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쌀에 소의 줄기세포를 결합한 ‘소고기 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소고기 쌀의 분홍빛 물질은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즉 배양육입니다.
연세대학교 홍진기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를 통해 쌀알 안에 소의 근육과 지방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홍 교수는 “세포 배양 단백질 쌀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를 얻는다고 상상해 보라”며 “쌀은 이미 영양 수준이 높지만, 가축의 세포를 추가하면 더 높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배양육 개발에 쌀알이 선택된 이유는? “세포 지지체로 적합” 🤔
배양육을 키우기 위해선 크게 4가지가 결정돼야 합니다. ▲세포 종류 ▲배양액 종류 ▲지지체 ▲식품 가공 유형 등입니다.
여기서 지지체는 세포를 말 그대로 지지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지지체가 없으면 세포는 무작위로 뭉쳐 특별한 형태가 없는 덩어리가 됩니다. 이전 연구에서 대두 등 다른 작물로 실험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은 지지체로 쌀알에 주목했습니다. 연구진은 쌀알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필수 영양소도 풍부하다”며 “가축 세포의 3D 지지체로 사용하여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쌀알이 스펀지처럼 미세한 구멍이 많아 세포 배양에 이상적인 환경이란 것. 쌀알 속 필수 영양분이 세포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난관은 있었습니다. 쌀알 틈새에 소고기 세포가 잘 흡수되지 않았던 것.
이에 연구진은 생선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쌀을 코팅합니다. 세포가 쌀에 더 잘 달라붙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어 소 근육과 지방의 줄기세포를 쌀에 뿌린 뒤 실험실에서 9~11일간 배양했습니다.
그 결과, 홍 교수팀이 개발한 소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이 8%, 지방이 7%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소고기 단백질과 유전적으로 18.54% 일치했다고 연구진은 전했습니다.
연구진 “소고기 쌀, 근육·지방 함량 따라 향미 달라” 🍚
분홍빛을 띠는 소고기 쌀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연구진이 밥을 직접 지어본 결과, 소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부드럽지 않았습니다. 단단하면서도 부서지기 쉬웠습니다.
근육과 지방 함량에 따라 향미도 달랐습니다. 예컨대 근육 함량이 높으면 소고기나 아몬드 향이 났습니다. 지방 함량이 높으면 크림이나 버터 냄새가 났습니다.
연구진은 “(소고기 쌀은) 일반 쌀과 비교해 형태와 기계적 특성이 뚜렷하다”며 “이같은 차이는 밥의 식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상용화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습니다. 상용화 시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한편, 식량구호나 우주식량 등으로 활용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습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소현 존스홉킨스대 박사후연구원은 단백질 100g당 소고기 쌀은 6.27㎏ 미만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양의 소고기 생산 시 배출량은 49.89㎏입니다.
“저렴하고 효율적 영양 공급원 위해선 단백질 비율 높여야” 🥩
해외 과학계도 이번 소고기 쌀 개발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인 존 오틀리 박사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생산량을 확대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소고기 쌀 같은 하이브리드형 배양육은 저렴하고 효율적인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닐 워드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농촌지역개발학 교수는 가디언에 “이같은 연구는 기후친화적인 식단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상용화까지 성공할 경우 소고기 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생산 비용이 기존 소고기보다 낮단 것이 워드 교수의 말입니다.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습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지속가능식품을 연구 중인 한나 투오미스토 박사는 “소고기 쌀이 육류를 대체하기 위해선 최종적으로는 단백질 비율이 더 높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소고기 쌀의 구성은 육류가 0.5%, 쌀 99.5%에 불과하단 것이 투오미스토 박사의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식품”이라면서도 “시장에 출시될 경우 소비자들이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연구진은 소고기 쌀의 근육 및 지방 함유량을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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