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에서 스코프3 배출량 관련 요건을 부분적으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SEC가 규정 초안에 포함된 스코프3 공시 의무 일부를 철회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기후공시의 핵심은 상장사의 탄소배출량 등 기후리스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SEC는 2010년부터 기후공시와 관련해 자발적인 지침을 내렸으나, 2022년 3월 공시 규정을 통해 의무화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1·2) 공시 의무화뿐만 아니라,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배출량(스코프3)까지 공시 대상을 확대하려 하자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기업 온실가스의 약 70%는 스코프3에서 나옵니다.
스코프3는 해외 법인을 포함한 기업 공급망 전체에서 나온 배출을 말합니다. SEC의 발표 후 제출된 의견서만 1만 6,000여개가 넘었습니다. 이중 대다수가 스코프3 배출과 관련해 정보 수집과 비용 문제 등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2022년 3월 초안 발표 직후 현재까지도 기후공시 최종안이 발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폴리티코, 기후공시서 스코프3 제외 “경제계 승리·바이든 기후정책 타격” 🤔
앞서 게리 겐슬러 SEC 의장도 “배출량 공시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코프3 공시에 필요한 배출량 측정과 방법론이 제대로 개발됐는지 의문이란 것이 이유였습니다.
SEC가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스코프3 공시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와 관련해 법적 다툼의 여지도 있었습니다. 현 미국 증권법과 증권거래법 내 SEC의 규정된 권한을 넘는단 지적도 나왔습니다.
일단 SEC가 스코프3 의무 공개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입니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상공회의소, 미국농업인연맹(AFBF) 등을 비롯한 경제계가 반발했던 온실가스 배출 의무 기준이 완화되면 경제계에게는 큰 승리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의제에는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내다봤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가운데 미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기후공시의 스코프3 의무화에 힘이 실리기 때문입니다.
또 스코프3 공시 명문화를 추진 중인 유럽연합(EU)의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됩니다.
“쿠팡 등 美 시장에 상장된 韓 기업 11곳, 스코프3 따른 비용 부담 사라져” 💰
기후공시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이 SEC에 제출하는 연례보고서에 온실가스 규모를 담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 시장에 상장된 한국 기업 및 기관은 총 11개입니다. 1994년 최초 상장한 포스코를 비롯해 SK텔레콤, KT,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LG디스플레이, 쿠팡 등이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또한 상장돼 있습니다.
미 시장에 상장된 한국 기업들도 스코프3 공시 의무화로 인한 비용 부담을 당장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SEC 기후공시 최종안 이르면 오는 3월 발표 🗓️
한편, SEC가 스코프1·2에 대해서도 조항을 변경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SEC는 아직 최종안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종안은 SEC 내 위원 5명의 표결을 거쳐 확정됩니다. 표결 일정은 미정입니다.
당초 SEC는 오는 4월에 기후공시를 확정할 것으로 계획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SEC가 향후 몇 주안에 최종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SEC가 3월 말까지 최종안 수립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