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없는 ‘대체 커피’가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토모커피(Atomo Coffee)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식품폐기물로 만든 대체 커피를 뉴욕시에서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아토모커피는 수박씨·대추씨·치커리 뿌리 등의 식품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커피분자로 구조를 재현한 대체 커피 개발 기업입니다.

음식을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새로운 형태로 창조하는 ‘분자요리(Molecular Cuisine)’로 일반 커피와 똑같은 맛과 카페인을 함유한 대체 커피를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세계 원두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이같은 대체 커피가 커피 산업에 대안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분자요리와 식품폐기물로 어떻게 커피를 만들까? 🤔

2019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설립된 아토모커피는 지난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콜드브루와 곡물 라테 제품을 판매한 바 있습니다. 이 제품 모두 대체 커피입니다.

그렇다면 아토모커피는 어떻게 대체 커피를 개발했을까요?

아토모커피 연구진은 먼저 커피 안에 들어간 1,000여가지 화합물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역으로 조합해 나가며 커피 풍미와 맛 그리고 색감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화합물 40여가지를 찾아냅니다.

역으로 추적해 처음 만들어졌던 원료나 소재의 정체를 규명하는 기법인 ‘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 사용된 것.

이후 연구진은 포도껍질이나 해바라기씨 등 여러 식품폐기물을 조합해 기존 커피와 가장 유사한 대체 커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재료 상당 부분은 기밀사항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카페인 성분의 경우 치커리 뿌리와 찻잎에서 추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토모커피는 커피 산업이 일으키는 삼림파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커피인 빈리스 커피를 개발했다 ©Atomo Coffee

아토모커피 “커피 산업, 하루 삼림 파괴 규모 뉴욕 센트럴파크 10개 달해” 🌄

아토모커피는 지난 6일부터 8일(현지시각)까지 사흘간 뉴욕에서 열린 ‘2023 뉴욕 커피 축제’를 맞아 자사가 개발한 ‘빈리스 커피(Beanless Coffee)’를 선보였습니다.

빈리스 커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두가 일절 포함되지 않은 커피입니다. 이는 아토모커피가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첫 제품입니다.

사실 아토모커피가 빈리스 커피를 개발하게 된 가장 큰 이유, 바로 원두 재배 과정에서 만연한 삼림파괴 문제 때문입니다.

전 세계 커피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라비카 원두는 고산지대의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품종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이들 농장이 더 서늘한 생산지를 찾는 상황. 이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삼림 훼손이 가속화됐습니다.

아토모커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앤디 클라이치 뉴욕 커피 축제에서 “오늘날 커피 산업은 하루에 뉴욕 센트럴파크 10개 면적(31㎢)에 달하는 삼림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커피 산업이 행하는 삼림 파괴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에 대응하는 대체 커피가 필요하단 것이 클라이치 CEO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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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시각으로 지난 10일부터 호주 유명 커피브랜드 검션커피 뉴욕지점은 아토모커피로부터 빈리스 커피를 공급받아 라테 등을 판매하고 있다 ©Atomo Coffeenycsharon 인스타그램

빈리스 커피 뉴욕서 판매 시작…“비싼 가격에도 친환경 수요 있을 것” 🗽

기존 원두 커피에 대항하는 아토모커피의 빈리스 커피는 지난 10일(현지시각)부터 뉴욕에서 구매해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당장은 호주 유명 커피브랜드 검션커피(Gumption Coffee) 뉴욕지점에서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출시에 앞서 아토모커피는 호주 커피 업체 검션커피와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을 넘어 사업 지역을 확장하기 위한 계획으로 해석됩니다.

사측은 출시 초기에는 소매점이 아닌 커피 매장을 중심으로 빈리스 커피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다만, 아직 생산 초기 단계인 만큼 대량 공급은 어렵다고 아토모커피 측은 밝혔습니다.

빈리스 커피는 기존 원두보다 비싼 편입니다.

아토모커피에 따르면, 검션커피에 제공되는 빈리스 커피의 도매가격을 파운드(Ib)당 20.99달러(약 2만 8,000원)입니다. 원두 평균 도매가격보다 10달러(약 1만 3,000원)가량 비싼 양상입니다.

미국 내 커피 매장은 평균 10~14달러(약 1만 3,000원~1만 9,000원)에 원두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 또한 높아졌단 점도 아토모커피 입장에서는 난관입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우려에 대해 아토모커피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커피는 결국에는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토모커피가 개발한 빈리스 커피를 곱게 갈은 모습 ©Atomo Coffee

아토모커피, 내년 3월부터 연간 400만 파운드 대체 커피 생산 ☕

한편, 아토모커피는 이번 빈리스 커피 출시를 기점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토모커피는 지난해 7월 4,000만 달러(약 539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5,160만 달러(약 696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습니다.

투자금을 기반으로 회사는 연간 400만 파운드(약 1,800톤) 규모의 대체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시애틀에 위치한 이 공장은 오는 2024년 3월 완공됩니다.

아토모커피는 “현재 빈리스 커피는 일주일에 한 번 공급할 분량만 생산하고 있다”며 “(그러나) 시애틀 시설이 가동되는 내년부턴 미국 전역에 (빈리스 커피)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아토모커피는 2024년 3월부터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 연간 400만 파운드 규모의 빈리스 커피를 생산할 예정이다 ©Atomo Coffee

나아가 아토모커피는 다양한 커피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습니다.

클라이치 CEO는 “커피 업체들은 향후 20~30년 이내 기후변화로 원두 재배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협력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대체 커피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선 기존 커피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이 핵심적이라고 클라이치 CEO는 덧붙였습니다.

현재 아토모커피와 협력에 나선 업체들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토모커피 또한 기후변화 등으로 원료 수급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단 점을 우려합니다.

이에 사측은 안정적인 대체 커피 공급을 위해 여러 재료로 대체 커피 개발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토모커피는 “궁극적인 목표는 콜드브루부터 에스프레소, 포장용 커피, 커피 캡슐까지 모든 경험을 대체 커피로 재현하는 것”이라며 “향후에는 드립커피용 원두와 캡슐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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