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부터 이유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식품에 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단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최대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식품 및 패스트푸드 제품 85개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조사는 작년 2월부터 같은해 4월까지 진행됐습니다. 미 동부 3개주(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에서 각 제품을 2~3개씩 구매해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단체는 그중에서도 “프탈레이트의 발견이 특히 우려된다”며 “조사를 진행한 거의 모든 식품에서 높은 수준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프탈레이트(phthalat)는 플라스틱 유연하고 내구성 있게 만드는 화학물질입니다.
식품포장재·장난감·플라스틱 용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나, 대표적인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 중 하나로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5개 제품 중 84개서 ‘프탈레이트’ 검출…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은? 🤔
조사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는 85개 조사 식품 중 84개 제품에서 발견됐습니다.
유기농을 표방한 브랜드의 제품에서도 높은 함량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습니다.
예컨대 유명 유기농 브랜드 애니스올가닉의 치즈 라비올리 통조림에서는 조사 제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프탈레이트가 확인됐습니다. 이 제품에서는 1인분에 5만 3,579ng(나노그램)이 발견됐습니다.
델몬트의 얇게 썬 복숭아(2만 4,928ng)와 페어라이프 코어파워의 고단백 초콜릿 밀크셰이크(2만 452ng) 등 포장된 제품에서도 높은 함량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습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의 햄버거와 치킨너겟 등 18개 패스트푸드에서도 프탈레이트가 발견됐습니다. 4개 유아용 식품에서도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습니다.
한편, 똑같은 브랜드라 할지라도 제품 내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의 수준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파게티 소스로 유명한 브랜드 셰프보야디의 경우 통조림에 담긴 미트소스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는 1만 3,628ng이었습니다. 반면, 플라스틱 병에 담긴 미트소스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는 5,064ng이었습니다.
컨슈머리포트에서 식품안전성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제임스 로저스 박사는 “동일한 브랜드에서 제품 간 차이가 있단 것은 식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의 양을 줄일 방법이 있단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습니다.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 수년에 걸쳐 인체 악영향” 😵
또 조사 대상이 된 식품 중 79%에서는 플라스틱 첨가물인 비스페놀A 등이 검출됐습니다.
2009년 실험에서 검출된 수준보다는 낮았으나, 여전히 광범위한 식품에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단 것이 컨슈머리포트의 설명입니다.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모두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꼽힙니다. 환경호르몬은 태아의 기형이나 암, 당뇨병,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단체는 미국이나 유럽 규제 당국이 규정한 한도를 초과한 수준의 프탈레이트가 나온 식품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마련한 프탈레이트 임시 안전 기준은 몸무게 ㎏당 일일 5만ng 이하입니다.
다만, 미국 환경보호청(EPA)나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또 규정 한도를 하회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컨슈머리포트는 덧붙였습니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국제 공중보건 책임자이자 소아과 의사인 필립 랜드리건 박사는 “모두가 한꺼번에 죽는 비행기 추락사고와 달리, 환경호르몬 교란은 수년에 걸쳐 사람들을 죽인다”고 밝혔습니다.
미세한 양이라고 해고 플라스틱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고, 이것이 인체에 축적될 때 문제가 된단 것이 랜드리건 박사의 설명입니다.
프탈레이트 등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식품서 발견된 이유는? 🥙
컨슈머리포트는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 같은 플라스틱 속 화학물질이 식품에 유입되는 경로가 많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들 화학물질은 크게 4가지 경로를 통해 식품에 함유될 수 있습니다.
먼저 폐기물과 플라스틱이 토양 및 수질에 축적되는 것입니다. 이는 채소류·육류·해산물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과 연결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 재료를 제품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벨트나 장갑 등과 접촉하며 화학물질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완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캔이나 플라스틱 통과 접촉하며 음식에 누적된단 것.
이번 실험을 이끈 툰데 아킨레예 식품안전연구원은 “이같은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은 식품뿐만이 아니라 영수증이 같은 여러 곳에서 발생하므로 단일 식품에 대한 안전한 한계를 정량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컨슈머리포트, 플라스틱 화학물질 노출 제한 위한 엄격한 규제 필요 ⚖️
이에 컨슈머리포트는 당국이 더 엄격한 플라스틱 화학물질 규제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현 기준치가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못했단 것이 단체의 지적입니다.
2013년 미국소아과학회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 규제당국이 정한 안전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플라스틱 함유량만으로도 인슐린 저항성이나 고혈압 같은 질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로저스 박사는 “화학물질이 식품 공급망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후 사회나 개인적으로 화학물질 노출을 제한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컬럼비아대 공중보건대학원의 환경보건과학 부교수인 아미 조타 박사 또한 관련 규제가 강화돼야 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조타 박사는 식품에 화학물질이 허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증거에 기초한 것은 아니다”라며 더 안전 수준으로 허용치를 낮출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프탈레이트로부터 韓은 안전?”…식약처 “유해물질 체내 농도 조사 중” 🧪
이번 실험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제품군을 판매하는 브랜드 상당수는 논평을 거부하거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델몬트는 이번 실험에 대해 “식품에 프탈레이트를 첨가하지 않는다”며 “환경에 널리 퍼진 화학물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맥도날드는 규제 당국의 요구사항을 준수하고 있을뿐더러, 포장재 내 화학물질 사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프탈레이트 노출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식약처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프탈레이트 평균 일일노출량은 인체노출허용량의 5분의 1 수준인 10.1㎍(마이크로그램)이었습니다. 단, 장난감이나 욕실 제품 등에서 종종 프탈레이트의 총합이 기준치인 0.1%를 넘겨 리콜(회수) 조치된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현재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프탈레이트 14종 등 총 40종에 이르는 유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작년부터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3년간(2023~2025년)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체내 농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1차 조사는 충북대와 동아대 등 12개 기관이 함께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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