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 가격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우라늄 광산이 생산 차질을 예고하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25일 우라늄 분석 전문업체 UxC에 따르면, 1월 22일 기준 주간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106달러(약 14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2007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우라늄 가격 상승 원인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전력 수요가 늘며 주요 발전사들의 구매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UXC는 각국 발전사들의 우라늄 구매 계약을 종합한 결과, 지난해 기준 1억 6,000만 파운드(약 7만 2,000톤)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탈탄소화 기조 속 원전 건설 ↑, 지정학적·정치적 갈등 속 우라늄 공급 ↓ 🤔
최근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원전을 건설 중입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의하면, 올해 1월 기준 17개국에서 약 60기의 신규 원자로가 건설 중입니다. 110기는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건설과 계획이 모두 많으며, 그중에서도 중국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작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3배로 확대하기로 한 이니셔티브도 영향을 줬단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한국전력 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40년까지 연간 세계 우라늄 수요가 현재보다 약 1.8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반면, 우라늄 생산은 세계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라늄 수급은 불안정해졌습니다. 세계 6위 우라늄 생산국인 러시아는 우라늄 농축설비 가운데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재의 일환으로 서방에서는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 의회 하원에서는 작년 1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 저하를 목표로 러시아산 우라늄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현재 상원 투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일어난 쿠데타도 우라늄 수급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니제르는 세계 우라늄 공급량의 7%를 담당합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전체 우라늄의 25%가량을 니제르에서 수입합니다. 니제르의 우라늄 수출은 쿠데타 직후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지정학적 및 정치적 갈등으로 우라늄 공급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광산 업계에서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의하면, 세계 최대 광산업체 카자톰프롬은 최근 황산의 가용성 문제로 인해 2025년까지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황산은 원광석을 녹여 우라늄을 추출할 때 사용되는 주재료입니다. 생산 시설 건설 지연도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카자흐스탄 우라늄 광산업체인 카자톰프롬은 세계 우라늄 생산의 5분의 1을 차지합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우라늄의 43%를 공급합니다.
다른 공급업체들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프랑스 소유 오라노는 니제르에 있는 사업장을 결국 폐쇄했습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카메고는 생산량 감소를 예고했습니다. 러시아 또한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2025년 우라늄 가격 평균 110달러 예상”…발전원 다각화 필요 📊
미국 씨티은행은 2025년 우라늄 가격이 파운드당 평균 110달러(약 14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우라늄 가격이 올해 파운드당 105달러에 이르고, 2025년에는 115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제프리스는 “단기적으로 우라늄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가격이 2007년 6월 사상 최고치인 파운드당 136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전력원에서 원전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는 에너지 발전원을 다각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나아가 자원 수급처를 다각화해야 한단 목소리에도 힘이 실립니다.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프랑스는 우라늄 수입량의 15%를 니제르에서 들여왔습니다. 허나, 쿠데타 직후 니제르로부터의 우라늄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이후 프랑스는 카자흐스탄과의 관계 강화에 나섰습니다. 카자흐스탄은 프랑스 우라늄 수요의 약 4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새로운 공급 파트너십을 찾기 위해 몽골과 우즈베키스탄을 에마뉘엘 프랑스 대통령이 잇따라 방문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우라늄 가격 상승의 여파로 우라늄 광산 3곳의 채굴을 재개했습니다.
“우라늄 가격 상승 여파 당장 ‘타격’은 없어”…장기화 대비 필요 💰
우라늄 가격 인상이 당장 원자력 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단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우라늄은 대게 장기계약을 맺어 수입하는 만큼 당장의 가격 인상이 미치는 타격이 현재 시점에서 크지 않단 것.
조나단 힌제 UxC 사장은 “발전사 상당수가 장기 계약에 따라 연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즉각적인 충격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습니다. 우라늄 가격 상승이 당장의 전기료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단, 우라늄 가격 인상 장기화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단 제언이 나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