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메타(구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에 나섰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올 3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 등이 인력 감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계 기술 기업 감원 현황을 집계해 공개하는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까지 올해 들어 총 861개 기술 기업이 12만 8,012여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11월 한달 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공식 발표한 감원 계획 수는 골드만삭스(GS) 기준 3만 4,000명, 미국 재취업 컨설팅 기업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 기준으로 3만 1,200명입니다.

구체적으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1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메타 또한 전체 직원의 13%인 1만 1,000여 명을 해고했는데요. 트위터의 경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수 직후 전체 직원 7,500명 중 3,700명이 해고됐습니다. 컴퓨터 제조기업 휴렛팩커드(HP)도 전체 직원의 10%가량을 줄일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구글, 애플 등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채용을 동결 또는 축소하는 방향인데요.

이들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되려 기후테크 산업 성장세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Climate People

기후테크 산업 성장 중인데 인력난 여전 💼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간한 ‘기후테크 현황 2022(State of Climate Tech 2022)’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투자된 벤처캐피털(VC) 자금의 4분의 1이 기후테크 산업에 몰렸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은 11월 16일 기준 기후테크 산업에 160억 달러(약 21조원)가 유입됐다고 밝혔습니다. 기관은 기후테크 시장 규모가 향후 5년간 연평균 8.8% 성장률로 1조 4,000억 달러(약 1,87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금리 인상 및 경기 불황 등 투자 시장 전반이 얼어붙었으나, 기후테크 산업만큼은 투자 열기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인데요.

문제는 사람이 부족하단 것입니다. 기후테크 산업은 그간 인력난을 호소해 왔습니다.

 

▲ 세계적으로 성장 중인 녹색 일자리 섹터의 모습. ©LinkedIn

MS “적절한 인력 확보 여전히 어려운 일”…스타트업 ‘인재 채용 더 어려워’ 😥

실제로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LinkedIn)은 녹색기술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가 지난 5년간(2016~2020년) 매년 8%씩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같은기간 녹색기술을 보유한 인재 비율은 연간 6%씩 증가했는데요.

링크드인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기업이 인력 부족 문제로 기후목표를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기후분야에 대처할 인재가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MS는 지난 3년간 30명에 불과했던 지속가능성 분야 직원을 250명까지 늘렸다”며 “허나,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는데요.

신생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인력 채용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개 사업 영역 및 시장 확장을 위한 시리즈 A·B 투자 이후 스타트업들은 인력 채용 난항을 겪는 일이 허다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및 탄소회계 등 전문성과 숙련성 모두 요구되는 분야는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기후테크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VC)이 연합해 만든 플랫폼 클라이밋드래프트 홈페이지. ©Climate Draft

정리해고 직원에게 러브콜 보내는 기후테크…지원서 800장 이상 몰려 🗒️

이번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되려 기후테크 산업에 몰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빅테크 기업로부터 해고된 이들에게 기후테크 산업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는데요.

정리해고 대상자들 중 상당수는 기후테크 산업에 몰렸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VC)이 연합해 만든 플랫폼 클라이밋드래프트(Climate Draft)에는 11월에만 4,000개 이상의 새로운 프로필이 생산됐습니다.

 

▲ 테라닷두가 디자이너(왼)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오)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기후 교육 프로그램 포스터 모습. ©Terra.do

기후 직업 플랫폼 테라닷두(Terra.do)가 진행한 온라인 채용박람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400명이 몰렸습니다. 지난해 열린 박람회 300명이 참석했던 것과 비교해 약 4.6배 이상 몰린 것인데요.

이에 대해 앤슈마 바프나 테라닷두 설립자는 “(기후 분야에서) 정치적 의지와 자본 그리고 기술의 성숙이 동시에 일어나는 폭풍우를 지나고 있다”고 비유했습니다. 즉, 기후테크 산업이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인데요.

위브그리드(WeaveGrid)는 빅테크 종사자들이 기후테크 산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을 실제로 체감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전기자동차 생사업체와 연계해 교통신호 전기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지난 15일(현지시각) 위브그리드는 시리즈 B 펀딩에서 3,500만 달러(약 486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회사 측은 해당 투자를 바탕으로 인력을 2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빅테크 인력 감축이 대대적으로 시작된 11월 한 주 동안 800개의 지원서를 접수받았다고 위브그리드는 밝혔습니다. 한주 평균 동안 80개의 지원서를 받던 것과 비교해 보면 접수량이 크게 늘어난 것인데요.

위브그리드 측은 “(기존 산업에 있던 인재들이) 기후 산업으로 옮겨가는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할 수 있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 기후 관련 구인구직 플랫폼 ‘워크 온 클라이밋 홈페이지’의 모습. ©Work On Climate

“정리해고로 인한 인재 유입, 기후테크 산업 성장에 도움될 것” 📈

스트라이프(Stripe), 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에 종사하던 이들 상당수는 기후테크 산업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몇몇 이들은 앞서 설명한 클라이밋드래프트나 테라닷두 등에 합류해 정리해고된 이들을 기후 부문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원에 나섰습니다.

구인구직 플랫폼 ‘워크 온 클라이밋(Work On Climate)’의 공동설립자 겸 CEO인 유진 키르피초프 또한 빅테크 기업의 정리해고로 인한 인재 유입이 기후테크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2020년 설립된 이 플랫폼은 1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회원 수가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키르피초프 CEO는 밝혔는데요.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키르피초프 CEO는 기존 업계 종사자들이 막연하게 기후테크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키르피초프 CEO는 “(기후테크 산업 종사를 위해선) 기후 관련 박사 학위가 필요하다는 오해가 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4만 2,000여개 기후 구인공고가 게시된 클라이밋베이스. 회사 측이 분석한 결과 기후 관련 구인 공고 중 상당수는 영업(17%)이었다. ©Climatebase

“기존 테크 기업 인력들 기후테크 분야서 할 일 많아!” 🤔

물론 모두가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탄소중립 시멘트를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 브림스톤(Brimestone)코디 핀케 CEO는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인해 기후테크 산업이 “되려 타격을 입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핀케 CEO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물리·화학 같은 하드사이언스(Hard Science), 즉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한 기후테크 산업에게는 현 상황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탄소중립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보다는 화학엔지니어 같은 인재들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앤슈마 바프나 테라닷두 설립자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합니다. 그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화학 및 재료공학 등 기초과학을 다루는 산업인 것은 맞으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데이터 관리자 등 기존 테크 기업 인력이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는데요.

바프나 설립자는 “(테라닷두 사이트에 있는 기후테크 구인공고 중) 30%는 산업공정 자동화 및 화학 엔지니어 등 심층 기술 역할이며, 30%는 소프트웨어·데이터과학 및 제품관리 직군”이라며 “나머지 40%는 마케팅·영업·홍보 및 법률 같은 전통적 비즈니스 역할”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