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실적 악화 전망에 주가가 하루 만에 12% 급락했습니다. 리비안 등 다른 전기차 기업들의 주식도 잇따라 하락함에 따라 전기차 시장 둔화와 함께 가격 인하 경쟁 등의 시장 우려가 반영됐단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에 있어 중요한 한해가 험난하게 출발했다”고 시장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업체는 테슬라입니다.
1월 25일, 테슬라 주가 12.13% 급락…“하루 동안 107조 증발” 💸
테슬라는 지난 24일 2023년 4분기(Q4)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4분기 테슬라 매출은 251억 6,700만 달러(약 33조 5,2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습니다.
수익성은 대체로 악화했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은 20억 6,400만 달러(약 2조 7,610억원)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이 가운데 테슬라는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음날(2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2.13% 급락한 182.63달러(약 24만원)로 마감했습니다. 이는 작년 5월 이후 8개월만의 최저치입니다. 일일 주가 하락폭은 2020년 9월 하루 21% 급락한 이후 최대치입니다.
이날 하루 증발한 시가총액은 800억 달러(약 107조원)가량입니다.
테슬라는 2022년부터 주력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가격을 인하하며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사와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전과 같은 높은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테슬라가 불을 지핀 가격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단 평가도 나옵니다.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1%였습니다. 전년 동기 58%에서 7%p(퍼센프포인트) 하락한 것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여파로 최소 9개 증권사가 테슬라에 대한 투자 등급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中 전기차 기업 BYD 급부상…테슬라 제치고 판매량 1위 차지 🚘
테슬라의 실적 부진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부상도 영향을 줬단 분석입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작년 4분기 52만 6,409대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48만 4,507대)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습니다.
테슬라가 분기 실적에서 2위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기에 BYD는 유럽 등으로 판매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세를 언급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관찰한 바로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라며 “무역장벽이 없다면 중국 기업들이 세계 자동차 기업 상당수를 거의 괴멸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4년 첫날 리비안 주가 10% 급락·폴스타 대규모 구조조정, 이유는? 🤔
비단 테슬라만 힘든 상황은 아닙니다.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던 리비안의 경우 새해 첫날(3일) 주가가 10% 넘게 급락했습니다. 리비안은 주가 하락 전날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에 1만 7,541대를 생산했고, 이중 1만 3,972대를 인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차량 인도량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매도가 잇따랐습니다.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지난 26일 폴스타는 성명을 통해 “시장 여건이 어려워졌다”며 “판매량 감소 전망에 대응하고자 전 세계 인력의 15%를 감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약 450명의 직원에 해당합니다.
앞서 폴스타는 작년 5월 생산목표가 당초 예상보다 1만~2만 대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력 감축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테슬라·BYD 등 주요 전기차 업체의 잇따른 가격인하에 폴스타가 밀렸단 점도 영향을 미쳤단 평가도 나옵니다.
완성차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전기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량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지난 19일 밝혔습니다. 예상보다 낮은 전기차 수요 때문입니다.
같은날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 SUV인 리릭의 생산량을 늘려 고급 전기차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찬가지로 낮은 전기차 수요로 인해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단 해석이 나옵니다.
비관론 vs 낙관론, 2024년 전기차 시장 전망은? 🚗
전기차 시장 둔화에 대한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업계 내 가격경쟁이 치열할뿐더러, 시장 여건도 좋지 않습니다. 이 가운데 지정학적 갈등으로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는 것도 영향을 줬단 분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전기차 분석가인 엘리바제스 크레어는 WSJ에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전기차 보조금 대상이 축소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적용 기준은 지난해 43종에서 올해 19종으로 대폭 축소됐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JD파워는 올해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12.4%까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기차 가격 하락, 소비자 선택 범위 확대 등에 따라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전기차 시장이 어느때보다 치열해진단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韓 현대차·기아, 미국·유럽 시장서 최대 실적…둔화 우려 나온 까닭은? 🇰🇷
한편,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비교적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아 지난해 포드에 이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로 올라섰습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12.1% 증가한 165만 2,821대를 판매했습니다. 기존 최대 판매기록인 2021년 138만 9,118대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같은기간 유럽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110만 6,467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올해 IRA와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감축·폐지로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며 실적 둔화가 우려된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영국과 스웨덴은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고, 노르웨이도 혜택을 점차 줄이는 중입니다. 독일도 작년 12월 17을 기점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조기 종료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2월 독일 내 전기차 판매량은 58% 감소했습니다.
이밖에도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가격경쟁도 업계 입장에서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