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시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전환했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4 기후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화’ 포럼에 참석한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절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낸 경력이 있습니다.
김 전(前) 차관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충격이 거시경제와 금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유념해야 미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기후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조망하기 위해 10인의 강연자를 초청해 진행됐습니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은 포럼에는 1,600여명의 시민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석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산업·에너지·농업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기후위기가 불러올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됐습니다.
거시경제 근본적 변화, 재정위기가 기후대응에 끼칠 영향은? 🤔
김 전 차관은 거시경제의 변화가 기후대응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고 피력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재정위기가 기후대응을 더 어렵게 한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특히,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연구개발(R&D)이 직접적으로 영향 받습니다. 대규모 R&D 지원은 장기간 국책기관이 지원해야 하나, 국가 재정 문제로 어려워졌단 것.
재정 확보를 위해선 ▲탄소세 부과 ▲유가 부조금 축소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부담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김 전 차관은 짚었습니다.
높은 시장 변동성과 금융 불안으로 자본과 기술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김 전 차관은 민간 기후금융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기후대응에 필요한 재원 격차가 여전히 크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세계 연기금과 국부펀드 운용 자산은 120조 달러(약 16경원)에 달합니다. 이중 기후대응에는 연간 약 1조 달러(약 1,335조원)만 투입됩니다. 기후대응에 필요한 금액의 6분의 1에 불과합니다.
한편, 경제성장과 정의로운 전환이 함께 동핼할 수 있냐는 질문에 김 전 차관은 “어려운 숙제”라고 토로했습니다.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간 배출량을 7~8%씩 줄여야 하나, 이를 위해선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려야 한단 것.
이와 별개로 기술혁신으로 배출량을 줄인 경험이 아직 없단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탄소집약적 산업을 녹색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김 전 차관은 피력했습니다.
이에 기후위기 해결과 기술, 자본이 결합될 수 있도록 유능한 창업가와 사려 깊은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김 전 차관은 강조했습니다.
WEF, 강조한 쌍둥이 전환…“한국, 불균형 우려돼” 🚨
‘기후를 위한 경제학’을 펴낸 김병권 기후경제 연구자는 쌍둥이 전환에 대응하는 한국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쌍둥이 전환이란 디지털 전환과 녹색전환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향후 기후대응과 인공지능(AI) 기술 부작용이 전 세계 산업군을 재편할 것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쌍둥이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쌍둥이 전환 추진에 있어 불균형이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 아직 위험이 닥치지 않은 디지털 전환은 서두르는 반면, 이미 티핑포인트(임계점)가 현실이 된 녹색전환은 피하거나 늦추려는 경향이 있단 것. 김 연구자는 특히 한국에서 이런 경향이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녹색전환, 즉 산업 탈탄소화에서 겪는 문제도 5가지로 제시했습니다. 핵심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태양광과 원자력발전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며, 태양광 산업이 배제되고 있다.
② 한국의 제조업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녹색전환을 피하려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③ 자국의 녹색산업을 구축하는 대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우선함에 따라 한국의 녹색산업이 공동화될 위험이 크다.
④ 에너지 효율이 낮은 그린수소 관련 정책이 과도하게 높다.
⑤ 디지털 전환을 곧 친환경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에너지 폭증 문제가 우려된다.
韓 수소·원자력 강조하지만 “재생에너지, 타이밍 문제” ⏰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 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는 주요국의 발전원(에너지믹스) 시나리오를 통해 국제동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방향성과 속도의 차이는 존재하나,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원으로 갈 수밖에 없단 공통된 합의가 있었단 것이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런 흐름은 작년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재생에너지 3배·에너지 효율 2배 서약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대표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의결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전환(발전) 감축 목표가 강화됐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한국이 원전을 우선시하는 상황을 어떻게 보냐는 현장 질문에 대해서는 ‘타이밍’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답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에는 10년가량이 소요됩니다. 김 대표는 탄소감축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태양광처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자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배제하는 한국 정부의 흐름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행하고 있단 것.
김 연구자는 원자력 에너지에 우호적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옹호하고 있단 점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먹거리, 절체절명 위기”…韓 농민 평균연령 70세 🧑🌾
한편, 저출생·고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농촌에도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날 ‘기후 위기와 먹거리/농촌⋅사람’을 주제로 강연한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현재 농촌의 고령화 실태를 꼬집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가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50%에 육박합니다.
정 연구자는 “10년 뒤에는 (농가인구의 평균 연령이) 80세가 될 것”이라며 농촌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만 40세 이하 청년 농민도 1만 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먹거리 문제가 시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농업 또한 기후위기의 주범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정 연구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먹거리 공공조달 체계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대규모 수요처가 필요하단 것. 학교급식, 군대급식 등을 사례로 언급하는 한편, 최근 지원이 줄고 있는 친환경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최근 논의되고 있는 수직농장 등 기술 전환에 대해서는 ‘에너지 전환 없는 기술주의의 허상’이 존재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 사례로 미국 수직농장 에어로팜의 파산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이어 “(기술 전환이) 잘 되길 바라지만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정 연구자는 제언했습니다.
[2024 기후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화]
① “기후위기 해결 위한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아”…기후불안 속 대응이란 희망 잃지 말아야
② 금융·산업·에너지·농업 전문가에게 묻다 “기후위기 시대 일어날 한국 사회 변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