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 종사자 절반가량은 2024년 투자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대로 기관투자자(LP) 등 펀드 출자자 모집이 어렵고, 회수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공존했습니다.
4일 그리니엄은 한국벤처투자가 발간한 ‘VC 트렌드 리포트’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1월 발표된 보고서는 국내 VC 종사자 6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정량조사와 정성조사가 병행됐습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3%는 긍정적으로, 24.9%는 부정적으로 시장을 내다봤습니다. 남은 22.8%는 2023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4 韓 벤처 투자, 52.3% 긍정 전망…“단, 투자자 확보 어려움 여전” 💰
2024년 벤처 투자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이 52.3%로 부정적 전망을 압도했습니다. 투자 규모 역시 증대될 것이란 전망이 49.7%로 축소 전망(20%)보다 높았습니디.
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주요 이유는 정책자금 등 투자재원 규모 확대가 컸습니다. 또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같은 투자회수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도 깔려 있습니다.
2024년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VC 상당수는 후기 단계 투자를 선호하는 곳이었습니다. 또 운용규모가 1조 원 이상인 대형 VC들은 내년 회수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시드 등 초기 단계 투자를 진행하는 VC는 투자자 모집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LP 등 펀드 투자자 모집 어려움을 겪고 있을뿐더러, 경기침체에 따른 펀딩과 투자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또 VC 간 경쟁이 심화됐단 응답도 높았습니다.
벤처투자 생태계 혹한기가 2년 안에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은 74%를 차지했습니다. 2년 이상 장기화되거나 판단이 어렵다는 응답은 24%였습니다.
회수시장 내 인수합병 가능성이 작아지고, 상장을 기다리는 업종 대다수가 주로 바이오에 치중된 만큼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 심사역은 “모든 것은 결국 미국 금리와 관련이 있다”며 “금리를 올리면 LP들은 더더욱 걸어 (출자를) 걸어 잠그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지난 1월 3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 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4연속 동결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최근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인플레이션 재상승 등의 여파로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를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VC 투자 업종서 ICT·바이오 상위권 차지”…업종별 세부 트렌드 달라져 🤔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2023년 1월부터 11월 30일까지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 총 투자 건수는 총 1,133건. 전년도 같은기간(2,003건) 대비 43.4% 감소한 것입니다.
같은기간 집행된 총 자금은 6조 211억 원으로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투자 건수보다 투자 금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단 것이 업체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업종별로는 어떨까요?
보고서를 통해 VC가 투자한 업종을 살펴본 결과,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바이오·의료 업정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유통·서비스, 전기·기계·장비, ICT 제조, 화학·소재 순으로 높았습니다.
투자 고려 업종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인공지능(AI)·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이 도출됐습니다. 이외에도 메타버스나 신약 개발 등도 언급 언급됐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수소, 이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키워드도 대두됐습니다.
기후테크 키워드 자체가 대두된 것은 아니나,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전환과 연관된 단어가 VC 업계에 떠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변화가 감지됩니다.
1️⃣ 바이오|기술특례 상장 요건 강화…“10개 투자 시 1개 빼고 나머지 버려” 🧫
바이오 업종의 경우 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시장에서 실망감이 형성됐단 평가가 나옵니다. 기술특례 상장 요건이 변화돼 회수가 지연됐기 때문입니다.
한 심사역은 “바이오 업종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며 “10개를 투자했다면 하나만 살리고 나머지는 버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바이오 업종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며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종사자도 있었습니다.
한편, 올해 기술특례 상장 요건이 강화된 이유에는 지난해 ‘파두 사태’ 영향 때문입니다. 작년 8월 7일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는 이후 실적 부진으로 부실 상장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이후 IPO 심사는 한층 더 까다로워진 상태입니다.
2️⃣ ICT|韓 기업 원천기술 부족, 기술혁신 트렌드 지형도 변화 너무 빨라 🤖
ICT 업종 또한 상황이 부정적입니다. 한국벤처투자는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간 각광을 받았던 ICT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도 “투자 고려업종으로 매력도가 다소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 원천성이 부족하고, 기술 트렌드의 혁신과 변화가 너무 빠른 탓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업 실패로 투자 손실이 크기 때문입니다.
업계 종사자들은 AI를 예시로 언급했습니다. A 심사역은 “AI란 테마가 나온 지 꽤 되다보니 벌써 차별성이 없어지기 시작했다”며 “ICT 서비스는 활용도는 높지만, 기술의 독점이나 원천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B 심사역은 “AI 관련 이야기가 벌써 3년이 넘었지만 실적을 제대로 만드는 기업이 없다”며 “구글이나 오픈AI와 비교했을 때 한국 업체들의 관련 원천기술 자체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생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로보틱스나 스마트팩토리 같은 분야는 해외에서도 신규 비즈니스 창출이 이루어지는 만큼 투자 유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단 평가가 나왔습니다.
3️⃣ 이차전지·반도체|정부 주도 지원 정책 속 소부장 주목…기술 검증 필수 💽
한편, 주요 관계자들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업종에서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는 정부의 소부장 기술특례 상장 완화 정책과 연계돼 있습니다. 작년 7월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7곳) 소부장 특화단지(5곳)을 지정한 바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상승 가능성이 커졌을뿐더러, 미래 관점에서도 시장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 형성돼 있단 평가가 나옵니다.
C 심사역은 “한 대학 교수가 연구실에서 탄소코팅을 해서 효율이 올라간 양극재 컨셉만 발표해도 투자가 붙는다”며 “나중에 공장을 만들면 돈이 더 몰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부장 투자 시장 전반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기업이 주장하는 기술이 업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단 지적도 나왔습니다.
10대 초격차 분야 투자 확대 필요 분야 1위 AI·빅데이터, 2위 친환경·에너지 ⚡
한편, 10대 초격차 분야 중 투자 확대가 필요한 분야 1위로는 AI·빅데이터가 꼽혔습니다. 이어 친환경·에너지, 로봇 순으로 높았습니다.
정부가 정한 10대 초격차 분야는 ①AI·빅데이터 ②친환경·에너지 ③바이오·헬스 ④시스템반도체 ⑤로봇 ⑥우주항공·해양 ⑦미래 모빌리티 ⑧양자기술 ⑨사이버보안 ⑩차세대 원전 등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는 2024년 10대 초격차 분야 스타트업 217개사를 선발해 민관합동으로 향후 3년간 약 2,387억 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분야별 기술사업화 주관기관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개발 고도화를 지원합니다.
AI·빅데이터 분야의 경우 자산운용 규모가 1조 원 이상의 대형 VC와 시리즈 B 투자를 선호하는 업계의 응답이 높았습니다.
친환경·에너지 분야는 엑셀러레이터와 자산운용 규모 1,000억 원 미만의 VC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응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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