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미국 그린수소 스타트업 일렉트릭하이드로젠(EH2·Electric Hydrogen)이 시리즈 C 투자에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고 지난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EH2는 시리즈 C 투자에서 3억 8,000만 달러(약 5,1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해당 투자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후혁신기금 등 굵직한 벤처캐피털(VC)들이 참여했습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는 유니콘 기업이 그린수소 업계에서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EH2의 그린수소 전해조 생산설비가 갖춰진 연구실의 모습 ©Electric Hydrogen

업계 최초 ‘유니콘’ 된 EH2…“MS·BP도 주목한 까닭은?” 🦄

2020년 미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된 그린수소 스타트업 EH2.

설립 이후부터 시리즈 C 투자까지 모은 총 투자액이 약 6억 달러(약 8,100억원)에 달합니다.

앞서 언급한 곳들 이외에도 다국적 유통기업 아마존, 미국 대형 기술기업 하니웰, 호주 대표 철광산 기업 포테스큐메탈, 미쓰비시중공업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EH2에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들이 EH2에 주목하는 이유, 다름 아닌 그린수소 프로젝트의 확장 가능성 때문입니다.

EH2는 자사가 그린수소 생산에 꼭 필요한 전해조를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한다고 말합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에 따르면,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전해조 제조비 ▲운영비 등으로 인해 ㎏당 4~6달러(약 5,400~8,100원)로 추산됩니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얻은 그레이수소에 비해 2~3배가량 생산단가가 높습니다.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의 탄소중립 해결책으로 수소가 주목받지만, 비용 문제가 그린수소 생산의 발목을 잡는 상황.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천연가스 개질수소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한 청정수소, 즉 블루수소가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호주·브루나이 등 자원부국과 협력해 블루수소 확보에 나선 일본이 대표적입니다.

 

▲ EH2는 전해조 생산비용 절감의 기술은 영업 비밀이라며 유출 방지를 위해 세부사항은 특허 출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lectric Hydrogen

‘비용효율적 전해조 생산’ 강조한 EH2…“자세한 기술은 영업비밀” ☝️

이 가운데 EH2가 전해조의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할 핵심주자로 나서며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낙관이 나옵니다.

EH2의 계획은 간단합니다.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단위당 수소 생산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

전해조는 역사적으로 잠수함이나 우주·화학산업에서 사용되는 소규모 장치였습니다. 반면, EH2는 자사가 처음부터 비용효율적인 대규모 시설에 초점을 맞췄단 점을 강조합니다.

다만, 어떠한 기술로 비용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EH2 최고경영자(CEO)인 라피 가라비디안은 지난해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영업 비밀 유출 문제로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릭 워닉은 일부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혁신은 영업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특허 출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워닉 CEO는 밝혔습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모듈식 설계를 도입해 전해조 설비 구조를 단순화하고 현장 건설비용을 줄였다는 것입니다.

리키 사카이 미쓰비시중공업 신사업개발 부사장은 EH2가 전해조부터 전체 시스템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초저가 기술경쟁에도 자신 있는 이유? 🤔

EH2의 등장이 중국 주도의 전해조 설비산업을 바꿀 수 있을지도 주목해볼 대목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0대 수소 전해조 생산기업 중 1~3위를 중국이 차지했습니다. 4위인 벨기에 기업 존코커릴 또한 전해조 상당수를 중국에서 생산합니다.

저임금 노동시장과 국가의 보조금 정책으로 초저가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BNEF는 분석했습니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또한 중국석유화공(시노펙·Sinopec)의 260㎿(메가와트)급 그린수소 플랜트인 ‘쿠차(Kuqa) 그린수소 시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완공된 이 시설에서는 연간 최대 2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 EH2는 퍼스트솔라와 테슬라 등 미국 기술 산업의 베테랑 4명이 모여 공동설립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이글샴 CTO 라피 가라비디안 CEO 도리언 웨스트 엔지니어링 책임자 데릭 워닉 CFO의 모습 ©Electric Hydrogen

이에 대해 가라비디안 CEO는 자신이 중국과의 초저가 기술 경쟁에 익숙하다고 피력합니다.

그는 EH2 설립 전 미국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 퍼스트솔라(FSLR)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의 공동설립자인 데릭 워닉, 테슬라(Tesla) 엔지니어링 책임자였던 도리언 웨스트 등 제조·금융·엔지니어링 분야 베테랑 임원들도 EH2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라비디안 CEO는 이들과 함께 ‘훨씬 더 생산적인 고급 전기분해’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EH2가 선택한 ‘양이온교환막(PEM)’ 방식 장점은? 🔋

EH2가 알칼라인 방식(AEC)을 사용하는 중국 기업과 달리 양이온교환막(PEM)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AEC는 일찍부터 상용화된 기술로, 설비 투자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력생산 변동성에 취약해 재생에너지와의 연계성이 낮습니다.

이와 달리 PEM은 수소 생산성과 재생에너지와 연계성이 높습니다. 물론 백금·이리듐 등 고가의 광물이 촉매로 사용돼 설비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가라비디안 CEO는 PEM의 높은 설비투자 비용이 오히려 비용 절감의 잠재력이라고 역설합니다.

그는 AEC의 가격은 오롯이 스테인리스 스틸 가격에 달려있기 때문에 가격 절감이 오히려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반면 PEM은 새로운 소재 개발로 가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

 

▲ EH2는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기가팩토리를 설립할 계획이다 ©Electric Hydrogen

목표는 2030년 그린수소 1㎏당 1.5달러! 🪙

현재 EH2는 매사추세츠주와 텍사스주에 전해조 설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난 5월 매사추세츠주의 20만 제곱피트(ft2) 부지에 1.2GW(기가와트)급의 생산시설 설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에서는 100㎿급 전해조가 생산될 계획입니다. 100㎿급 전해조는 일일 그린수소 5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2024년 4분기에 첫 수소 생산을 시작하며, 늦어도 2025년에 본격 상업 가동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향후 200㎿급 전해조 생산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EH2는 덧붙였습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텍사스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주에서 그린수소 생산비용을 ㎏당 1.5달러(약 2,000원)로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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