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수요 둔화의 여파로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의 가격이 1년간 80%나 급감했습니다. 일부 리튬생산업체들은 공급량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중국 상하이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탄산리튬 가격은 ㎏당 86.5위안(약 1만 6,000원)입니다.
이는 2022년 1월 3일 ㎏당 가격이 474.5위안(약 8만 9,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80%나 급락한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 리튬 가공 분야에서 70%를 차지할 정도로 공급망을 장악한 국가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채굴된 리튬은 중국으로 운반돼 리튬 화합물로 가공됩니다. 중국 내 리튬 가격이 하락했단 뜻은 세계 리튬 시장 또한 흔들렸단 뜻으로 해석됩니다.
中 전기차 판매량 둔화 여파 속 세계 리튬 가격 급감 📉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 또한 지난 1년간 리튬 가격이 80%나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BMI 자료를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BMI에 의하면, 현재 리튬 가격은 톤당 1만 3,200달러(약 1,700만원)입니다. 2021~2022년 리튬 가격이 톤당 8만 달러(약 1억 657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추락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판매 추세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을 리튬 가격의 하락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2년 중국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4% 증가한 540만 대였습니다. 허나, 2023년 판매량 증가율은 25%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업체 경쟁력을 높이고자 보조금을 폐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세계 수요의 17%에 해당하는 규모의 탄산리튬 20만 톤이 남아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선 상당한 감산이 필요하단 것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입니다.
리튬 최대 기업 앨버말 직원 4% 구조조정…“호주 광산업체들 채굴 중단” ⛏️
리튬 기업 중 일부는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미국 리튬 기업인 앨버말(ALS)은 자본투자 규모를 지난해 21억 달러에서 올해 16억 달러(약 2조 1,400억원)로 줄였습니다.
또 전체 인력의 4%인 30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사측은 구체적인 감축 인원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조치로 올해 5,000만 달러(약 665억원)를 절약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앨버말은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 리튬 채굴 기업으로, 현재 칠레에서도 리튬 광산을 운영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타격이 가장 큰 곳은 호주입니다.
호주는 전 세계 리튬 공급량의 40%를 담당합니다. 일부 호주 광산업체는 원자재 재고 소진을 위해 생산량 제한에 나섰습니다.
필바라미네랄이란 업체는 작년 4분기 매출이 46% 감소했다며, 올해 상반기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온타운리소스란 업체는 7억 6,000만 호주달러(약 6,670억원)를 대출받아 광산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리튬 가격 하락으로 예기치 않게 취소됐습니다.
광산업체인 코어리튬는 호주 북부에서의 채굴을 중단하고 재고 가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리튬광산인 호주 그린부시 광산을 보유한 IGO 또한 성명을 내고 생산량 목표치를 일부 수정했습니다. IGO는 판매량이 생산량보다 20% 낮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호주에서는 리튬 가격 하락 폭과 속도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자국 경제와 사회를 뒤흔들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호주 주요 광산업체들은 리튬 가격이 2~3년 정도 뒤에야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리튬 가격 하락, 韓 양극재 기업 영향…“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 이익 ↓” 💸
한편, 리튬 가격 하락은 국내 양극재 기업에게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양극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튬과 니켈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을뿐더러, 전기차 시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도 타격이 크단 분석이 나옵니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양극재 판매 시점을 광물 가격에 따라 제품 판매 가격을 결정합니다. 광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구매 시점 차이로 손실을 본단 뜻입니다.
실제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매출 4조 7,599억 원, 영업이익 349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4.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8.4% 감소했습니다. 엘앤에프는 작년 4분기에만 2,804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였습니다. 연간 실적도 2,223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두 기업 모두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실적에 영향을 줬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영업이익 감소 배경 중 하나로 원자재 가격 약세에 따른 재고 평가를 언급했습니다. 엘앤에프는 작년 잠정실적 설명자료에서 리튬 가격 폭락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반영됐단 사실을 밝혔습니다.
리튬·니켈 등 핵심광물 가격 하락과 전기차 시장 둔화로 인한 양극재 수요 감소로 타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난 22일 삼성증권은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리튬 가격 하락 폭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올해부터 본격 시작된단 것.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과 관련된 보고서에서 “향후 실적 개선의 주안점은 리튬 가격 및 양극재 판가의 회복 시점과 주요 고객발 출하량 반등 여부에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