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기후테크 산업으로 대규모 투자가 몰리는 가운데 투자 격차가 해소돼야 한단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기후모델링이나 조기경보시스템 같은 적응 분야 기술에 더 많은 투자와 함께 인재 육성을 위한 대규모 정책 지원이 담겨야 한단 지적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스콜센터와 옥스퍼드기후테크이니셔티브(OxCTI)가 지난 14일(현지시각) 공동 발간한 ‘기후테크의 기회(The Climate Tech Opportunity)’에 담긴 내용입니다.
옥스퍼드기후테크이니셔티브는 기후테크로 기후회복력 및 정의로운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2022년 출범했습니다.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 산하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피치북·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홀론아이큐·기후정책이니셔티브(CPI)·실리콘밸리은행 등 5개 기관에서 나온 데이터가 활용됐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누어 알아봤습니다.
[편집자주]
전문가 149명 대상 설문, 기후테크 생태계 제약 요인으로 ‘인력난’ 꼽혀 💼
보고서는 투자자·기업가·학계·정부 관료 등 기후테크 산업 내 전문가 1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또 블룸버그NEF(BNEF)·세계자원연구소(WRI)·록키마운틴연구소(RMI) 등 유명 기관 소속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보고서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기후테크 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도출했습니다.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제약하는 요인 관련 질문에 응답자의 약 40%가 인력난을 꼽았습니다.
기후테크 산업은 높은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요구합니다.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과 디자이너, 이를 시장에 출시하는 영업 및 마케팅 담당자, 관련 법률 규제와 정책 흐름을 조언하는 법률 전문가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전문가가 나와야 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상당수 전문가는 기후테크 산업 내 인력 양성에 대한 논의가 늘고 있단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기후분야에 대처할 인재가 부족한 현실을 꼬집은 바 있습니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MS는 지난 3년간 30명에 불과했던 지속가능성 분야 직원을 250명까지 늘렸다”며 “허나,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7월 유럽투자은행(EIB)이 유럽연합(EU) 내 744개 지방단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자체의 80%가 자금 부족와 인력난으로 기후계획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소속 인터뷰 대상자들은 기후테크 기업 설립 및 확장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인재 부족와 인력난을 공통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개발도상국 내에서는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고 인터뷰 대상자들은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개도국에서 인재 유출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같은 인재 유출이 현지의 기후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 지원 위해선 기업·정부 지원 필요 📝
투자금이 아닌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 관련 질문에 응답자의 60% 이상이 기업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예컨대 대기업과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연계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하거나 또는 시장진출을 도와야 한단 것입니다.
이어 응답자 중 50% 이상은 정부가 기후테크 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보고서는 “대기업과 정부가 기후테크 기업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R&D 자금조달부터 제품 실험 지원, 대규모 시장 접근 및 제약 등 기후테크 생태계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탄소가격 책정·단계적 규제 폐지·기후테크 육성 전략 필요” ⚖️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역할 관련 질문에 응답자 중 상당수는 정부가 ‘기후테크 채택을 장려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그 예시로 아시아에서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아시아에서는 대다수 정부가 화석연료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며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재생에너지 계획이 없어 석탄·천연가스·석유가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들 지역에서 에너지효율화나 태양광·풍력 관련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살아남기 어렵단 뜻입니다.
기후 일자리 플랫폼 테라닷두(Terra.do)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교육책임자(CLO)인 안슈만 바프나는 인터뷰에서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2070년 탄소중립 달성을 약속한 인도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바프나 CLO는 “인도는 2070년 탄소중립 약속과 거리가 멀다”며 “기후를 주류로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부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후테크 육성을 하지 않는 이상 일반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어 응답자 중 상당수는 탄소가격 책정과 단계적 규제 폐지·기후테크 육성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설문조사 응답자와 인터뷰 대상자 모두 탄소가격 책정이 기후테크의 실행 가능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 동의했다”면서도 “현재까지 이 영역에서의 성공이 엇갈렸다”고 밝혔습니다.
단계적 규제 폐지 및 기후테크 육성 전략의 좋은 예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이하 칩스법)이 언급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들 법을 기반으로 기후테크 및 에너지안보에 향후 10년간 5,000억 달러(약 648조원)를 투자합니다.
전문가 89% “기후대응 기술,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도달하지 못해” 🌐
한편, 응답자의 89%는 현재 기후테크가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도달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적응 기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이 개도국과 저소득층 지역사회이나, 현재까지 나온 기술 상당수가 선진국에 머물러 있단 지적입니다.
일례로 2021년 전 세계 에너지 전환 부문 투자금의 약 8%만이 신흥시장에 투자됐습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후테크가 개도국에 공유되는 것이 중요할뿐더러, 현지에서도 맞춤형 기술들이 개발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미주개발은행(IDB) 혁신연구소 수석투자책임자인 에드가 파라는 “현지에서 기후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외부에서 기술을 가져오는 것만큼 중요하다”며 “취약한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형평성과 포용성이 건강한 기후테크 생태계 구축에 중요하다”면서도 “현재까지 이러한 원칙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례로 운송 부문 기후테크 기업의 사명 선언문을 분석한 결과, 형평성과 정의에 대해 언급한 곳은 10% 미만에 그쳤습니다.
[옥스퍼드 2023 기후테크 보고서 모아보기]
① 英 옥스퍼드대 “기후테크 생태계, 대다수 국가서 아직 초기 단계”
② 전문가 89% “기후대응 기술, 필요한 이들에게 도달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