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중고패션 플랫폼 베스티에르콜렉티브(이하 베스티에르)가 2025년 상장을 목표로 자금 마련에 나섰습니다.
특이한 점은 벤처캐피털(VC)이나 투자사가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섰단 것입니다.
베스티에르는 ‘패션의 미래에 투자하세요’란 보도자료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다고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펀딩 목표액은 최소 100만 유로(약 14억 4,000억원)입니다. 18세 이상 유럽 시민만 펀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중고명품’ 중심 유럽 최대 중고패션 플랫폼 베스티에르는? 👜
베스티에르가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단 소식에 의외란 반응이 나옵니다. 대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은 초기 창업가나 스타트업이 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베스티에르는 초기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더욱이 총 9번의 자금 조달을 통해 7억 2,230만 달러(약 9,6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이력이 있습니다. 2021년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베스티에르가 크라우드 펀딩에 나선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이곳이 어떤 기업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2009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중고패션 플랫폼 베스티에르. 미국의 더리얼리얼·스레드업과 함께 세계 3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불립니다. 베스티에르는 중고패션 중에서도 중고명품을 전문으로 합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80개국에서 2,300만 명의 고객이 이용합니다. 2023년 한해 주문 건수만 230만 건에 달합니다.
2022년 베스티에르의 한국 진출 당시, 네이버가 투자한 이력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유니콘 기업 ‘베스티에르’가 크라우드 펀딩 나선 까닭은? 💰
베스티에르는 이번 모금은 온라인 펀딩 플랫폼 ‘크라우드큐브’에서 진행됩니다.
펀딩에 참여한 이들은 그 대가로 베스티에르 주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 대가로 주식을 받는다는 점에서 비상장 주식 공모 형태에 가깝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가격은 1주당 1.78유로(약 2,560원)로 책정됐습니다.
다만, 대중 공모 방식인 만큼 크라우드 펀딩으로 실현 가능한 자금 조달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베스티에르가 크라우드 펀딩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단서는 막시밀리안 비트너 최고경영자(CEO)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비트너 CEO는 크라우드 펀딩 발표와 함께 연내 수익성 있는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음 큰 목표는 기업공개(IPO)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본격적으로 상장 행보에 앞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것입니다.
‘지속가능성 커뮤니티’ 동참 촉구, IPO에 날개 될까 💸
물론 단순히 홍보 목적만은 아닙니다. 이는 베스티에르가 강조해 온 ‘커뮤니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공동설립자인 파니 무아장 회장은 그간 커뮤니티가 베스티에르의 중심이자 동력이라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사랑하고 공유하는 멤버’로 구성되었단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22년 11월 도입된 플랫폼 내 패스트패션 브랜드 거래 금지 정책입니다.
베스티에르는 그해 10월, 가나 칸타만토의 답사를 다녀온 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최대 중고의류 국제시장이자 가장 큰 섬유 폐기물 산이 위치한 곳입니다. 패스트패션으로 인한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체감한 뒤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단 것.
작년 11월에는 갱신된 금지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망고 등 30개 브랜드가 포함됐습니다.
베스티에르는 “2022년 금지 조치의 영향을 받은 회원의 70%가 더 좋은 품질의 중고제품을 쇼핑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고객들의 긍정적 반응을 전했습니다.
같은날에는 패스트패션 의류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얼어붙은 시장·신규 패스트패션 등장, IPO 가능할까 ❄️
다만, 베스티에르의 상장이 말처럼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사실 베스티에르의 상장은 업계에서도 늦은 편입니다. 더리얼리얼은 2019년, 스레드업은 2021년 나스닥에 상장됐습니다. 이들이 상장됐던 시기와 달리 현재 IPO 시장은 매우 얼어붙어 있습니다. 2022년 초 미 연방준비제도가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고금리 기조가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가계 비용이 줄어들며 고객들이 패스트패션으로 몰리는 상황. 이에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쉬인은 2024년 미국 상장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등장한 온라인 소매 플랫폼 테무의 성장세는 위협적입니다. 중국 유명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가 모기업으로, 이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주요 SNS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출시 6개월 만에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1위를 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베스티에르는 앞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베스티에르의 연간 매출은 2억 6,200만 달러(약 3,500억원)로 추산됩니다. 비트너 CEO는 전년 대비 올해 매출이 2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수익이) 2년 전보다는 둔화되었지만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트너 CEO는 가계 비용이 줄어든 고객들이 중고패션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중고패션 플랫폼과 달리 베스티에르는 미국보다 비교적 안정된 유럽 시장에 기반하고 있단 점도 강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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