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주요하게 언급되는 문제 중 하나는 단연 ‘핵심광물’입니다.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만들기 위해선 구리·알루미늄 같은 여러 광물자원이 더 필요로 합니다.

가령 같은 발전규모 기준으로 육상풍력발전 설비는 가스화력발전소보다 9배 많은 광물자원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수불가결임 만큼,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핵심광물 수요 및 공급 체계도 개선돼야 한단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과정에서 핵심광물을 덜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문제에 주목한 한 스타트업은 최근 목재를 이용한 대형 풍력발전기 건설에 성공했습니다.

스웨덴 기후테크 스타트업 모드비온(Modvion)의 이야기입니다.

 

▲ 현지시각으로 지난 4일 모드비온은 건설 중인 목제 풍력발전기에 2㎿급 풍력터빈이 성공적으로 설치됐다고 밝혔다 ©Modvion

최대 150m 높이 목제 풍력발전기 건설이 가능했던 까닭은? 🌲

지난 4일(현지시각) 모드비온은 자사가 개발한 풍력발전기에 2㎿(메가와트)급 풍력터빈이 성공적으로 장착됐단 사실을 밝혔습니다.

사측은 추후 발전기가 가동되면 인근 500가구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발전기는 연내 곧 가동됩니다.

스웨덴 서부 베스트라예탈란드주 스카라시 인근에 건설된 이 발전기의 높이는 105m. 블레이드(날개)를 포함하면 총높이가 150m에 이릅니다.

이 발전기의 가장 큰 특징은 블레이드를 지지하는 타워, 즉 발전기 몸체가 철강이 아닌 목재로 건설됐단 점입니다.

이는 ‘단판적층재(LVL)’란 기술이 사용된 덕에 가능했습니다. 목재에 열과 압력을 가해 단단하게 만든 합판으로 그 강도가 콘크리트나 강철에 필적합니다. 높은 강도 덕에 주로 고층형 목재건축물 제작에 사용됩니다.

이번 풍력발전의 타워는 핀란드 가문비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비바람이나 화재 등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외부가 두꺼운 방수 페인트로 덮였고, 타워 내부는 습기와 싸우기 위해 공기량이 제어됩니다.

타워가 대개 금속과 플라스틱 등이 섞여 제작된단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전기는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모드비온, 재생에너지 전환 위해선 주소재도 같이 전환돼야 해” 📏

2016년 설립된 모드비온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목재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단 점을 강조합니다. 이번 발전기 건설에 앞서 모드비온은 2020년 스웨덴 벼르외크섬에 30m 높이의 목제 풍력발전기를 건설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IEA에 의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연간 3만 개 이상의 풍력발전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풍력발전기를 강철로만 만들 필요가 없단 것이 모드비온의 말입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설비에 필요한 재료들도 기후중립 목표에 맞춰 전환돼야 한단 것.

 

▲ 왼쪽부터 모드비온 공동설립자 겸 CEO인 오토 룬드만과 공동설립자 겸 기술개발을 총괄한 데이비브 올리브그렌의 모습 ©Modvion

모드비온의 기술은 회사 공동설립자 겸 엔지니어인 데이비드 올리브그렌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트 제작가이자 건축가인 그는 집을 개조하며 LVL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오토 룬드만은 블룸버그통신에 “기후위기에 직면한 세계는 에너지원을 전환해야 한다”며 “가장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발전원 중 하나인 풍력발전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목재가 기존 강철보다 어떤 이점이 있단 걸까요? 모드비온은 크게 2가지 강점을 강조합니다.

 

1️⃣ 탄소배출량↓·탄소흡수량↑…타워당 최대 2000톤 포집 가능 😮

풍력발전기 제작 시 목재를 주소재로 할 경우 탄소배출량이 90%까지 줄어든단 것이 모드비온의 설명입니다.

105m 높이 강철 풍력발전기 타워에서 나온 전과정평가(LCA) 배출량이 약 1,250톤이라면, 목재로 만든 풍력발전기의 배출량은 약 125톤에 불과하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또 철강과 콘크리트는 탄소배출량이 높은 반면, 목재는 탄소흡수원으로 탄소저장효과가 뛰어나단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스웨덴 국영연구소 라이즈(RISE)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존타워를 모드비온의 목재 풍력발전기로 교체할 경우 타워당(150m) 이산화탄소(CO₂) 약 2,000톤 감축효과를 추정합니다.

 

▲ 스웨덴 예테보리의 모트비온 공장에서 LVL 기술이 적용된 풍력타워 부품이 제작되고 있는 모습 ©Modvion

2️⃣ 모듈식 설계 덕에 운송부담·설치비 모두↓ 📉

아울러 기존 철강이나 콘크리트를 활용했을 때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단 것도 장점입니다. 이는 모드비온이 풍력발전기를 모듈식으로 설계한 덕분입니다.

타워와 블레이드 모두 규모가 클수록 고난이도 운송방법이 필요합니다. 운송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는 운송비 부담으로 직결되며, 생산시설이 멀수록 비용 부담은 더 커집니다.

모드비온은 이같은 비용부담을 모듈식 설계로 해결했습니다. 이번에 건설된 발전기 타워의 경우 7개 모듈로 설계돼 있습니다. 105m 높이의 타워를 한 번에 이동시킬 필요가 없어,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적단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현재 모듈들은 스웨덴 예테보리 한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무엇보다 목재로 제작된 덕에 기존 강철 타워보다 무게와 비용 모두 적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 모드비온이 개발한 목제 풍력발전기의 내부는 습도 조절을 위해 공기량이 관리되며 모듈식 설계로 만들어진 덕에 운송비가 기존보다 줄어들었다 ©Modvion

베스타스 등 유럽 에너지 기업도 주목한 모드비온, 향후 계획은? 🤔

유럽 내 여러 에너지 기업들도 모드비온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공급망 병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풍력 산업이 어려운 것을 겪는 것은 사실이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풍력발전기가 더 배치돼야 한단 사실이 변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세계 1위 풍력터빈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Vestas)는 모드비온 지분의 15%를 구매했습니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넬그린파워(EGP) 또한 모드비온과 업무협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EGP 혁신 책임자인 니콜라 로시는 블룸버그통신에 “여러 응용 분야에 (모드비온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 개발 단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연합(EU) 또한 모드비온을 지원했습니다. 모드비온은 EU 최대 규모 연구 기금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으로부터 650만 유로(약 91억원)를 지원받았습니다. 스웨덴 에너지청도 모드비온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전환사채(CB) 발행까지 포함해 모드비온이 설립 이후 모은 투자금만 1억 2,5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51억원)에 달합니다.

 

▲ 스웨덴 예테보리 공장에서 이송된 모드비온의 모듈식 타워가 스카라시 외곽에서 조립되고 있는 모습 ©Modvion

모드비온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까지 6㎿급 대형 목제 풍력발전기를 건설한단 구상입니다.

모드비온 엔지니어이자 기술개발자인 올리브그렌은 “(목제 풍력발전기는) 높이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응력)를 받지 않는다”며 “풍력산업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이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드비온이 40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의 가치를 지닌 풍력산업 내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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