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기후총회 역사상 ‘화석연료’란 단어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COP28 합의문에 처음 등장한 단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원자력·CCUS(탄소포집·활용·저장)·저탄소수소 생산 등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한단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국제기구·산업계·시민단체 등 9만여명이 참석하며 ‘무역박람회’와 비슷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가속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계 및 단체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OP28 의장단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 민관에 걸쳐 830억 달러(약 108조원) 규모의 재원 약속이 발표됐습니다. 더불어 기업들도 잇따라 이니셔티브와 서약에 동참을 밝혔습니다.
COP28이 마무리됨에 따라 업계별로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또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요.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COP28서 첫 등장한 ‘식품’ 테마데이…“메탄·육류 논의 부상” 🥩
이번 COP28의 특징 중 하나는 ‘식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단 점입니다.
일례로 기후총회 사상 최초로 테마데이에 식품이 포함됐습니다.
작년 27차 당사국총회(COP27)까지 테마데이에서 ‘농업과 물’로 언급됐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식품과 농업, 물’로 다뤄진 것입니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화석연료 배출이 즉각 제거된다 해도 식품 시스템의 온실가스 배출만으로도 1.5℃ 목표 달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와 연결됩니다. 해당 내용은 지난 3월 ‘제6차 평가보고서(AR6) 종합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여기에 국제메탄서약 2년차를 맞아 메탄 감축 논의가 뜨거워진 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위적 메탄 배출의 가장 큰 배출원이 사실 농식품업이기 때문입니다.
농식품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가축의 장내가스와 분뇨, 식품폐기물로 인한 매립가스 등으로 메탄이 배출됩니다.
실제로 COP28에서 축산업 로비스트가 대규모로 참여했단 점은 올해 축산업의 메탄 감축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높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캐나다 기후전문매체 디스모그에 따르면, COP28에 참가한 축산업계 로비스트는 120여명으로 작년 총회 대비 3배 증가한 규모입니다.
기후대응-농식품 연계 위한 작업반 파행…“159개국 선언은 환영” 👏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또한 농식품 관련 기후행동 로드맵을 발표하며 1.5℃ 억제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농식품 분야의 메탄 감축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육류 섭취 감소를 언급하긴 했으나, 축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더 강조했단 점에서 아쉽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COP28 최종합의문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개정안 제출 시 비(非) CO₂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영할 것을 장려한 문구는 주목할 지점입니다. 이 대목은 화석연료 산업뿐만 아니라 농축산업에도 큰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이번 COP28에서 ‘농업 및 식량 안보에 대한 기후행동 이행에 관한 샤름엘셰이크 공동작업(SSJW)’ 논의가 파행된 것은 아쉬움으로 꼽힙니다.
SSJW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내 유일하게 농식품 시스템을 다루는 작업반입니다.
해당 작업반은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작년 COP27에서 설립돼 향후 4년간 활동하며, COP28에서는 공동작업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SSJW 협상은 합의 없이 종료됐습니다. 해당 논의는 2024년 6월 독일 본에서 열릴 기후회의에서 재개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기후대응에 농식품을 접목하기 위한 노력이 진전을 보였습니다.
개막식 이튿날 발표된 ‘지속가능한 농업, 복원력있는 식량시스템, 기후행동에 관한 COP28 UAE 선언(이하 농식품 기후행동 선언)’입니다.
발표 당일 우리나라를 포함해 134개국이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폐막일 기준 참여 159곳·지지 2곳으로 동참국 수는 늘었습니다. 허나, 선언문에 정량적인 목표가 없단 점은 아쉬운 지점입니다.
각국 농식품 이니셔티브 발족…WEF·GGGI 등도 참여 🌎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주도로 여러 농식품 이니셔티브도 다수 발족했습니다.
먼저 지난 8일 UAE와 미국 주도로 출범한 ‘기후를 위한 농업 혁신 미션(AIM for climate)’ 이니셔티브는 투자액을 170억 달러(약 22조원) 이상으로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해당 이니셔티브와 함께 55개국 6,000개 이상의 파트너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날 UAE와 세계경제포럼(WEF)은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식품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한 민관산학 파트너십인 ‘식품을 위한 세계선도연합(First Movers Coalition for Food)’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목표는 지속가능한 저탄소 농산물에 대한 식품 수요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2030년까지 100억~200억 달러(약 13~26조원)에 달하는 구매 약속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WEF는 2021년 미 국무부와 함께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7개 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해 ‘세계선도연합(FMC)’을 출범시킨 바 있습니다.
‘식량·농업·물의 날’인 지난 10일에는 농식품 기후행동 선언을 가속화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도 출범했습니다. 노르웨이·브라질·시에라리온 등이 주도하는 ‘식품 시스템 변화를 위한 챔피언 연합(ACF)’입니다.
이와 별개로 노르웨이는 5억 2,000만 크로네(약 648억원) 상당의 기후적응 지원책을 지난 1일 발표했습니다. 지원근 상당수가 최빈개도국의 소농과 농업, 생물다양성, 식량손실 방지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한편, 우리나라가 주도해 설립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도 100억 달러 규모의 농식품 민관 파트너십을 지난 10일 출범했습니다. 일명 ‘아프리카·중동 SAFE 이니셔티브’입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소농 지원, 농업 내 배출량을 감축, 식단 영양 개선 등을 목표로 합니다.
*Scale-up Agriculture and Food systems for Economic development
기후-식품 자금 약속 70억 달러 이르러…“FAO, ‘현저히’ 부족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COP28에서 나온 식품 관련 기후자금은 70억 달러(약 9조 1,300억원)에 달합니다.
앞서 살펴본 국가 및 기관의 재원 약속과 함께 민간 참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베이조스 지구 기금’의 5,700만 달러(약 749억원) 투자와 UAE·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2억 달러(약 2,640억원) 규모의 농업·연구 파트너십이 여기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농식품 시스템에 할당되는 기후자금이 급락하고 있다고 FAO는 지적합니다.
FAO는 지난 10일 ‘농식품 시스템에 대한 기후 관련 개발 금융’ 보고서에서 농식품 및 관련 적응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2021년의 경우 농식품 시스템에 지원된 자금은 190억 달러(약 24조 7,700억원)로, 전년 대비 12% 급락한 금액입니다. 또 2019년과 2020년에는 세계 기후재원의 4% 만이 농식품 시스템에 전달됐습니다.
FAO는 이러한 재정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COP27에서 출범한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식품 및 농업(FAST)’ 이니셔티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FAST 이니셔티브는 기후취약국의 농식품 시스템에 대한 기후재원 마련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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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산업계 영향 몰아보기]
①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약속 위한 방안은?
② 원자력? “인플레이션 직면 등 장밋빛 전망은 경계”
③ COP28서 탈탄소 솔루션 강조된 모빌리티
④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패션업계 끼칠 영향은?
⑤ 기후대응서 식품 시스템·축산 메탄 논의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