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로 바삭한 베이컨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선뜻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실제로 이를 현실로 만든 곳이 있습니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우마로푸즈의 이야기입니다.
2022년 설립된 우마로푸즈는 해초를 원료로 베이컨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곳입니다. 맛과 식감 모두 기존 베이컨과 차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우마로푸즈는 이달 초 2차 시드투자를 통해 380만 달러(약 5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투자는 농업·식품 전문 벤처캐피털(VC)인 애그펀더가 주도했습니다.
14일 그리니엄이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우마로푸즈가 설립 후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680만 달러(약 89억원)에 이릅니다. 사측은 “이번 시드투자를 기반으로 해초 베이컨 생산량과 사업 규모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식물성 대체육 개발 기업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나온 투자 소식인 만큼 우마로푸즈에 이목이 쏠립니다.
“바이오연료에서 대체 단백질 개발로 눈 돌린 우마로푸즈 CEO, 이유는?” 🤔
우마로푸즈가 해초 베이컨을 개발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베스 조터는 당초 해초 기반 바이오연료 개발을 목표로 했습니다. 미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후 UC버클리(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그는 해조류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조터 CEO는 “해초를 포함한 조류는 광합성 비율이 높다”며 “이를 활용해 연료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가 갔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에 그는 한 바이오연료 개발 스타트업에서 연구개발(R&D) 업무를 맡습니다.
그러나 바이오연료 개발 업무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가격경쟁력에서 해초 기반 바이오연료가 화석연료보다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조터 CEO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이오연료가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단 것을 깨달았다”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그는 해초 기반 단백질 개발로 눈을 돌립니다. 바이오연료보다는 대체 단백질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단 것이 당시 그의 판단이었습니다.
우마로푸즈 CEO “해초 베이컨, 美 시장 공략 가능” 🥓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권 국가에 해초를 먹는 문화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조터 CEO는 베이컨에 주목합니다. 베이컨은 미국 식단에서 핵심 재료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인 1인당 연간 평균 베이컨 소비량은 약 18파운드(약 8.1㎏)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의하면, 2011년부터 미국 내 베이컨 소비량은 매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초로 베이컨을 만들 수만 있다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판단했습니다.
이후 그는 비영리기관 굿푸드인스티튜트(GFI)로부터 25만 달러(약 3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아 해초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중 푸드테크 기업에서 연구를 수행하던 아만다 스타일스를 공동창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합니다.
스타일스 CTO는 우마로푸즈 합류 전까지 약 4년간 완두콩 단백질 제품 전문 기업 리플푸드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바삭한 해초 베이컨, 어떻게 재현했나? 🧪
그렇다면 우마로푸즈는 어떤 기술을 사용해 기존 베이컨의 맛과 바삭한 식감을 재현했을까요?
비결은 해초, 정확히는 홍조류에 풍부한 ‘하이드로콜로이드(Hydrocolloid)’ 덕분입니다. 쉽게 말해 젤라틴이 풍부하단 것.
기존 대체육에 사용된 식물성 지방 상당수는 녹는점이 낮습니다. 달리 말하면 대체육을 요리할 땐 고기 속 기름이 더 빨리 녹아 ‘육즙’이 사라집니다. 이같은 한계를 하이드로콜로이드로 해결하는 동시에 풍미를 지킨 것이 우마로푸즈 기술의 핵심입니다.
먼저 우마로푸즈는 홍조류에서 하이드로콜로이드와 단백질을 각각 추출합니다. 추출한 하이드로콜로이드는 해바라기유와 코코넛유와 섞어, 해초 베이컨을 굽는 동안 식물성 기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일종의 캡슐 역할을 맡습니다.
고기 맛이 나게 하는 단백질 성분 헴(heme)은 홍조류에서 추출합니다. 단백질 함량을 더하기 위해 추가로 병아리콩이 섞입니다.
여기에 파프리카 등에서 추출한 붉은 염료를 추가하고, 바다 소금으로 맛을 내면 끝입니다.
우마로푸즈는 해초 베이컨 개발과 관련해 별도의 특허도 출현한 상태입니다.
이와 별개로 사측은 베이컨의 기존 향미를 구현하기 위해 미 오리건주립대 산하 식품혁신센터와 협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마로푸즈,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 출연해 美 전역서 화제 모아 📺
사측은 자사의 해초 베이컨이 기존 육류나 다른 식물성 대체육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해조류는 탄소 격리가 가능할뿐더러, 대두나 콩과 달리 담수나 합성비료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터 CEO는 “콩과 마찬가지로 해초도 단백질 함유량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우마로푸즈가 본격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2022년 8월 ABC 방송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Shark Tank)’에 출연한 덕분입니다.
샤크탱크는 유명 사업가나 예비 투자자 앞에서 본인의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투자받는 프로그램입니다.
조터 CEO와 스타일스 CTO는 방송에 출연해 투자자들에게 해초 베이컨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선보입니다.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호평과 함께 회사 지분 일부 인수를 대가로 100만 달러(약 1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합니다.
또 해당 방송을 계기로 연예계도 잇따라 우마로푸즈에 투자를 진행합니다. 예컨대 미국 프로농구(NBA) 소속 유명 선수이자 채식주의자인 크리스 폴이 추가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우마로푸즈는 지난 2월 미 에너지부의 ‘에너지 혁신 프로그램(ARPA-E)’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조금 규모는 약 178만 달러(약 23억원)입니다.
사측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해조류에서 단백질과 미네랄 등 주요 영양분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출하는 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우마로푸즈 “해초 베이컨 생산 규모 확장 위해 아시아 기반 식품기업 찾아” 🤝
한편, 우마로푸즈는 현재 해초 베이컨 중 일부를 식당 등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88개 매장에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측은 현 생산 규모가 “6만 파운드(약 27톤)에 이른다”며 “시드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 구조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마로푸즈는 해조류가 풍부한 아시아에 초점을 두고 식품 기업을 찾아 나섰습니다.
조터 CEO는 “합작 투자나 제조 파트너십을 통해 (해초 베이컨) 생산을 확장할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며 “아시아에 기반을 둔 대형 식품기업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해조류 단백질 개발을 위해 B2B(사업간거래) 부문 개발이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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