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패션위크’에서 7명의 차세대 패션 디자이너가 지속가능한 패션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덴마크 패션 브랜드 가니(GANNI)가 개최한 ‘미래, 재능, 직물’ 전시회의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현지시각) 나흘간, 열린 이 전시회는 같은기간 열린 덴마크 ‘2024 코펜하겐 패션위크’를 계기로 개최됐습니다.
가니는 지속가능한 패션의 대표주자로 꼽힙니다. 실제로 그간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 가니는 여러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보여 왔습니다. 허나, 가니는 올해는 불참을 선언하며 패션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대신 가니는 자사가 지원해 온 차세대 디자이너 7인의 전시회 개최에 나섰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다음 세대에) 지휘봉을 넘겨주고 북유럽 인재의 물결을 목격”하도록 초대하겠단 것이 가니의 설명입니다.
가니는 코펜하겐 패션위크의 ‘뉴 탤런트’ 프로그램과 협력해 5명의 신진 덴마크 디자이너와 2명의 예술가를 선정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래의 직물’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한 신소재와 함께 섬유폐기물, 스크랩 등을 사용한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미래의 직물 이니셔티브는 2022년 시작된 가니의 대체 소재 개발 프로그램입니다. 볼트스레드의 균사체가죽 마일로, 리뉴셀의 섬유 재활용 소재 서큘로오스 등과 협업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다음의 신소재들이 사용됐습니다.
먼저 바이오소재 스타트업 바이오플러프(BioFluff)가 개발한 ‘사비앙(Savian)’입니다. 쐐기풀과 대마, 아마 등 식물성 섬유로 만들어진 대체모피입니다. 바이오플러프는 식물 유래 효소로 식물 및 농업폐기물에서 추출한 섬유질을 사용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대체가죽 올레텍스(Oleatex)도 사용됐습니다. 동명의 튀르키예(터키) 스타트업이 개발한 소재입니다. 올리브 산업에서 발생한 농업폐기물로 생산됩니다.
재활용 나일론 소재인 인레스트(InResST)의 경우 심해어업에서 발생하는 ‘유령그물’을 회수·재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가니는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디자인과 소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디자이너들이 보여준 새로운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살펴봤습니다.

1️⃣ 니클라스 스코브가드|대체모피+대체가죽
가장 먼저 눈에 띈 디자인은 복슬복슬한 모피가 사용된 원피스입니다. 덴마크 디자이너 니클라스 스코브가드의 작품인데요. 바이오플러프의 대체모피 사비앙이 사용됐습니다.
원피스의 목깃과 허리 부분에는 대체가죽 소재인 올레텍스가 사용됐습니다.
2️⃣ 시세 비에르|대체모피+종이
대체모피인 사비앙은 시세 비에레 디자이너의 작품에서도 사용됐습니다.
비에르 디자이너는 종이를 주요 소재로 다뤄왔는데요. 이번 작업에서는 종이와 사비앙을 함께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의 하얀 원피스를 선보였습니다.

3️⃣사라 브룬후버|폐원단+100% 천연소재
더불어 다수의 디자이너는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작품을 꾸렸습니다. 그중 사라 브룬후버란 디자이너는 폐원단을 사용해 새로운 원단을 직조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해당 공정은 ‘스템’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직조한 원단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재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없앴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뜨개질 방식을 함께 사용해 남는 원단을 최소화했는데요.
특히, 이번 작품에는 100% 천연소재로 화학섬유처럼 탄성이 좋게 개발한 원사가 사용됐습니다. 해당 원사는 독일 섬유 연구소 ‘스튜디오 하이로’가 함께 개발했습니다.
4️⃣ 아말리에 로게 호브|재고 원사 + 서큘로오스 + 인레스트
아말리에 로게 호브 디자이너 또한 폐기물 방지를 위해 뜨개 원단으로 제작한 상하의를 전시했습니다. 앞선 사례와 달리 여러 소재가 사용됐는데요. 가니의 원사 공장에서 나온 재고 양모 원사, 재활용 섬유 서큘로오스와 함께 재활용 나일론 소재인 인레스트를 사용했습니다.
서큘로오스는 스웨덴 스타트업 리뉴셀이 개발한 재생소재인데요. 폐원단·섬유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클로즈드루프(Closed loop)’가 가능합니다.
5️⃣ 알렉트라 로스차일드|올레텍스+서큘로오스
한편, 제로웨이스트 패션에 집중해 온 알렉트라 로스차일드 디자이너는 재활용 소재인 올레텍스와 서큘로오스를 선택했습니다.
점프수트에는 올레텍스를 사용했고, 찢어진 청바지는 서큘로오스 원단으로 제작됐습니다.

6️⃣ 옌스 올레 아르나손|재고 원단
예술가들은 섬유폐기물을 활용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쳤습니다.
섬유 예술가인 옌스 올레 아르나손은 가니의 재고 원단을 꿰매고 오일로 칠해 조각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직물의 주름진 질감을 살려 섬유 예술의 독특한 표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를 통해 직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소재의 가능성과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설명입니다.
7️⃣ 사하르 자밀리|재고 의류
시각 예술가인 사하르 자밀리는 옷을 디자인하는 대신 ‘새장’을 만들었습니다. 이 새장의 특징은 가니의 재고 의류로 채워졌다는 것.
자밀리 디자이너는 이를 통해 패션업계의 과소비를 지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가니가 미래의 직물 이니셔티브에서 새롭게 협업한 결과물도 소개됐습니다.
앞서 등장한 바이오플러프의 대체모피 사비앙을 사용한 핸드백입니다. 가니의 기존 가방 시리즈인 부(Bou) 가방의 디자인이 접목됐습니다.
같은 디자인에 박테리아 기반 가죽을 사용한 핸드백도 전시됐습니다.
멕시코의 바이오테크 기업 폴리비온(polybion)이 개발한 ‘셀리움(Celium)’이 사용됐습니다. 박테리아가 과일 폐기물을 먹고 생산되는 셀룰로오스를 재조합해서 생산됩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셀리움을 사용한 가죽재킷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가니는 2027년까지 브랜드 총 탄소배출량 5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적인 소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