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를 달군 유명인 중 한 명은 단연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입니다.
스위프트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습니다. 핵융합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단 것이 선정 이유였습니다. 스위프트의 팬덤을 뜻하는 ‘스위프티(Swiftie)’는 영국 옥스퍼드영어사전이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스위프트의 공연은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란 신조어도 탄생시켰습니다. 그가 순회공연을 하는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단 뜻입니다. 이는 스위프트의 세계 순회공연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3월부터 올해 12월까지 151회 공연을 펼치는 이 투어는 60회 공연에 매출이 10억 4,000만 달러(약 1조 3,800억원)에 달했습니다. 한 가수 공연 투어에서 매출이 1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스위프트의 영향력이 이제는 기후문제, 그중에서도 탄소상쇄 크레딧 시장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2022년 배출량 1위 불명예 얻은 테일러 스위프트…“2024년 논란 재점화” 🔥
2022년 영국 마케팅 기업 야드(Yard)가 세계 유명인사들의 전용기 배출량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스위프트가 8,293톤의 탄소를 배출해 1위란 불명예를 차지했습니다.
야드는 “일반인이 평균 배출하는 1년치 이산화탄소(CO₂) 총량의 1,184배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해 1월부터 7월까지 스위프트는 총 170회, 2만 2,923분의 비행을 했습니다. 평균 회당 비행거리는 약 224㎞에 달했습니다.
스위프트 측은 “전용기는 정기적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대여된다”며 “비행 대부분을 스위프트 탓으로 돌리는 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그가 영국에 있는 연인과 데이트를 위해 전용기를 띄우거나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채로 운항한 이력 등이 밝혀지며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후 스위프트의 전용기를 추적하는 전용 소셜미디어(SNS) 계정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어진 순회공연 속에서 스위프트의 배출량 문제가 다시 불거집니다. 여기에 스위프트가 연인이자 미식축구 선수인 트래비스 켈시를 만나기 위해 전용기를 자주 이용한단 사실도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스위프트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까지 전용기를 이용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3개월간 순회공연 중 스위프트가 연인을 만나기 위해 전용기를 사용했고, 여기서 나온 배출량은 138톤에 이른단 분석도 있습니다.
또 스위프트는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순회공연을 마친 후 다음날(11일) 연인 켈시가 뛰는 슈퍼볼 경기를 보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단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AP통신은 “몇주간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개인 전용기 이용에 대한 조사가 소셜미디어(SNS)에 떠돌았다”며 “비행할 때마다 배출되는 CO₂가 기후변화를 일으킨단 지적이 잇따랐다”고 전했습니다.

“스위프트 소속사 탄소상쇄 크레딧 구매가 美 보수매체 표적된 이유는?” 🤔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스위프트가 소속된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은 배출량 상쇄를 위해 탄소상쇄 크레딧을 구매합니다.
스위프트 측 홍보담당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순회공연과 여행을 상쇄하는데 필요한 크레딧의 2배 이상을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단,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떤 크레딧을 구매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스위프트가 공화당과 보수매체의 주요 표적이 됐단 점입니다. 대표적인 민주당 지지자인 스위프트는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줄곧 비난의 대상이었으나, 그 수위가 슈퍼볼을 앞두고 더 거세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와 극우매체가 스위프트를 겨냥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음반사가 구매한 탄소상쇄 크레딧도 저격 대상으로 올랐습니다.
지난달 16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스위프트가 구매한 탄소상쇄 크레딧이 쓸모없다고 주장했습니다. WSJ 보도와 사설은 분리돼 운영됩니다.
WSJ은 “스위프트가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대신 크레딧을 구매해 4,000만 달러(약 535억원) 상당의 다쏘항공(전용기) 여행을 상쇄한다”며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못하지만 넷제로 세계가 가능하단 환상을 조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 내 표준이 없을뿐더러, 규제가 없단 것이 주요 근거로 활용됐습니다.
다만, WSJ은 스위프트가 “뛰어난 연예인이자 사업가이며 그가 전용기 비행에서 죄책감을 느낄 만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폭스뉴스 등 우익 성향 매체들이 비슷한 논조로 잇따라 동참하자, 엑스(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뜻한다.
WP “테일러 스위프트 만큼 집중 조사받은 유명인 거의 없어” 😶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스위프트의 일반 여객기 탑승이 얼마나 현실적일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스위프트가 전용기가 아니라 상업용 항공기를 이용할 시 공항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단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위프트만큼 전용기 사용에 집중 조사를 받은 유명인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전용기 사용 유명인을 대상으로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단, 의회 내에서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SNBC 기자인 헤이즈브라운은 오피니언을 통해 “스위프트의 배출 문제 논의 자체가 요점을 놓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유로뉴스는 “스위프트는 배출량이 많은 유일한 유명인사가 아니다”라며 “테슬라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와 영국 롤링스톤스 등 유명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은 스위프트 같은 유명인과 기후변화는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본인의 저서인 <뉴스의 시대>에서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산이 녹는 뉴스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각선미만큼 듣고 싶어질 정도로 뉴스를 만드는 일이 진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