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오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의 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생산에 40억 유로(약 5조 7,000억원)를 지원한단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유럽으로 수입해 오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아프리카 투자회담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회담은 주요20개국(G20)과 아프리카연합(AU)의 정상회의인 ‘아프리카와의 콤팩트(CwA)’에 앞서 진행됐습니다.
CwA는 아프리카 기업환경 개선을 통해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 창설됐습니다. 이번 회담에는 이집트·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13개국 정상이 참석했습니다.
숄츠 총리는 “아프리카에서 녹색에너지 생산 확대를 위해 40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는 원조 공여국과 수원국 간의 개발자원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자”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지원은 아프리카와 유럽연합(EU) 간 에너지 이니셔티브인 ‘아프리카-EU 그린에너지 이니셔티브(AEGEI)’를 통해 지원됩니다.
EU는 독일보다 앞서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34억 유로(약 4조 8,4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U, AEGEI 통해 아프리카서 그린수소 등 재생수소 역내 수입할 계획 🗺️
AEGEI는 EU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이니셔티브(Global Gateway Initiative)’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EU의 개발도상국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입니다.
그중에서도 AEGEI는 아프리카 내 국가간 전력망을 연계하고 그린수소와 같은 청정수소 생산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 재생에너지 설비 50GW(기가와트)를 설치하고, 최소 1억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U는 AEGEI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저렴하게 생산한 그린수소 등 재생수소를 역내로 수입한단 구상입니다. EU의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은 재생에너지와 수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생에너지·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한 수소를 EU 전 지역에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럽수소파이프라인(EHB)’과도 연계돼 있습니다. 총 5개 수소파이프라인이 건설되는데 여기에는 북아프리카와 유럽 본토를 연결하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넓은 토지, 풍부한 풍력·태양열 등을 갖춘 아프리카가 수소 생산에 최적의 장소란 것이 EU의 설명입니다.
“아프리카에 독일 정부가 4.8조 투자한 이유? 자국 기후중립 목표 때문” 🤔
EU는 오는 2030년까지 1,000만 톤의 재생수소를 생산한단 목표입니다. 이는 매우 야심한 목표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의하면, 2022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약 10만 9,000톤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독일 정부의 이번 지원도 자국의 기후중립 목표와 연계돼 있습니다.
2045년 기후중립을 목표로 하는 독일의 경우 그린수소가 대규모로 필요하단 것이 숄츠 총리의 설명입니다. 독일 정부는 그린수소 수요의 50~70%를 수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이를 튀니지와 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을 연결하는 3,300㎞ 길이의 ‘사우스H2회랑(SoutH2 Corridor)’로 들여온단 것.
실제로 이번 회담 직후 사흘 뒤인 지난 22일(현지시각) 숄츠 총리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수소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논의했습니다.
기존 천연가스 운송 파이프라인을 보수·확장할 예정이며, 연간 최대 400만 톤의 수소가 운송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튀니지는 2050년까지 연간 83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이란 목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북아프리카, 유럽 에너지 수요 충족에 이상”…아프리카녹색수소연맹 출범 ⚡
아프리카 각국도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그린수소 개발에 서두르고 있습니다.
예컨대 튀니지의 경우 2050년까지 연간 83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이란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모로코 또한 2050년까지 유럽에 그린수소 5%가량을 수출한단 목표를 세웠습니다. 두 국가 모두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장 가깝습니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2023 그린수소 전망 보고서에서 “북아프리카는 풍부한 태양열과 기존 수출 인프라 등이 설치돼 있다”며 “유럽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22년 5월에는 그린수소 생산 가속화를 위한 이니셔티브 ‘아프리카녹색수소연맹(AGHA)’도 출범했습니다.
케냐·이집트·모로코·나미비아·모리타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이 창립멤버로 참여 중입니다. 여기에 에티오피아·지부티·앙골라 등이 추가 회원으로 지난 9월 들어왔습니다.
AGHA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부터 수출을 위한 각종 규제 개선 및 자금조달 등을 아프리카 국가들이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GH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린수소 산업이 6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2%까지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U와 함께 한국과 일본 같이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그린수소를 수입해 갈 것이란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EU 아프리카 수소 공략에 ‘녹색식민주의’ 비판 나와 🌍
아프리카의 그린수소 개발 현황이 장밋빛 미래로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EU가 재생에너지·그린수소 생산에 따른 산림 훼손, 물 부족 등의 피해를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떠넘긴단 점에서 ‘녹색식민주의’가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이는 고소득국가들이 기후대응을 명목으로 저소득국의 자원을 독점하고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뜻합니다.
일례로 탐사보도매체 옥스페커스와 클라이밋홈뉴스는 공동으로 나미비아와 EU의 그린수소 계약에 대한 우려를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나미비아는 EU의 지원을 받아 2030년까지 200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그린수소를 수출한단 구상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그린암모니아 생산 설비를 구축한단 구상도 내놓았습니다.
과거 나미비아를 식민 통치한 독일이 보상 명목으로 나미비아 그린수소 프로젝트에 4,000만 유로(당시 한화 약 537억원)를 지급하며 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나미비아에서 대규모 그린수소 계획이 추진되는 곳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던 대서양 연안 마을 ‘뤼더리츠(Luderitz)’입니다.
두 언론사가 취재한 결과, 그린수소 생산시설 및 항구 건설 등으로 인해 뤼더리츠의 육상·해양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단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 제시됐습니다.
해당 시설 건설을 위해 인근 해안이 간척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별개로 현지건설사와 지방정부의 부패혐의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WB) 소속 경제학자인 라바 아레즈키 박사는 “수소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가 쏟아지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소 수출이란 신기루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으로의 수소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을 모두와 공유해야 할뿐더러, 자국 내 에너지 전환과 사회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단 것이 아레즈키 박사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