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두달 연속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생 전기자동차 브랜드에 올랐습니다.
화웨이는 자사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AITO)’가 중국 신생 전기차 브랜드 중 지난달 판매량 1위를 찍었다고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1월에 이어 2월 역시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1월 3만 2,973대, 2월 2만 1,142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은 대개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는 시기임에도 이같은 성과를 냈단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단, 해당 순위는 테슬라·BYD(비야디) 등 대형 업체를 제외한 신생 전기차 브랜드만 포함됩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빅테크 기업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 인상적인 진출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화웨이가 강자로 떠오를 수 있던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테슬라 대항마로 떠오른 中 화웨이, 2021년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 출시 🚗
화웨이는 세계 상위 50대 통신사 중 35개 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입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업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 왔습니다.
그러던 2021년 화웨이는 돌연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신사업 개발에 착수합니다.
같은해 12월 화웨이는 전기차 기업 세레스와 협력해 자체적인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와 첫 전기차 모델 ‘아이토 M5’를 발표합니다. 화웨이는 전기차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했습니다.
화웨이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경쟁 모델로 삼았습니다.
동시에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테슬라 모델 Y’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후 2022년 두 번째 모델 ‘아이토 M7’과 2023년 세 번째 모델인 ‘아이토 M9’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시장 확보에 나섰습니다.
“화웨이, 中 완성차 기업과 협력해 전기차 시장서 존재감 부각” 🙌
화웨이는 여러 중국 완성차 기업들과 협업을 발표하며 전기차 업계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단순 소프트웨어 판매를 넘어 다양한 깊이로 폭넓은 협력을 꾸려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화웨이는 완성차 기업들과 3가지 협력 모델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부품공급모델
화웨이가 완성차 기업에 표준화된 부품을 공급하는 모델입니다. 통신장비에 필요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으로 기존 부품 판매 기업의 사업모델과 같습니다.
2️⃣ HI 모델
화웨이가 스마트자동차 솔루션을 제공하고 차량에 ‘HI(Huawei inside)’ 로고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과거 개인 컴퓨터(PC) 시장에서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 로고로 브랜드 지위를 높인 방식을 연상시킨단 평가를 받습니다. 솔루션 모델로도 불립니다.
스마트콕핏(차량용 조종석),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클라우드 서비스 등 화웨이의 맞춤형 ‘EV 기술 풀세트’가 제공됩니다.
국영기업 창안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과 화웨이가 협력해 출시한 하이엔드 전기차 브랜드 ‘아웨이타(阿维塔) 11’이 대표 사례입니다.
3️⃣ HIMA 모델
화웨이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제공됩니다. 또 화웨이가 차체 설계 등 하드웨어 개발에도 공동 참여하는 모델입니다. 제품 디자인, 마케팅, 차량 판매, 품질 관리 및 배송에도 참여합니다.
HIMA는 ‘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의 줄임말입니다. 세레스와의 합작해 만든 전기차 모델 ‘즈쉬안(智選)’에 처음 적용됐습니다. 일명 ‘화웨이즈쉬안(華爲智選)’ 모델로 불립니다.
이에 대해 화웨이 컨슈머사업의 위청둥 최고경영자(CEO)는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즈쉬안 모델을 채택했으며 상호 충돌한 적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화웨이 인기 비결은? “맥도날드도 주목한 훙멍 생태계” 🌐
특히, HIMA 모델은 화웨이가 여러 완성차 업체와 협업하며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던 비결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화웨이와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선 이뉴느 무엇일까요?
답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 ‘훙멍(鴻蒙·Harmony)’에 있습니다. HIMA의 H도 화웨이의 훙멍 OS를 뜻합니다. 훙멍 OS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기존의 안드로이드 기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어렵게 되면서 자체 개발에 나선 결과물입니다.
훙멍 OS의 강점은 확장성입니다. 시작부터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표방했습니다. 지난해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도 훙멍OS와 호환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나서 화제가 됐습니다.
완성차 기업 중에서는 세레스, 창안차, 체리자동차,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장화이자동차그룹(JAC) 등이 화웨이의 훙멍 OS 생태계 구축에 합류한 상황입니다.
이같은 협력의 결과는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화웨이·세레스의 합작 전기차 아이토에서 출시한 전기차 ‘아이토 신형 M7’은 출시 한 달 만에 6만대가 판매됐습니다. 작년 11월 체리차와 함작해 출시한 전기차 ‘럭시드 S7’ 또한 예약 판매 일주일만에 주문량이 1만대를 넘었습니다.
이후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스마트카 사업부 분사를 발표하며 훙멍 생태계 확장에 나선 상황입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훙멍 생태계를 본격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창안차가 최대 40%의 지분 투자에 나설 계획이며, 다른 완성차 기업의 투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분사 기업은 ▲스마트 주행 솔루션 ▲스마트콕핏 ▲스마트자동차 디지털 플랫폼 ▲스마트자동차 클라우드 등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기차 개발 실패한 애플 vs 성공한 화웨이…“중국이라 가능했다?” 🇨🇳
사실 전기차 생산에 뛰어든 기업은 화웨이만이 아닙니다.
2020년 탈탄소화 트렌드 부상과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기차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에 일본 소니, 중국 샤오미 등 세계 주요 전자기기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전기차 전환에서 디지털 기반 제어 장치와 자율주행기술 등 디지털 기술이 핵심으로 떠오르며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중요하단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란 별명을 가진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그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애플은 10년간 추진해 왔던 전기차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반면, 화웨이에 이어 지난 1월에는 샤오미까지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전기차 업계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중국 전자기기 기업만 전기차 업계 진출에 성공한 상황. 이는 중국 특유의 산업 구조 덕분에 가능했단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전기차 설계와 생산, 유통이 모두 분업화돼 있으나 협업이 자유롭습니다. 샤오미의 전기차 또한 베이징자동차그룹과의 제휴를 통해 생산됩니다.
반면, 애플은 생산업체를 찾고자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전기차 기술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생산업체를 찾았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 등 다수의 완성차 및 위탁 생산업체와 접촉했으나 애플이 일방적인 ‘하청 공장’을 요구하며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中 샤오미·日 소니 참전으로 치열해진 전기차 시장 🚨
향후 전자기기 업계의 전기차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우선,앞서 언급했듯 지난 1월 샤오미가 첫 전기차를 출시했습니다. 샤오미가 베이징자동차그룹과 제휴해 개발한 전기차 ‘SU7 시리즈’입니다. 2021년 3월 전기차 시장 진출 선언 이후 3년만의 성과입니다. 해당 모델은 중국 29개 도시, 59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본 전자기기 기업 소니도 2025년 전기차 ‘아펠라’의 출시 전 사전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본격 출시는 2026년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예정됐습니다.
2020년 소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0’에서 자체 전기차 컨셉트카인 ‘비전-S’를 공개했지만 생산기술 문제로 실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일본 완성차 기업 혼다자동차와 합작회사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세우며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한편, 화웨이 또한 베이징자동차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개발한 전기차 ‘샹지에(享界)’를 오는 6월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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