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주요 주식시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AI 관련 주식이 주요 상승세의 원인인 가운데 현재의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인단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AI 버블’ 가능성도 언급합니다. 투자시장의 과열 우려 속에서 일명 ‘AI 붐’이 언제까지 지속가능할지 또한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12일 그리니엄은 AI의 전망과 관련해 나온 주요 기관들의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대체적으로 AI 버블 붕괴를 우려하기에는 시기상조란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먼저 기획재정부 산하 공직유관단체인 국제금융센터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AI 붐(Boom) 지속가능성 점검’이란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습니다.
최성락 금융센터 주식분석부장은 “AI 기술의 광범위한 파급효과와 AI 산업 성장세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에서 AI 붐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I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단기적인 조정 압력은 상존한다”고 전망했습니다.
S&P500 상승폭 65% 23개 AI 주식이 기여…AI 붐 속 ‘엔비디아’ 강세 📈
AI 붐은 말 그대로 AI가 전례없이 빠르고 빠르게 발전하는 현 상황을 뜻합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음에 따라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미래 성장 산업의 유력한 후보로 AI가 부상하자, 시장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단 것이 금융센터의 분석입니다.
미국 증시의 간판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금년 들어 7% 상승했습니다. 같은기간 AI 관련 주가는 30%나 상승했습니다.
또 지난해 S&P500 상승폭의 65%에 23개 AI 관련 주식이 기여했단 것이 금융센터의 설명입니다.
올해 AI 관련 주식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 곳은 ‘엔비디아’입니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GPU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의 약 80%를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AI 붐과 함께 엔비디아 주가도 강세를 띠고 있습니다. AI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GPU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엔비디아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덕분에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79%나 상승했습니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엔비디아 주가는 7배가 넘게 올랐고,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2,600조원)를 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미국 내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타(구 페이스북) 주가 또한 같은기간 40%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반도체 기업 AMD(43%), AMAT(31%) 또한 큰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이들 대다수가 반도체 설계와 장비 업체들입니다.
반면,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금년 들어 –29%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한해에만 주가가 102% 급등한 것과 대조됩니다. 구글 역시 지난해 58%에서 올해 –6%, MS는 57%에서 7%로 하락했습니다.
+ 글로벌 AI 관련주에서 美 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
금융센터는 “글로벌 AI 관련주 중에서 미국 외 관련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등을 중심으로 AI 관련주 상승이 관찰되고 있으나, 해당 기업이 자국 투자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가령 주요 4개 A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미국의 비중은 66.8%에 달합니다. 이외에는 일본 10.9%, 대만과 독일 각각 3.8%, 영국 2.2%에 불과합니다.
주식시장 ‘AI 열풍’, 90년대 닷컴버블과 다른 이유 3가지는? 🤔
물론 전형적인 AI 붐의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경우 조만간 거품, 즉 AI 버블이 깨질 수 있단 우려가 상존합니다.
엔비디아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되는 주요 사례로는 ‘닷컴버블 사태’가 있습니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기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단기적 호황을 겪은 뒤 급격히 내려앉은 사건을 말합니다.
1997년 1,300포인트대에 머물던 기술주 중심 미 나스닥지수는 2003년 3월에 5,000포인트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거품이 꺼지며 1,000포인트대까지 폭락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센터는 AI 버블이 닷컴버블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 재무구조 탄탄한 빅테크 기업이 AI 투자 및 개발 주도
첫째, 현 AI 투자는 실적이 우량하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인터넷과 컴퓨터와 무관한 사업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에게도 무분별하게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예컨대 1999년에 신규 상장된 기업 중 77%는 재무구조가 적자 상태였습니다. 이로 인해 2004년까지 이들 기업의 52%가 파산 또는 피인수되면서 거래소에서 퇴출됐습니다.
📊 닷컴버블 때보다 상대적으로 ‘정상’인 주가 밸류에이션
둘째, 주가 밸류에이션이 닷컴버블 때보다 상대적으로 정상적이기 때문입니다.
12개월 기준 주식 주가수익률(P/E)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한 결과,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100지수 60배, 시스코 등 대표 기업들은 200배 내외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현재 나스닥100지수 32배, AI 관련 대표 기업들은 60배 내외입니다.
💰 AI 상용화 통해 수익 창출
마지막으로 AI 상용화를 통해 수익화가 가능하단 점도 닷컴버블 때와는 다른 점입니다. 1990년대 인터넷 산업 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수익 회수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AI는 이미 반도체(엔비디아)와 클라우드(아마존 등)을 중심으로 이익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WSJ “1년새 AI 주가 급등 투자자 입장선 부담”…저작권 등 부정요인 산적 📚
부정적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1년새 주가가 급등하며 가격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산업 관점에서 AI의 장기 발전 가능성은 인정되나 주식시장에 반영된 기대가 이미 정점에 근접했단 의견도 나옵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붐이 아직 버블 단계는 아니라고 해도 최근 1년새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로선 가격 부담이 커진 상태”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AI 추가 발전이 더딜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가령 저작권 문제나 AI 발전에 따른 실업 및 윤리 문제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자체 AI 플랫폼 ‘네모(NeMo)’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소설을 무단으로 사용했단 이유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해당 소송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AI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향후 AI 같은 신기술의 발전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수용될 것인가의 여부가 투자시장 리스크 관리의 향배가 된단 것이 금융센터의 설명입니다.
한편,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AI 겨울이 도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현재 수준을 유지한단 것이 기관의 분석입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개발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물론 빅테크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AI 관련 투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날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미국 거시경제 환경이 증시에 우호적”이라며 “AI와 반도체 버블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관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