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지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이러한 불만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농민들의 시위는 지난 1월을 계기로 유럽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와 저렴한 수입 농산물, 이로 인한 불공정 경쟁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정부 및 EU 집행위원회의 양보 이후 소강상태에 접었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14일 기준, 영국을 포함한 28개 유럽 국가 중 22개에서 트랙터 시위가 일어났거나 진행 중입니다. 스페인·벨기에·그리스 등지에서는 산발적인 집회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로 인해 EU의 기후정책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유럽 극우정당, 농민 불만 정치세력 확장에 활용 나서 🏦
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유럽 극우정당들의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생산 비용은 상승하고 농산물 가격은 통제되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불만은 고조됐습니다. 그럼에도 농업은 생계비 문제와 식량안보로만 다뤄질 뿐이었습니다.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과 살충제 규제 등 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로 ‘그린래시(Greenlash)’는 더욱 고조됐습니다. 그린래시는 기후대응 및 환경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 극우정당들이 농민들의 불만을 ‘우리가 대변하겠다’며 나선 것.
우익 극단주의 연구자인 요하네스 키스 독일 라이프치히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정당이 이전부터 분열을 이용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키스 교수는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극우를 지지해 온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좌절감으로 인해 극우 논리에 더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극우정당이 주요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그 반증입니다.
🇳🇱 네덜란드|농민-시민운동당(BBB)
작년 3월 네덜란드에선 우익 성향의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상원 1당에 올라 화제가 됐습니다. 2019년 정부의 질소 감축 정책에 대응하는 농민 시위를 계기로 창당된 신생 정당입니다. 2023년 마르크 뤼터 총리의 질소 배출 강제 감축 법안으로 인한 역풍을 계기로 상원 16석을 확보, 원내 제1당에 올랐습니다.
같은해 11월에는 네덜란드판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이 총선에 승리했습니다.
🇩🇪 독일|독일을 위한 대안(AfD)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독일 원내정당 중에서는 기후변화 부정론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반이슬람·반이민주의 기조를 중심으로 세를 불렸으나 최근에는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반대 캠페인으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트랙터 시위를 전후로 AfD는 농민 파업 지지를 표명하며 지지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시위에 참여한 트랙터에 AfD 포스터가 붙은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농민 시위에 극우정당이 개입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 프랑스|국민연합(RN)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농민들의 분노에 국민연합(RN)이 회복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RN은 프랑스의 극우정당입니다.
조던 바르델라 RN 의장은 지난달 가축 농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RN이) 프랑스 농업을 죽이려는 EU에 대한 유일한 보루”라고 강조했습니다. RN은 EU-메르코수르 FTA 체결에서 농업 제외 조항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6월 유럽선거, 기후 드라이브 제동 걸릴까 🤔
유럽 전역에서 우경화 물결이 고조됨에 따라 EU의 기후정책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HEC 파리’의 알베르토 알레만노 유럽연합 법학과 교수는 최근 유럽을 덮은 트랙터 시위가 “다가올 추가 충돌의 전주곡에 불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알레만노 교수는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 이후 5년간 그린딜 이행이 지연될 것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기후·환경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우파 정당의 의석수가 증가할 것이란 여론조사가 나왔습니다. 지난 1월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이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조사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민당그룹(EPP)’과 ‘유럽 보수와 개혁당(ECR),’ ‘정체성과 민주주의(ID)’ 등 포퓰리즘 우파 정당의 의석 점유율이 현 43%에서 49%로 6%p(퍼센트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 결과 ‘기후반대 정책 행동’ 연합이 탄생하며, EU의 여러 기후법안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ECFR은 내다봤습니다.
일례로 작년 7월 자연복원법(NRL)은 단 12표 차이로 유럽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에도 해당 법안은 중도우파 성향의 EPP와 농어업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폐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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