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도입을 위한 본격 준비에 나섰습니다. 남미에서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규제시장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5일 브라질 정부와 주요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작년 10월 브라질 의회 상원에서는 탄소배출권 규제시장 설립을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법안은 하원에 이관돼 같은해 12월 22일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법안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상원에서 2차 통과를 거쳐 발효됩니다.
브라질, 6대 분야 연간 2.5만 톤 배출 기업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 시행 ⚖️
이 법안은 브라질에 탄소거래시스템(SBCE) 구축과 운영 방식을 전반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등록·인증·거래방식·감독 등 제도 시행을 위한 세부사항도 담겨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재집권한 룰라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따른 조치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구상입니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될 시 이 목표에 도움이 된단 것이 룰라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2년간 탄소배출량 모니터링 기간을 거친 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단 것이 브라질 정부의 구상입니다. 법 시행 후 배출권거래제 완전 시행까지 최소 4~5년이 걸릴 것으로 브라질 정부는 내다봤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연간 탄소배출량이 2만 5,000톤을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권 거래 도입을 추진합니다.
규제 대상 기업은 매년 2만 5,000톤까지만 탄소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을 배출한 기업은 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반대로 2만 5,000톤 이하로 배출한 기업은 남은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규제 대상 기업은 ①철강 ②시멘트 ③알루미늄 ④화학 ⑤원유 ⑥천연가스에 한정됐습니다.
브라질 내무부에서 관련 계획을 조율 중인 라파엘 두보 특별고문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규제 대상 기업이 브라질 기업의 0.1%에 해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 기업이 브라질 기업 전체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의 절반에 가깝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브라질 “자발적 탄소시장서 부작용 속출”…규제시장 필요성 대두 🤔
탄소배출권 규제시장, 즉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브라질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여러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그간 브라질은 자동차 연료 산업에 한정된 배출권 제도를 운용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의 경우 자발적 탄소시장(VCM) 거래가 활발했습니다.
그간 브라질 기업들은 산림복원 등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획득한 배출권으로 탄소배출을 상쇄해 왔습니다. 재생에너지나 산림조성 기업의 경우 수익 확보를 위해 배출권을 인증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브라질 정부는 일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단 점을 지적합니다.
두보 특별고문은 “일부 사업자가 아마존 원주민에게 턱없이 적은 수익을 지불하고 있다”며 규제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에 그는 규제시장 개설을 통해 탄소상쇄 사업 추진을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원주민이 사업자와 평등한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농식품·축산업 기업, 배출권거래제 규제 대상서 제외…이유는? 🐂
다만, 브라질 탄소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 및 축산업이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 다소 아쉽단 평가가 나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브라질 정부는 “자국 내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영리기구 세계자원연구소(WRI) 산하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브라질은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입니다.
브라질 전체 배출량의 약 절반이 삼림벌채에서 나옵니다. 이는 소고기·가죽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열대우림이 목초지로 개간된 탓입니다.
삼림파괴를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맴바이오매스의 코디네이터인 타소 아제베도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농업을 포함하지 않으면 배출량의 작은 부분을 다루는 작은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컨설팅기업 웨이카본의 컨설턴트인 브루노 아라우조는 “농업 관련 기업의 경우 배출량을 측정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놓고 이견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축산 관련 로비스트를 중심으로 식품 및 축산업이 규제 대상에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고 거셉니다.
브라질 하원에서도 농업 부문에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의견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배출권 시장 가동 임박…“현지 진출한 韓 기업도 준비해야” 💰
그럼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정책고문인 페드로 벤존은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시장 중 하나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벤존 정책고문은 “브라질이 높은 무결성을 갖춘 효율적인 배출권거래제를 개발한다면 인도네시아나 인도와 같은 다른 국가에도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반구 탄소시장 개발에 있어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브라질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대응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단 조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신재훈 상파울루 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수년 안에 브라질 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도 탄소배출 감축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 무역관은 이어 “우리 기업들이 브라질 탄소배출권 제도와 법률을 모니터링하고 스타트업 협력, 친환경 발전소 기자재 공급 등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