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을 채택했습니다. 당초 초안보다 완화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SEC는 기업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을 표결에 부A친 결과, 찬성 3표·반대 2표로 통과시켰습니다. 2022년 3월 초안이 공개된 지 약 2년만입니다.
금번 최종안이 채택됨에 따라 기후공시는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겐리 겐슬러 의장은 기후공시 도입 배경에 대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투자자들이 의존해온 공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니엄이 최종안을 살펴본 결과,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배출량에서 스코프3 공개가 제외됐습니다. 또 스코프1과 스코프2 또한 보고 대상이 축소되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허나, 일각에선 겐슬러 의장의 약속과 달리 기후공시가 후퇴했단 비판이 나옵니다.
美 SEC 기후공시, 거센 반발 끝에 최종안 채택 📢
기후공시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리스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당초 SEC의 기후공시 최종안은 2022년 12월에 나올 계획이었습니니다.
그러나 기업 및 공화당의 반발에 직면하며 기후공시 최종안 발표는 연기됐습니다. SEC가 기후공시와 관련해 지금까지 기업·협회·투자·기후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의견서만 2만 4,000여개에 달합니다.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뿐만 아니라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배출량(스코프3)으로 공시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셌습니다.
스코프3 배출은 정보 수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도한 비용 부담이 예상됩니다. 나아가 상장사 대상 규제 권한만 있는 SEC가 비상장 기업까지 연관될 수 있는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요구할 수 있냐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2월에는 겐슬러 의장과 SEC가 스코프3 축소 또는 제외를 고려하고 있단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 6일 최종안에서 스코프3 공시가 제외되며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2년만에 발표된 SEC 기후공시 최종안, ‘후퇴’란 평가 나오는 까닭 3가지 🤔
7일 그리니엄이 최종안을 살펴본 결과, 실제로 기후공시 최종안에서 초안 대비 후퇴한 것으로 보이는 항목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스코프3 보고 제외
초안 대비 가장 큰 변화는 기업의 스코프3 공시 의무가 삭제됐단 것입니다.
스코프3는 SEC의 기후공시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SEC에 제출된 의견서 대다수도 스코프3 공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종안에서 스코프3 배출량 항목이 삭제됨에 따라 기업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스코프 1·2 보고 대상 축소
아울러 스코프 1·2를 보고해야 하는 기업 범위도 축소됐습니다.
최종안에 따르면, 상장대기업(LAF)과 상장중견기업(AF)만 해당 공시 의무가 적용됩니다. 상장대기업은 총 글로벌 시장가치가 7억 달러(약 9,300억원) 이상, 상장중견기업은 7,500만 달러(약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해당된다고 SEC는 밝혔습니다.
소기업(SRC), 신생성장기업(EGC), 상장소기업(NAF)은 스코프 1·2 보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SEC 대변인은 “7,000여 곳의 미 상장 기업이 기후공시를 적용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그중에서도 40%가량이 스코프 1·2 보고 대상으로 추정됩니다.
3️⃣ 스코프 1·2 보고 기준 축소
더불어 보고 활동의 기준도 축소됐단 분석이 나옵니다. SEC에 따르면, 공시 의무 기업은 투자자에게 기후리스크가 ▲비즈니스 전략 ▲사업모델 ▲전망에 끼치는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공시해야 합니다.
당초 초안에서는 “기후 관련 위험”으로 표기됐던 것과 달리, 최종안에서는 “중요한 기후 관련 위험”으로 표현이 바뀌었습니다.
즉, 기업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기후 관련 위험의 경우, 보고하지 않아도 될 여지가 생겼단 뜻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합리적인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정보로 공개 대상을 제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겐슬러 의장 “기업 비용 부담 줄였다” 💸
해당 최종안은 60일 이후 발효될 예정입니다.
상장대기업은 회계연도(FY) 2026년부터, 상장중견기업은 FY 202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시작해야 합니다.
또 일부 기업은 스코프 1·2 공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에 대한 보증 기준이 단계적으로 상향됩니다. 상장대기업과 상장중견기업은 시행 이후 3년까지는 “제한된 수준”으로 증명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장대기업은 FY 2033년부터는 “합리적인” 보증 수준으로 기준이 상향됩니다.
한편, 겐슬러 의장은 최종안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지난 7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기업이 투자자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비용은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후공시로 인한 비용이 “최대 6자리 숫자”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수백만 달러를 의미하며, 한화로는 수십억 원가량으로 해석됩니다.
+ 美 상장 한국 기업은? “기후공시 대상 해당돼” 🇰🇷
SEC 최종안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한 해외기업(Foreign private issuer)도 기후공시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900여 곳의 미 상장 해외기업이 기후공시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SEC는 추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60%가량이 스코프 1·2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공시 대상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미 상장 한국 기업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미국 시장에 상장된 한국 기업 및 기관은 11곳입니다.
기후공시 후퇴에 우려 목소리 높아 “EU·캘리포니아 공시 대비는?” 💬
한편, 기후공시 완화에 대해 환경단체와 민주당에서는 국제 기준에 뒤처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같은날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업계의 압력에 굴복하기로 한 SEC의 결정은 지구와 투자자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CIEL은 최종안이 “미국을 유럽연합(EU)·캐나다·일본 등 주요국과 캘리포니아주의 지속가능성 공시보다 뒤처지게 해 규제 격차를 확대한다”고 전했습니다. 그 결과, 잠재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불리해질 수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주) 또한 EU와 캘리포니아주의 지속가능성 공시를 언급하며 SEC의 최종안이 “미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U의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인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은 지난해 1월 발효된 상황입니다. 공시 대상에 스코프3 배출량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 강력한 기준인 ‘이중 중대성’ 평가 방식이 적용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또한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소재 대기업의 탄소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한 바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자를를 위한 비영리단체 세레스(Ceres)는 최종안이 “스코프3에 대한 의무 사항이 현저히 부족하다”면서도 “SEC가 강력한 규칙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 SEC 기후공시 최종안에 즉각 제소…美 기후공시 앞날은? 🔍
그럼에도 공화당의 반발은 여전합니다.
이번 표결에서도 SEC 내 위원 5명 중 공화당 측 의원 2명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화당 측인 마크 우예다 위원은 SEC의 기후공시가 “더 중요한 문제를 희생하면서 기후 논의에 시간과 돈을 소비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스터 피어스 위원 또한 기후공시 최종안이 비용 부담을 줄이도록 변경됐다면서도 “여전히 기업의 상장 비용을 21%가량 증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업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SEC의 기후공시가 추가됨에 따라 비용이 증가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미 공화당이 이끄는 일부 주정부는 기후공시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SEC의 표결 직후, 공화당 소속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은 10개 주와 함께 연방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지아주·앨라배마주·알래스카주 등이 포함됩니다.
모리시 법무장관은 법정에서 기후공시가 SEC의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할 예정입니다. 그는 지난달에도 SEC의 기후공시가 불법이며 위헌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