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억 달러(약 42조원).
2023년 기후테크 기업들이 투자받은 금액을 모두 합친 액수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30% 감소한 것입니다.
전 세계 기후테크 부문 벤처캐피털(VC) 투자 흐름을 추적하는 미국 클라이밋테크 VC(이하 CTVC)*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2023년 공식문서나 보도자료 등 공개적으로 발표된 VC와 사모펀드 거래만 집계한 것입니다.
CTVC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고금리로 인해 민간 투자 시장이 더 신중해졌다”며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투자가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2024년 금리 인하가 예상될뿐더러 주요국의 성장동력으로 기후테크가 떠오른 점 등은 낙관적이라고 CTVC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CTVC는 “2024년은 기후테크가 실험실에서 벗어나 대규모 배포가 계속될지 판단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작년 10월 사이트라인 클라이밋(Sightline Climate)으로 사명 변경. 현재 CTVC와 공용표기.
2024년 기후테크 투자? 긍정적 전망 대다수…“투자금 재조정 필요” 💸
2024년에도 기후테크 산업으로 투자금이 몰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CTVC는 그 판단을 보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CTVC는 작년 12월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와 기업 최고경영진 등 15인에게 2024년 기후테크 산업의 전망을 물었습니다.
투자자 상당수는 낙관적으로 전망했으나, 투자금이 재조정될 것이란 전제를 달았습니다. 기술개발 및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투자가 늘어난단 것이 투자자들의 말입니다.
초기 기후테크 기업 전문 투자사 프라임연합의 로라 피어포인트 이사는 낙관적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2022년 수준으로 투자금이 몰리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기후위기 긴급성에 따라 자금 제공자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앤드류 비비 오비우스벤처스 매니저는 “2024년은 2023년과 2022년을 모두 이길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 컨그루언트벤처스 파트너인 조슈아 포사멘티에는 “2023년과 비교해 변동이 없거나 약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세계적인 자산관리회사 라자드의 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인 샤누 매튜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매튜 부사장은 “악화된 거시경제로 인해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워 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U·美·韓 등 주요국 선거는 변수”…그린래시 관측 ⚖️
금리 인하와 더불어 주요 기후정책 덕에 기후테크 산업으로 몰리는 것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정치 지형 변화가 기후테크 산업은 물론 기후대응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당장 1월부터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이뤄집니다. 2월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같은달 파키스탄에서도 총선이 이뤄집니다.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대선이 예정됐습니다. 4월 한국과 인도에서도 총선이 실시됩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6월 유럽의회 선거, 미국에서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전 세계 최소 64개국에서 올해 전국 단위의 선거가 이뤄집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로이터통신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전역에서 ‘그린래시’ 움직임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린래시는 기후대응 등 녹색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입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에서 극우정당이 주요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그 반증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핀란드, 스위스, 독일 등에서 치러진 여러 선거에서도 극우 성향 정당이 약진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매체는 선거 결과에 따른 유럽연합(EU)의 그린딜이 약화될 수 있단 우려도 내놓았습니다.
미 대선을 준비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가리켜 “환경 미치광이”라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에너지 정책 등 기후대응 핵심 분야에서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韓 배터리 기업, 2024년 美 대선 향방에 촉각…“IRA 폐지 시 타격 불가피” 🔋
실제로 정치 지형 변화가 2024년 기후테크 산업에 큰 영향을 줄까요?
캐나다 컨설팅 기업 스핏파이어리서치의 컨설턴트인 폴 마틴은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IRA는 슬프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한달 안에 법안이 폐기될 것”이란 비관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블룸버그뉴스의 기후전문기자인 악샤트 라티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공화당에서는 IRA 폐지나 축소를 주장하고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그 수혜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 싱크탱크 록키마운틴연구소(RMI)가 향후 10년간 IRA 관련 투자액을 주별로 예상한 결과, 공화당 텃밭인 남부 텍사스주가 1,310억 달러(약 172조원)로 가장 많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 텃밭인 남부 플로리다주가 620억 달러(약 81조원)로 3번째였습니다.
투자액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예상 투자액을 보면 공화당 우세주인 와이오밍주(1만 2,300만 달러)와 노스다코타주(1만 700달러)로 가장 컸습니다.
라티 기자는 “미국 정치는 예측 불가능하다”면서도 “공화당주의 IRA에 따른 인센티브가 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시 선거 결과에 따라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혹여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IRA가 폐지될 경우 북미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IRA가 폐지되면 저가 위주의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뒤쳐질 수밖에 없단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실제 당선이 되더라도 법안이 폐지되기 위해선 미 의회 하원과 상원의 과반수 통과과 필요합니다. 현재 미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270억 달러 상당 ‘온실가스 감축 기금’ 2024년부터 본격 산업 내 유입” 💸
2024년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테크 기업 최대 인수자가 될 것이냔 질문에 대한 답은 엇갈렸습니다.
라티 기자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인수합병 방식을 고려할 때 크고 유망한 기후테크 기업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석유기업들이 기업을 인수하고 있는 반면, 유럽 등 다른 지역의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나 청정에너지 사업을 접고 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옥시덴탈이 작년에 DAC(직접공기포집) 스타트업 카본엔지니어링을 인수한 것은 예외였다고 라티 기자는 덧붙였습니다.
반면, 어스샷벤처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댄 리퍼트는 화석연료 기업이 기후테크 기업의 최대 인수자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리퍼트 대표는 “화석연료 기업 등 외부로부터 270억 달러(약 35조원) 상당의 온실가스 감축 기금과 민간 자금이 기후테크 산업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금은 미 환경보호청(EPA)이 운영하는 자금으로 올해부터 본격 예산 할당이 진행될 계획입니다. 이 기금은 IRA을 통해 조성됐습니다.
그는 이어 “2024년에는 화석연료 기업이 적극적인 인수자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솔루젠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숀 헌트는 “자금난으로 파산한 기후테크 기업을 화석연료 기업들이 저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2024년 주목해야 할 기후테크 산업 내 단어는? 🤔
한편, 기후테크 산업 내에서도 2024년 주목해야 할 단어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 중 4명은 핵융합을 꼽았습니다.
기후테크 투자사 홀로세의 공동창업자인 키튼 로스는 “핵융합 스타트업이 올해 멋진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단, 그는 핵융합이 아직 저렴한 전력원이 아니란 점을 꼬집었습니다.
인공지능(AI)도 단연 주목해야 할 화두 중 하나입니다.
핵융합 스타트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CFS)의 부사장인 앨리 요스트는 “AI와 기후테크가 불가분한 관계란 점을 더 많은 이가 알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이사 또한 배터리나 태양광 설계를 최적화할 수 있는 생성AI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라티 기자는 해양 기반 탄소제거(CDR) 기술을 꼽았습니다.
2022년까지는 이론에 불과한 기술이었으나, 작년에 여러 기업이 해양 기반 탄소제거 실증에 나섰습니다. 라티 기자는 “현재 진행 중인 과학 연구결과가 긍정적이라면 2024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기후테크 전망 모아보기]
① 2023년 기후테크 투자 전년 대비 30% 감소…빅3 업종서 변화 관측
② 2023년 기후테크 전체 투자 중 24%, 상위 10개 거래서 발생
③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기업인 등 15人이 전망한 2024년 기후테크 미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