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올해 신규 원자로 4기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침공으로 훼손된 에너지 기반시설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게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갈루셴코 장관은 원자로 4기가 모두 우크라이나 중서부 흐멜츠니츠키 원자력발전소에 건설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건설은 올해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원자로 건설과 관련한 법안이 우크라이나 의회에 발의됐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법안 통과 자체는 빠르게 처리될 것으로 보이나, 완공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에 따르면, 신규 원자로 4기 중 2기는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합니다.
웨스팅하우스와 협력 관계에 있는 두산에너지빌리티가 관련 기자재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 나옵니다.
발전소 36개 중 22개 손상·파괴…“자포리자 원전, 러시아 손아귀 넘어가” ⚡
올해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3년차를 맞은 상황.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핵심 사업으로 에너지 기반시설 강화를 내세웠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폭격 등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석탄화력발전소 36개 중 22개가 손상되거나 파괴됐습니다. 교전지역에 거주하는 시민 중 상당수는 난방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 시설 피해액만 100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시설 확대에 서두르는 모양새입니다.
그중에서도 빠르게 원전을 확충한단 것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계획입니다. 전쟁 발발 이전인 2021년 기준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전은 5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화력·열병합(29.3%), 수력발전(6.7%), 재생에너지(8%) 순이었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도 우크라이나에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초기인 2022년 3월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현재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사톰이 관리 중입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20~25%를 생산해 왔던 만큼,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위기는 더 가시화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흐멜츠니츠키 원전에 AP1000 2기 건설 🏗️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리 중인 원전은 총 3곳. 러시아에 넘어간 자포리자 원자로 6기를 제외한 9기가 운영 중입니다. 이들 원전 상당수는 설계수명이 완료돼 수명을 연장하며 가동 중입니다.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화력발전소를 대체하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원전 확대가 필요하단 것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입니다.
일단 신규 원자로가 들어서기로 한 흐멜츠니츠키 원전은 2GW(기가와트) 규모 원자로 2기가 운영 중입니다. 이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듬해인 1987년부터 가동 중입니다.
흐멜츠니츠키 원전은 당초 원자로 4기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체르노빌 사고 여파로 남은 원자로 건설이 유예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3세대 원전 ‘AP1000’ 2기를 이 원전에 건설한단 구상입니다. AP1000은 1기당 건설 비용은 약 68억 달러(약 9조 9,000억원)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인 에네르고아톰과 원전 9기를 수주하기로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일단 이번 건설이 두산에너지빌리티에게는 호재란 분석이 나옵니다.
두산에너지빌리티는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미국과 중국에서 AP1000의 기자재를 공급한 바 있습니다. AP1000 모델인 중국 산먼·하이양 원전 1호기 증기발생기와 원자로를 제작해 2012년 납품했습니다. 미국 보글 원전 3·4호기와 브시 섬머 원전 2·3호기 내 증기발생기와 원자로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흐멜츠니츠키 원전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가? 🤔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작년 10월 흐멜츠니츠키 원전 인근에서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폭발로 발전소 유리창이 파괴됐으나 원전 운영이나 전력망 연결에는 영향은 없었습니다. 발전소 외부에 있는 방사선 모니터링 시설 전원은 일시 차단됐습니다.
우크라이나 과학기술센터 내 원자력·방사선 책임자인 드미트로 후메니크는 자국의 원전이 여러 공격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후메니크 책임자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단, 원전 인근에 떨어지는 미사일과 드론이 전력망을 손상시킬 경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