인인) 나발니가 죽지 않았다면 향후 (기후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기후행동추적, 러시아 2030 NDC·2060 탄소중립 “매우 불충분” 🚨
푸틴 대통령은 기후대응에 있어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03년 러시아가 기후변화로 따듯해지면 “(사람들이) 모피 코트에 돈을 덜 쓸 수 있고 곡물수확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오늘날까지도 러시아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종종 언급됩니다.
그러던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 개막식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인류 전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문제”라고 우려했습니다.
이후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러시아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계획을 발표합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나아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계획입니다.
그러나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은 러시아의 2030 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2030년까지 배출량 계속 증가
CAT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 전반에서 나온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러시아 배출량은 점진적으로 상승했습니다. 2020년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었습니다.
CAT은 현 러시아의 기후정책이 “야심차지 않을뿐더러 배출량 감축의 예상 효과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국제메탄서약 등 주요 기후대응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습니다.
오늘날 러시아는 세계 4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전체 배출량의 4.6%를 차지합니다.
2️⃣ 러시아 전체 예산·발전원, 석유·천연가스에 크게 의존
이는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 산업 구조 탓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러시아는 전체 GDP의 약 70%와 정부 예산의 50%를 화석연료 수출에 의존했습니다.
더욱이 러시아 내 전력소비량은 매년 늘어난 반면, 전력원 상당수가 석탄(1위)과 천연가스(2위) 같이 화석연료에 의존한 탓도 큽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1990년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내 발전원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3️⃣ 턱없이 적은 기후예산
기후대응을 위한 예산 규모도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군비 증강 등을 이유로 러시아 내 환경 프로그램 예산(2024~2026년)은 삭감됐습니다. 삭감 규모는 약 60억 루블(약 871억원)로 전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기후협력 난항” 러시아-서방 갈등 속 북극권 기후연구 중단 이어져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기후대응에도 이미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장 전쟁 직후 러시아가 북극 내 기후데이터 공유를 상당 부분 차단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3주기를 맞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극해 인접국들의 국제 컨소시엄인 ‘북극 육상 연구·모니터링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INTERACT)’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94개 관측소 중 21개가 러시아에 소재해 있습니다. 전쟁 직후 러시아 내 관측소에서의 기후데이터 공유는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는 관련 관련 악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게재됐습니다.
연구저자인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생태학과 교수인 에프렌 로페즈-블랑코는 논문에서 “러시아 관측소의 데이터가 제외되면 기후데이터 대표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이 잇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함에 따라 북극 내 지정학적 위험도 커진 상황입니다. 이들 국가가 NATO에 가입함에 따라 북극에 국경을 맞댄 8개국 중 7개국이 러시아 나토로 묶인 상황입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 상태입니다.
한편, 러시아 국영통신사 타스통신에 따르면 5선이 확정된 날(17일)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고스티니보르에 마련된 선거운동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한 러시아”를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NATO와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대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본격적인 제3차 세계대전에서 불과 한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단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