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체유 개발 기업 퍼펙트데이가 9,000만 달러(약 1,18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퍼펙트데이는 사전 시리즈 E 자금 조달 라운드를 통해 9,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설립된 퍼펙트데이는 일명 ‘정밀발효’ 기술을 사용해 대체유를 생산합니다. 젖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넣고 발효하는 방식입니다.
퍼펙트데이의 대체유는 분말 형태로 유제품이나 단백질 보충제 등 여러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측은 자사가 개발한 대체유가 기존 우유보다 물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99%와 97% 적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사용량도 60% 적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수치는 국제표준화기구(ISO)를 준수하는 제3자 기관으로부터 검증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데이터 분석 기업 딜룸에 따르면, 이번 자금조달까지 포함해 퍼펙트데이가 창업 후 현재까지 모은 투자금은 8억 200만 달러(약 1조 544억원)에 이릅니다.

“韓과 인연 깊은 퍼펙트데이”…SK그룹·매일유업, 3자 합작법인 설립 추진 🥛
퍼펙트데이의 정밀발효 기술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설립 당시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의 전문 투자사인 호라이즌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아 기술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이후 2019년 비동물성 유청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 판매를 시작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세계 최대 제과업체 마스리글리를 비롯한 여러 식품업체가 퍼펙트데이로부터 대체유를 공급받아 더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납니다.
퍼펙트데이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우리나라 SK그룹 또한 2020년 퍼펙트데이에 540억 원을 투자했고, 2021년에 65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습니다.
작년 1월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 2023’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퍼펙트데이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어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퍼펙트데이의 아이스크림은 당시 SK그룹이 CES 2023 전시장에 마련한 ‘지속가능식품 푸드트럭’에서 판매됐습니다.
또 2022년 11월 퍼펙트데이는 SK그룹과 매일유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자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입니다.
3자 합작법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를 마치는 대로 퍼펙트데이가 생산한 원료를 한국에 들여온단 구상입니다. 매일유업이 완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맡는 형태로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입니다.
2023년, 구조조정·B2C 철수 등 경영악화에 시달린 퍼펙트데이 🤔
그러나 퍼펙트데이가 성공대로만 달린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퍼펙트데이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작년 7월 구조조정에서 실직한 직원만 134명입니다. 이는 전체 직원 중 15%에 해당합니다. 당시 본사가 위치한 미국에서만 122명, 영국과 아시아 지부에서도 12명이 해고됐습니다. 퍼펙트데이는 지난해 정확한 구조조정 수치를 밝히길 거부했습니다.
같은해 8월 퍼펙트데이는 자사의 소비자 브랜드 4개 모두를 미 식품기업 슈퍼라투에서 전격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매각 규모는 125만 달러(약 16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퍼펙트데이가 북미에서 판매 중인 ‘브레이브 로봇’이란 아이스크림도 포함됩니다. 단, 아직 매각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퍼펙트데이는 또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고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간 B2C 전략을 내세워 온 퍼펙트데이가 돌연 계획을 바꾼 이유에 대해 회사 대변인은 “현재 경제 환경이 2~3년 전과 매우 달라졌다”고 답했습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가 회사 경영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체유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선 대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더 다각화해야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측은 전했습니다.

시리즈 E 자금 조달 직후 퍼펙트데이 공동설립자 운영에서 물러나 💼
구조조정 등 잇따른 경영위기 소식에 퍼펙트데이가 시리즈 E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를 두고 관심이 쏠렸습니다.
결과적으로 9,000만 달러란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조달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첫 자금 조달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사측은 현재 다른 투자자로부터 추가 자금 조달을 최종 협상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대신 이번 자금 조달 이후 퍼펙트데이 공동설립자인 라이언 판드야와 페르말 간디가 회사 운영에서 물러났습니다.
나라얀 TM 퍼펙트데이 사장이 당분간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로 했습니다. 또 테마섹과 호라이즌스벤처스에서 새로 고용한 공동회장이 회사 전환을 돕기로 했습니다.

“합성생물학으로 만든 대체유, 규제 개선·규모 경제 달성 등 과제 산적” ⚖️
한편, 퍼펙트데이와 같이 합성생물학으로 만든 대체유 시장의 전망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합성생물학으로 만든 대체유 시장의 성공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당장 퍼펙트데이의 대체유를 원료로 한 기업들의 제품 상당수가 단종됐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세계 최대 제과업체 마스리글리가 퍼펙트데이의 원료를 활용해 만든 초콜릿바 ‘CO2COA’는 현재 단종됐습니다. 같은해 네슬레와 협력해 출시된 ‘코와분가’란 제품은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미 워싱턴주 시애틀 일부 지점에서 퍼펙트데이의 곰팡이 기반 대체유를 실험했습니다. 단, 현재까지도 실험 및 소비자 반응에 관한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 식품기업 제너럴밀스의 대체유 브랜드이자 비건치즈인 ‘볼드 커틀’은 더는 퍼펙트데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공급량이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이스라엘 대체유 기업 리밀크 원료를 사용했으나, 지난해 2월 제너럴밀스는 브랜드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경기침체로 자금 지원이 어려워진 가운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렸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관련 규제가 엄격한 것도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단 지적도 나옵니다.
2023년 안전 인증 및 투자 발표도 계속돼…“EU도 기업 육성 적극 나서” 🗺️
반론도 나옵니다. 급격하게 연구개발(R&D)이 진행 중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단 주장입니다.
판드야 전(前) 퍼펙트데이 CEO는 “10년 전에 불가능했다고 생각했던 비용으로 대체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추후 연속공정과 같은 기술을 사용해 경제성을 더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속공정이란 말 그대로 미생물 배양과 증식속도를 임의로 조절하는 것을 말합니다.
관련 규제 개선이나 정부 지원도 계속되고 있단 점도 업계 입장에서 호재입니다.
이스라엘 대체유 스타트업 이매진다이어리는 작년 8월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안전원료인증(GRAS)을 획득했습니다. 이 기업은 효모를 사용해 대체유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같은해 10월 스위스와 뉴질랜드 합작기업인 비비치는 정밀발효 대체유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대 생명공학 캠퍼스에 본사와 실험실을 둔 이 기업은 올해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본비비안트란 스타트업 또한 1,500만 달러(약 197억원) 규모의 시드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비비치와 본비비안트 두 기업 모두 대기업에게 대체유 재료를 공급하는 B2B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또 유럽연합혁신협의회(EIC)는 2024년 주요 계획으로 정밀발효 기업 육성을 위한 5,000만 유로(약 72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 최대 규모의 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Horizon)’에 따라 지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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