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수병에 수십만 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단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전에 추정된 것보다 최대 100배 많은 양의 플라스틱 입자가 확인됐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럿거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생수병 1리터에서 7종류*의 플라스틱 입자가 24만여개가 검출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90%는 나노플라스틱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노플라스틱은 10억 분의 1미터인 나노미터(nm) 단위로 측정되는 플라스틱입니다. 100만 분의 1미터인 마이크로미터(㎛)로 측정되는 미세플라스틱보다 크기가 작습니다.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보다 입자가 작아 위장이나 간 등으로 바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또 작은 혈관을 타고 뇌와 태반까지 침투할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단, 이같은 플라스틱 입자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향후 연구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생수 속 플라스틱 문제는 이전에도 지적된 적 있으나,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이 얼마만큼 들어 있는지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폴리아미드(PA),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MMA),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PS),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수병서 플라스틱 입자 최대 37만여개 검출”…정수 필터서도 유입 🚿
연구진은 조사를 위해 미국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생수 브랜드 3가지를 골랐습니다. 이후 각각 5개씩 표본을 조사했습니다. 생수병을 향해 두 방향에서 레이저를 발사한 뒤 나온 분자의 공명을 관찰하는 신기술이 활용됐습니다.
조사 결과, 브랜드에 따라 생수병 1리터에 적게는 11만여개, 많게는 한 병에 37만여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습니다.
이중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페트)와 폴리아미드(PA) 입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폴리아미드는 합성섬유 나일론 소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두 입자가 발견된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생수 병입과 필터 정수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물속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대개 생수는 용액 간 농도 차를 이용한 역삼투압 방식으로 물을 정화합니다. 이때 내구성이 뛰어난 폴리아미드가 물을 거르는 필터 소재로 쓰입니다.
즉, 제조업체가 생수를 병에 담기 전에 플라스틱 입자가 병에 유입된단 것. 연구진은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을 마셔도 이를 완전히 해결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세플라스틱·나노플라스틱, 인체 유해성 확인 위한 추가 연구 필요” 💉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어떤 생수 브랜드가 사용됐는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단,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연구 수석저자인 컬럼비아대 물리화학자인 나이신 치엔 박사는 “대부분의 플라스틱 입자가 병 자체와 다른 오염물질 차단에 사용되는 삼투필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공동저자인 럿거스대 약학대학 부교수인 피비 스테이플턴 박사는 플라스틱 입자가 건강에 해로운지에 대해선 “현재 검토 중”이라며 “미세플라스틱이 세포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 듀크대 의학과 교수인 제이슨 소마렐리 박사는 AP통신에 “미세플라스틱이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세포의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화학첨가제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단, 소마렐리 박사 또한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위협을 끼칠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작년 5월 발표한 ‘플라스틱 화학물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에 포함된 1만 3,000가지의 화학물질 중 절반만이 인체나 환경에 유해한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거쳤습니다.
7,000여개 물질 중 최소 3,200개가 잠재적으로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UNEP은 지적했습니다.
연구 발표 직후 국제생수협회는 즉각 성명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측정 방법이 부족할뿐더러 과학적 합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협회는 이어 “생수병에 포함된 (플라스틱) 입자에 대한 언론 보도는 소비자를 불필요하게 겁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대 “두부 등 16개 단백질 식품서 미세플라스틱 입자 검출” 🧪
한편, 같은날 환경 분야 세계 3대 학술지인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는 시중에 유통되는 단백질 식품에 미세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단 연구가 게재됐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대와 미국 환경단체 오션컨서번시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와 해산물 등 16가지 종류의 단백질 제품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여기에는 두부와 식물성 대체육도 포함됩니다.
연구팀은 시중에서 구매한 16개 제품 표본을 용액에 넣어 분해한 후 잔여 지방물질을 제거했습니다. 이후 무작위로 124개 표본을 조사해 미세플라스틱의 양과 종류를 확인했습니다.
육지와 해양 기반 단백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한 결과, 그 양에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단, 치킨너겟이나 두부 같은 일부 제품은 최소한의 가공된 제품보다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단백질 식품에 유입된 정확한 경로에 대해 아직 불투명하나, 제조 및 포장 과정에서 잠재적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지적했습니다.
연구 공동저자이자 오션컨서버시 소속 수석 연구원인 조지 레너드 박사는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레너드 박사는 “그렇지만 사회와 환경 모두를 위해선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단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