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꼽히는 풍력발전도 폐기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85%가량이 재활용 가능한 타워(기둥)와 달리 유리섬유·탄소섬유 등 복합재료가 사용된 블레이드(날개)는 대부분이 매립·폐기됩니다.
풍력발전기 수명은 통상 20년. 달리 말하면 2000년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수명이 다해가며 폐기물이 쏟아진단 뜻입니다.
일례로 유럽 내 풍력발전협회 윈드유럽은 2025년까지 유럽 내에서만 연간 2만 5,000톤의 블레이드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미국 또한 2021년에만 8,000개의 블레이드가 폐기됐고, 해가 갈수록 빠르게 그 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재활용이 어려운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에 순환디자인을 접목해 제2의 생명을 불어넣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순환디자인 스타트업 캔버스(Canvus)의 이야기입니다.
2022년 미 오하이오주에 설립된 캔버스.
수명이 다한 풍력발전기 폐기물을 벤치와 테이블, 분수 등 공공시설로 업사이클링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파커 코왈스키 대표이사와 브라이언 도나휴 부사장, 세스 휘트니 수석 디자이너 등 세 사람이 공동설립했습니다. 이들은 풍력발전 및 폐기물 분야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으며 블레이드 폐기물 문제에 관심갖게 됐다는데요.
실제로 코왈스키 이사와 도나휴 부사장은 풍력발전 기업 리버캡(Rivercap)에서 수년간 함께 근무했습니다. 리버캡은 수명이 다한 풍력발전기의 해체 및 재가동을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베스타스·지멘스가메사 등 굵직한 풍력기업과 협업해 60개 프로젝트에서 3,580개 터빈을 처리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풍력발전기의 평균 수명은 20~25년으로 산정됩니다. 허나, 복합소재인 블레이드는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리버캡에서 이들은 블레이드 재활용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멘트 생산용 연료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연료도 결국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단 점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복합소재를 다 분리해 재활용하기에는 소재의 내구성이 너무 강하단 문제가 있었습니다.
세 사람이 여러 방면을 고민한 끝에 찾은 해법이 바로 업사이클링 가구입니다.
블레이드의 독특한 모양과 내구성을 살리면서도 물질적인 순환이 가능하단 설명입니다.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이들은 2022년 리버캡의 자회사로 캔버스를 설립했습니다.
그렇다면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는 어떻게 가구로 업사이클링 될까요?
먼저 캔버스는 리버캡으로부터 절단된 블레이드를 전달받습니다. 숙련된 장인들은 블레이드를 더 작게 자른 뒤 3D 이미지로 스캔합니다.
이후 해당 블레이드의 형태에 맞는 디자인을 선정합니다. 이를 위해 캔버스는 사전에 150가지의 아이디어 중 블레이드의 형태를 살리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11개 디자인을 개발했습니다. 대부분이 벤치 형태이긴 하나, 그네·화분·그늘막 등으로도 용도 변경이 가능합니다.
한편, 캔버스는 가구에 사용되는 부자재에는 순환재료를 접목했습니다.
예컨데 플라스틱 포장재와 톱밥으로 목재판을 만들고, 재활용 타이어와 신발로 재활용 고무 시트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카펫과 폐플라스틱은 고밀도 보드 제작에 사용됩니다.
지난 여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해 200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캔버스는 오하이오주 예술가들과 협업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업사이클링 가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업사이클링 가구에 저마다의 디자인과 그림을 더했습니다. 자화상부터 자연물, 피자 그림, 손도장 페인팅 등 다양한 작품들이 업사이클링 가구 위에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캔버스(도화지)를 제공하고 예술가들은 예술을 가져온다”는 캔버스의 슬로건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기증됩니다.
캔버스는 자신들의 작업이 폐기물을 새 가구로 업사이클링 하는 것을 넘어선다고 말합니다. 이는 캔버스의 가구가 개인이나 사무실 등 사적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를 위한 시설물이란 점과 연결됩니다.
현재 캔버스의 주요 고객 상당수는 기업입니다. 이들은 구매한 가구를 기업 사무실에 가져가는 대신, 공공장소에 기부합니다.
최근 캔버스는 블레이드로 만든 업사이클링 가구가 오하이오주를 넘어 더 많은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별도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는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공공장소에 캔버스의 업사이클링 가구를 기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름도 ‘캔버스월드’입니다.
이처럼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업사이클링 가구를 이용하면서 폐기된 자원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다고 캔버스는 설명하는데요.
‘캔버스(도화지)’라는 사명 또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목표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