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 채굴을 개시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나아가 2030년까지 리튬 업계 선두주자가 되겠단 목표도 세웠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엑손모빌은 미 남부 아칸소주에서 화석연료 개발기업이자 파트너사인 ‘테트라 테크놀로지스사(이하 테트라)’와 리튬 채굴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사업명은 ‘프로젝트 에버그린(Project Evergreen)’입니다.
구체적인 채굴 계획은 2026년 이전에 나오며, 계획에 따라 2027년부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정제 리튬 생산을 시작한단 구상입니다.
엑손모빌은 정제 리튬 생산량을 매년 전기자동차 100만 대 분량으로 확대한단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전기차 업계의 주요 리튬 공급원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30년까지 연 10만 톤 생산이 목표인데, 이 경우 세계 10대 리튬 공급사에 포함됩니다.
엑손모빌은 전기차·배터리 업계와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엑손모빌을 비롯한 석유기업들이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모습입니다.
NYT·WSJ, 엑손모빌 리튬 채굴 발표 전기차 시장 내 경쟁 보여준 것 🤔
앞서 지난 10월 엑손모빌은 미 셰일가스 회사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PXD)’를 595억 달러(약 7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20년 만에 이뤄지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화석연료 기업 인수합병(M&A)입니다.
규제당국의 허가가 남은 만큼 2024년 상반기에 인수합병이 완전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화석연료를 포기할 수 없는 반증이라고 주요 외신은 평가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엑손모빌의 이번 발표가 “기업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대신 이번 리튬 채굴 계획은 기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업계 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앞서 WSJ도 “내연차 수요가 곧 정점에 달할 수 있단 업계의 평가를 보여준다”고 짚은 바 있습니다.
엑손모빌, 美 아칸소주에 리튬 생산시설을 건설하려는 이유는? ⛏️
그렇다면 엑손모빌은 왜 하필 아칸소주에 리튬 생산시설을 건설한단 걸까요?
최근 아칸소주는 미국 내에서 리튬 주요 채굴지로 급부상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올해 5월 엑손모빌은 아칸소주 남부에 있는 약 12만 에이커(약 485㎢) 넓이의 토지를 매입했습니다. 미 광물자원 탐사업체 갈바닉에너지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매입액은 약 1억 달러(약 1,320억원)로 추정됩니다.
이 지역 퇴적층에는 약 400만 톤의 탄산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전기차 약 5,000만 대에 탑재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댄 앰먼 엑손모빌 저탄소사업분야 대표는 “아칸소주에 상당한 분량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며 “중국이나 남미, 호주의 리튬 광산에 비해 환경에 영향을 적게 주면서도 성공적인 채굴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앰먼 대표는 또 “장기적으로 볼 때 리튬 생산은 세계적인 기회”라며 “주요 소재의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단 절박감에 아칸소주에서 채굴을 개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에너지부가 지원하는 배터리 민관협력체 리브릿지(Li-Bridge)가 올해 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2030년까지 미국 내 리튬배터리 수요가 6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엑손모빌은 해당 지역에 세계 최대급 리튬 정제 시설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구체적으로 얼마를 투자할지 또 언제 손익분기점을 달성할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탄산리튬: 저용량 배터리 양극재 원료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리튬을 이용한 고용량배터리 대신 탄산리튬으로 만든 저용량을 채택한 완성차 기업이 늘고 있다.
엑손모빌 “DLE 기술 사용해 탄산리튬 채굴할 것” 🧪
리튬 생산은 직접 광물을 채굴하거나 염수호(소금물 호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방식이 있습니다. 또 이를 제련해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정 등으로 구분됩니다.
염수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작업은 원유 시추 및 배관 추출 작업과 비슷해 엑손모빌 같은 석유기업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엑손모빌도 기존 석유 시추 방법을 활용한 ‘직접리튬추출(DLE)’ 기술로 리튬을 채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DLE 기술이란 염수에서 리튬을 흡착하는 방식으로 기존 증발법 대비 채산성이 뛰어나단 장점이 있습니다. 더 낮은 농도에서 리튬 추출이 가능하고, 생산 시간도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단축된단 것. 단, 물과 에너지소비량이 높아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엑손모빌은 DLE 기술이 기존 경암(硬岩) 채굴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고 주장합니다. 경암은 말 그대로 폭약을 써서 암석을 채굴하는 방식입니다.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 대다수 리튬 개발 나선 까닭은? 😮
리튬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엑손모빌이긴 하나, 다른 석유기업들 역시 리튬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리튬에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예컨대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는 지난 2021년 리튬개발업체인 ‘리튬드프랑스’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미 에너지 기업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이하 옥시덴탈)은 리튬기술업체 ‘테라리튬’을 공동 소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해양시추기업 슐럼버거(SLB)도 DLE 기술개발업체와 리튬 생산협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엑손모빌 자회사인 임페리얼오일은 이미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리튬추출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석유기업이 풍력·태양광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했다”며 “이와 달리 미국 석유기업들은 전통적인 사업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정에너지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