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최종안이 오는 4월 발표될 전망입니다.
2022년 3월 SEC의 초안 발표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후공시.
SEC는 초안에 대한 의견 청취를 거쳐 당해 12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이후 2023년 대형 상장기업을 시작으로 기후공시를 시행할 계획이었습니다.
허나, 초안 발표 직후 기업 및 미 공화당의 거센 반발로 최종안 발표는 계속 연기됐습니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과 대변인도 기후공시 최종안 발표 시점에 대한 언급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기후공시 최종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며 기후공시를 둘러싼 논쟁이 재개됐습니다.
美 정보규제국 규제 안건 공개 “기후공시 최종안, 4월 발표 예정” 📜
미 관리예산실(OMB) 산하 정보규제담당관실은 매년 봄·가을에 맞춰 각 기관에서 향후 12개월 내 채택 예정인 규제 목록을 발표합니다.
작년 12월 6일(이하 현지시각) 발표된 ‘2023 가을 규제 목록’에 따르면, SEC는 기후공시 채택일을 2024년 4월로 게시했습니다. 2022년 초안을 발표한 지 약 2년만입니다.
기후공시의 핵심은 상장사의 탄소배출량 등 기후리스크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 공시 의무화뿐만 아니라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배출량(스코프 3)으로 공시 대상을 확대하면서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초안 발표 이후 SEC에 제출된 의견서만 1만 6,000여개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스코프 3 배출과 관련해서 정보 수집의 어려움, 비용 문제 등이 난점으로 제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SEC도 스코프 3 공시 축소를 고려하고 있단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SEC는 스코프 3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단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2022년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권한 관련 소송에서 미 연방대법원이 EPA 패소를 결정한 선례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SEC 의장 “美 기후공시, EU CSRD 대응 위해서라도 필요” 📢
그럼에도 기후공시 도입 자체에 대한 SEC의 의지도 확고합니다.
겐슬러 의장은 작년 12월 초당파 싱크탱크 외교협회가 주관한 행사에서 미국 내 기후공시 규제가 확립돼야 다른 국가들의 더 부담스러운 기후공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단 점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겐슬러 의장은 “우리가 규제를 확정하지 않거나, 확정해도 법원에서 뒤집힐 경우 상당수의 미국 기업이 유럽 표준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어느 수준이든 기후공시를 확정한다면 “유럽의 규제와 다르다고 해도 소위 ‘대체준수(substituted compliance)’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체준수란 각국의 협의에 따라 유사한 해외규정에 대해 자국의 규제를 준수할 경우 상대국의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미국 기업이 SEC의 기후공시를 준수할시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준수한 것으로 상정한단 뜻입니다.
CSRD는 ▲스코프 1·2·3 모두 공시 ▲이중 중대성 평가방식 적용 ▲ESG 전 분야 적용 등에서 SEC의 기후공시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규제로 평가받습니다.
SEC의 기후공시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미국 상장 기업 5,200여개에 불과하지만 EU의 CSRD는 약 5만 개 기업에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데이터에 따르면 CSRD를 적용받는 5만여개 기업 중 3,000개가량이 미국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연간 매출 10억 달러(약 1조 3,400억원)를 초과하는 주 소재 기업의 탄소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습니다.
2024 美 대선에 정쟁 격화 전망…“SEC 기후공시에도 먹구름” ☁️
SEC가 기후공시 확정을 2023년 이내에 마무리에 실패하며 기후공시 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ESG와 기후공시를 둘러싸고 정당 간 대립하는 상황에서 2024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쟁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SEC는 미국 대통령 직속 기관입니다. 미 의회 상원의 승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SEC의 주요 의사 결정이 이 5명 위원단의 투표로 이뤄집니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 위원 3명, 야당인 공화당 위원 2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후공시 의무화는 과반인 민주당 위원의 지지만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 반면, 향후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기후공시 도입이 뒤집힐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미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과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ESG 정책을 적극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7개월 차에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한편, 현재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기후공시에 대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기후공시 규제를 최종 확정하는 방법에 대해 해당 기관의 민주당 당원 간에도 내부 합의가 부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 당원인 겐슬러 SEC 의장마저 스코프 3 공시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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