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후테크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는 스웨덴입니다.
25일 그리니엄이 분석한 결과, 스웨덴에 있는 스타트업 수는 총 7,835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투자를 유치한 기후테크 기업은 70개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넘는 유니콘 기업은 2개였습니다.
스웨덴의 기후테크 기업 수는 미국이나 중국보다는 작습니다. 그러나 자금 조달 증가세 측면에서는 다릅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2023년 3분기(Q3) 세계 기후테크 자금 조달에서 스웨덴은 전년 동기 대비 투자가 224% 급증했습니다. 이 흐름은 같은해 4분기까지 이어졌습니다.
BNEF에 따르면, 스웨덴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기후테크 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라 부르는 스웨덴이 최근 기후테크 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입니다.
스웨덴 기후테크 이끄는 양대 기업 ‘H2GS·노스볼트’…대규모 자금조달 성공 💰
스웨덴이 기후테크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로 떠오른 배경에는 두 기업이 있습니다. 녹색철강 기업 H2그린스틸(H2GS)과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입니다.
두 기업은 작년에 각각 16억 달러(약 2조 1,000억원)를 조달했습니다. 그 결과, 두 기업은 지난해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회사 공동 1위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2024년에는 어떨까요? 현 추세라면 올해에도 작년과 같은 결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2일 H2GS는 47억 5,000만 유로(약 6조 9,2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이중 42억 유로(약 6조 1,000억원)는 프로젝트 부채금융, 3억 유로(약 4,300억원)는 자기자본입니다. 유럽연합(EU) 혁신기금도 2억 5,000만 유로(약 3,64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H2GS는 이번 조달금을 기반으로 스웨덴 최북단 노르보텐주 보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한단 계획입니다. H2GS는 2022년부터 이 지역에 제철소를 공사 중입니다. 보덴제철소는 2025년초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유니콘 기업인 노스볼트 또한 H2GS보다 앞서 50억 달러(약 6조 6,75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조달은 녹색대출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유럽에서 이뤄진 역대 가장 큰 녹색대출입니다. 유럽투자은행(EIB)과 북유럽투자은행(NIB)을 비롯해 23개 상업은행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스볼트는 이 자금을 기반으로 스웨덴 북부에 있는 기가팩토리인 노스볼트 에트(ett) 공장을 증설한단 계획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웨덴 유니콘 기업 4곳 중 2곳 기후테크”…전도유망 기후테크 기업 多 📈
그리니엄이 시장조사기관 피치북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23년 기준 스웨덴에 있는 유니콘 기업은 총 4개입니다. 이중 2개가 기후테크 기업입니다.
앞서 언급한 노스볼트와 공유킥보드 서비스 기업인 ‘보이 스쿠터즈’입니다.
2018년 문을 연 이 기업은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전역에서 공유킥보드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현재까지 모인 누적 투자액만 4억 6,600만 달러(약 6,220억원)에 이릅니다.
아직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기업가치가 나날이 상승 중인 곳도 있습니다.
2009년 설립된 ‘익제거’가 대표적입니다. 태양광 기술회사인 익제거는 ‘파워포일(Powerfoyle)’이란 태양광 패널로 유명합니다.
파워포일은 햇빛이나 인공조명 등 모든 종류의 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두께도 1.3㎜로 얇은 편입니다. 기존 태양광 패널과 비교해 효율성은 절반 수준이나, 훨씬 얇고 유연하단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파워포일을 탑재한 헤드폰을 출시해 유명해졌습니다.
우리나라 가전기기 제조업체 중 한 곳도 파워포일을 TV 리모컨에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헤드폰과 리모컨 모두 파워포일 덕에 별도의 충전이나 건전지가 필요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익제거의 누적 투자액만 1억 3,600만 달러(약 1,815억원)입니다.
또 다른 기업은 ‘아이라’입니다. 2022년 설립된 아이라는 유럽 가정 내 에너지 효율화와 탈탄소화 추진을 목적으로 히트펌프 설치를 주 사업으로 밀고 있습니다.
아이라는 노스볼트와 같은날(16일) 1억 4,500만 유로(약 2,10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해당 투자를 주도했습니다.
유럽 실리콘밸리로 불린 스웨덴, 기후테크 기업 잇따라 나온 배경은? 🤔
스웨덴 정부는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국가라고 소개합니다. 1990~2017년까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은 71%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기간 탄소배출량은 26% 감소했습니다.
스웨덴에서 기후테크 기업이 잇따라 나올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과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렸습니다. 또 관련 성장과 투자가 촘촘하게 연결된 덕분입니다. 여기에 스웨덴 인구의 95%가 인터넷을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화가 높단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 2045 탄소중립 선언 + 산업계 적극 동참
2017년 스웨덴 의회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70%를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가 스웨덴입니다.
또 각계 전문가와 학계 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가 정부 정책이 기후목표와 일치하는지 수시로 확인합니다.
산업계도 스웨덴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참합니다. 기후대응을 위해선 산업계 내 전환이 필요하단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예컨대 2016년 스웨덴 주요 기업 3곳은 광산부터 철강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탈화석연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한 ‘하이브리트(HYBRIT)’ 이니셔티브를 발족했습니다.
이는 2035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은 철강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이니셔티브보다 더 빠르게 탈화석연료 철강 생산에 나서겠단 신생 기업이 H2GS입니다.
이와 별개로 스웨덴 정부가 만든 ‘화석 없는 스웨덴(Fossil Free Sweden)’ 이니셔티브에 철강·화학·시멘트·농식품·해운 등 22개 산업계가 참여 중입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22개 산업계가 낸 자발적 로드맵을 점검합니다.
리차드 몰린 주한스웨덴상공회의소 회장은 “스웨덴 기업들은 녹색 전환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은 전통 제조업을 넘어 일반 소비재 부문에서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 정부·VC·CVC 연계로 체계적 투자…“EU 지원까지”
무엇보다 스웨덴 정부와 기업 모두 스타트업 성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단 점도 강점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혁신청을 앞세워 스타트업에 체계적인 성장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과의 연계도 활발합니다.
예컨대 파력에너지 기술개발을 연구 중인 ‘코파워오션’이란 기업은 3차례에 걸쳐 스웨덴 에너지청으로부터 총 1,070만 유로(약 155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지원과 투자와도 이어집니다.
목재 육상풍력터빈을 개발한 ‘모드비온’은 2021년 EU 혁신기금으로부터 150만 유로(약 21억원)를 지원받았습니다.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 중인 신생 기후테크 기업 ‘리드콜드’ 또한 EU 혁신펀드 EIT에너지로부터 2차례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셀룰로오스 기반 직물 재활용 기업 ‘리뉴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의 수익 중 상당부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단 것도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대학과 기관 그리고 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상생문화가 형성된 점도 강점으로 평가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