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석유·천연가스 시설의 메탄 배출량을 추적하는 ‘메탄샛(MethaneSat)’ 프로젝트의 신형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7일 EDF에 따르면, 메탄샛의 신형 위성은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부르크 우주기지에서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발사됐습니다. 위성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트랜스포터-10’ 로켓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같은날 EDF는 홈페이지를 통해 “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메탄샛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환경보호기금(EDF)과 뉴질랜드 우주국 그리고 미국 하버드대학 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구글 또한 프로젝트에 합류했습니다.
뉴질랜드 우주국과 하버드대가 공동으로 메탄샛 하드웨어 개발을 맡았고, 구글은 클라우드 기반 정보 전송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산체계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학계·항공우주·방위산업 등 각 분야 전문가 70여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메탄샛이 위성사진을 보내면 구글이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메탄가스가 방출되는 시설과 설비를 지도로 만든단 계획입니다.
해당 데이터는 올해 모두 무료로 공개됩니다.
베이조스 지구 기금도 ‘메탄샛’ 지원…“메탄 감축 위해선 데이터 필요” 🛰️
당초 메탄샛 위성은 2021년 발사를 목표로 했으나 기술 문제로 연기됐습니다. 2022년 발사 또한 공급망 대란으로 인한 부품 문제로 연기됩니다.
메탄샛 프로젝트가 출범한 2018년부터 현재까지 투입된 재원만 8,800만 달러(약 1,170억원)에 이릅니다. 프로젝트의 주요 후원자로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가 만든 ‘베이조스 지구 기금(BEF)’이 있습니다.
BEF의 과학·데이터 시스템 책임자인 켈리 레빈 박사는 “메탄가스는 너무 오랫동안 간과돼 탐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은 대기 중 잔류 기간은 10년 수준입니다. 이는 대기에 최대 200년까지 머무르는 이산화탄소에 비하면 짧은 편입니다. 다만,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최대 30배가 높습니다.
달리 보면 메탄을 감축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더 크단 것이 레빈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관측장비가 필요하단 것.
특히, 우주에서 관측한 메탄가스를 데이터로 공개하면 기업 등 배출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EDF 수석과학자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메탄 배출량 실제 감소에 달려” ☁️
이번에 궤도에 안착한 메탄샛 위성의 크기는 세탁기와 비슷합니다. 해당 위성 지구 표면에서 반사된 빛을 이용해 대기권 내 메탄의 양을 식별합니다. 위성에 탑재된 분광계 덕분입니다.
EDF는 위성이 대기 중 메탄 농도 변화를 10억분의 3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위성은 하루 15회씩 지구를 돌며 전 세계 유전과 천연가스 시설 그리고 매립지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감시합니다.
위성이 관측하는 지역은 세계 화석연료의 80%를 생산하는 주요 50개 지역이 포함돼 있습니다.
EDF 수석과학자 겸 부회장인 스티븐 함부르크 박사는 “2025년 말 무렵에는 전 세계 주요 화석연료 생산 지대에서 메탄 배출량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 기업과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함부르크 박사는 이어 “(메탄샛 프로젝트의) 유일한 성공 척도는 실제로 메탄 배출량이 감소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탄샛 이외에도 민간 기업 또한 인공위성을 통해 메탄가스를 관측합니다. 단, 이들 데이터 대다수는 비공개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메탄샛은 위성이 관측한 모든 메탄 배출량 정보를 구글어스엔진을 통해 무료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해당 데이터는 몇 주 단위로 갱신될 예정입니다.
각국 정부, 연구기관, 환경단체, 언론 등에도 무료로 배포됩니다.
“화석연료 생산시설 내 메탄 누출 문제 해결, 비용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
한편, 메탄샛 위성과 관련해 구글은 “메탄은 지구온난화에 약 30%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라며 “화석연료 생산시설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의 기업에게 메탄 감축에 효과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 또한 메탄 배출 규제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1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150여개국은 ‘국제메탄서약’에 참여했습니다. 이 서약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기준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단, 중국·러시아·인도 등 주요 메탄 배출 국가는 서약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엑슨모빌 등 화석연료 50개 기업이 메탄 배출 감축 등을 약속했습니다. 화석연료 생산 시 메탄 배출과 플레어링(폐가스 연소)을 사실상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단, 이들 서약 모두 자발적 선언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단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듀크대 지구과학과 교수인 드류 신델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메탄샛 프로젝트는) 유용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원격 감지 데이터를 사용해 메탄가스를 배출한 기관과 업계에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단 것이 신델 박사의 말입니다.
NYT는 “화석연료 생산시설 내 메탄 누출 문제는 상대적으로 해결 비용이 적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21년 5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 및 기술회보(ES&T Letters)’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화석연료 생산시설·농업·매립지 등에서 나오는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대 57%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24%는 큰 비용이 들지 않고 감축이 가능합니다.
미국석유협회 “위성 전달 정보, 검증 및 확인 위해선 규제당국 필요” 📊
메탄 배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세계 최대 12개 화석연료 기업이 모인 석유·가스 기후변화 이니셔티브(OGCI) 또한 이번 발사를 환영했습니다.
비욘 오토 스베르드룹 OGCI 의장은 “(12개 화석연료 기업은) EDF와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에 이같은 개발을 환영한다”며 “메탄샛 프로젝트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구글 같은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메탄 감시체계의 공신력을 문제 삼은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 세계 화석연료 기업 600곳이 가입한 미국석유협회(API)의 주장입니다.
아론 파딜라 API 정책 부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성 체계 구축과 별개로 정보를 전달받고 확인해야 하는 규제당국의 권한이 굳건해야 한다”며 “제3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규제에 적용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